▲ 샤넬은 1910년에 프랑스 사교계와 패션의 아이콘인 자신의 이름을 따서 샤넬이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샤넬이 설립 100년 만에  실적을 공개해 주목을 끌고 있다.     출처= chanel.com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우리는 샤넬(Chanel) 핸드백이 5000달러(560만원)가 넘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108년이나 된 프랑스의 이 럭셔리 회사가 얼마나 많은 돈을 벌고 있는지 이제야 정확히 알게 됐다.

샤넬이 2017년에 100억달러(11조원)에 가까운 돈을 벌어들였다는 실적 보고서를 발표했다고 <CNN> 등이 최근 보도했다.

영업이익은 26억9000만달러(3조원), 순이익은 17억9000달러(2조원)였다. 매출 대비 영업이익률은 28%이었고 순부채는 1800만달러에 불과했다.

지역별 매출은 유럽이 39억달러(4조3000억원)로 가장 많았고, 아시아가 37억5000만달러(4조 2000억원)로 뒤를 이었다. 샤넬은 향수 신제품인 가브리엘 샤넬과 시계, 보석 판매 호조가 매출 증가를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또 지난해 마케팅에 전년 대비 15% 증가한 14억6000만달러(1조6000억원)의 비용을 지출했다고 밝혔다.

럭셔리 양대 산맥을 이끄는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와 구찌의 커링그룹은 상장기업이어서 글로벌 매출 규모와 순위는 파악할 수 있지만, 샤넬은 매출 공개 의무가 없는 비상장 기업으로 그동안 매출과 이익률 등 재무구조를 공개하지 않았다.

이번에 샤넬이 재무 정보를 공개한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샤넬의 대변인도 이에 대한 논평을 거부했다. 그러나 샤넬의 실적 발표가 최근 금융가에 떠도는 회사의 매각 소문을 막으려는 시도일 수 있다고 <CNN>은 전했다.

▲ 샤넬의 최대 주주인 알랭 베르트하이머와 제라드 베르트하이머 형제.    출처= chanel.com

샤넬의 최대 주주인 알랭 베르트하이머와 제라드 베르트하이머 형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칼 라거펠트 모두 은퇴를 앞둔 나이 때문에 샤넬이 매각에 관심이 있다는 의견들이 제기돼 왔다.

루카 솔카 BNP파리바 애널리스트는 “샤넬 주주들이 갑자기 시장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기업공개나 M&A를 위한 사전 작업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샤넬의 필립 블롱디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성명에서 “샤넬은 여전히 독립적으로 남을 것이며 장기적인 운영에 집중하고 있다”며 매각 소문을 일축했다.

“회사는 이제 그 동안 비밀로 간주했던 재무 정보의 베일을 벗기로 결정했습니다. 우리가 누구인지 정확히 알리기 위해서 사실을 공개해야 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지요. 우리는 튼튼한 재무 구조를 지닌 100억달러 매출 회사이며, 우리의 의지대로 사업을 존속시킬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수단과 탄약을 가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올해 초 라이벌 LVMH가 샤넬에 인수를 제안했다는 소문이 여러 상업 간행물에 보도됐다. 파리에 본사를 둔 LVMH는 루이비통(Louis Vuitton), 펜디(Fendi), 셀린느(Céline), 지방시(Givenchy), 마크 제이콥스(Marc Jacobs) 같은 고급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또 다른 럭셔리 브랜드 크리스찬 디오르(Christian Dior)를 인수했다.

그러나 LVMH의 베르나르 아르노 최고경영자(CEO)도 인수 소문을 일축했다. 그는 지난 4월 <우먼스 웨어 데일리>(Women's Wear Daily)와의 인터뷰에서 LVMH의 샤넬 인수설은 ‘가짜 뉴스’라고 주장했다.

▲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와 구찌의 커링그룹은 상장기업이어서 매출 규모를 파악할 수 있지만, 샤넬은 비상장 기업으로 그 동안 재무구조를 공개하지 않았다.  출처= chanel.com

샤넬의 재무 보고서에 따르면, 샤넬은 독립 브랜드로서 LVMH 산하의 어떤 브랜드들과도 경쟁할 수 있는 충분한 자금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샤넬의 2017년 매출은 약 96억달러로, 전년에 비해 11% 성장했다.

고급 패션 업계의 다년생 베스트셀러 루이비통 브랜드도 지난해 93억달러의 매출을 올렸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다른 보고서들은 루이비통의 매출이 100억달러를 넘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샤넬은 이번 실적 발표와 함께, 1950년대 이래 처음으로 중요한 기업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구조조정의 목표는 향수에서 패션에 이르는 모든 주요 자회사를 한 지붕 아래 모아 샤넬 브랜드로 통일시키는 것이다. 구조조정이 마무리되면 새 통합 회사는 샤넬주식회사(Chanel Limited)라는 이름이 될 것이다.

샤넬의 보고서는 또 ‘가브리엘’ 향수 제품군과 ‘가브리엘’ 핸드백이 가장 많이 팔린 브랜드라고 공개했다. 샤넬은 1910년에 프랑스 사교계와 패션의 아이콘인 자신의 이름을 따서 샤넬이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그녀의 원래 이름은 가브리엘 코코 샤넬이었다. 가브리엘 브랜드의 성공은 그녀의 이름에 대한 고객들의 찬사와 인정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보고서는 또 의류와 핸드백의 성공에는 샤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칼 라거펠트의 ‘독창적 장인 정신’이 반영된 것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