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견다희 기자] 1인가구와 맞벌이 증가 등 인구구조 변화로 가정간편식(HMR)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국내 기업들이 앞다퉈 자신만의 전략으로 뛰어들고 있다. 식품업계는 물론 치킨전문 패스트푸드 업체 ‘맘스터치’도 ‘삼계탕’제품을 출시하면서 간편식 시장에 출사표를 냈다. 온라인마켓인 이커머스도 간편식 전용관을 만드는 등 그야말로 ‘간편식 전성시대’가 열렸다.

▲ 동원그룹은 지난해 4월 서울시 금천구 가산동에 신선가정간편식 제조센터인 DSCK센터의 문을 열었다. 사진= 이코노믹리뷰 견다희 기자

시장에 플레이어가 아무리 많더라도 그 중 눈에 띄는 선수는 있기 마련이다. 바로 동원 그룹의 간편식 브랜드 ‘더반찬’이 그렇다. 더반찬은 신선HMR 메뉴를 온라인몰에서 주문하면 집까지 배송해주는 서비스로 지난해 400억원의 매출을 올린 중소기업이다. 반찬전문에서는 독보적인 1위 기업이다.

간편식에 진출한 많은 기업들은 대부분 간편식을 유통을 하거나 대형 자동화 시설에서 제조를 한다. 반면 더반찬은 ‘주문 후 생산’, ‘전통방식조리’, ‘전문 셰프의 표준 레시피’, ‘수제조리’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그 때문일까 더반찬은 지난 2016년 6월 인수 이후 일 년 만에 연 80% 성장하는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4월에는 서울 시내에 2200평대 대규모 조리센터를 오픈했고, ‘당일 조리’, ‘당일 배송’ 서비스도 선보이고 있다.

‘대형 설비도 아닌 사람이 직접 조리하는데 주문 후 조리, 당일 배송 서비스가 어떻게 가능할까’라는 호기심에 지난 21일 직접 동원DSCK(Dongwon Standard Central Kitchen)센터를 방문했다.

서울시 금천구 가산동에 있는 동원DSCK센터는 기대보다 규모가 작았다. 조리센터 보다는 물류센터의 모습과 비슷했다. 더반찬은 사람이 직접 전통방식으로 조리하기 때문에 대형조리설비가 필요 없어 다른 공장들보다 작다는 것이 동원의 설명이었다.

더반찬을 생산하는 조리센터의 면적은 7260㎡(2200평)으로 건물의 3층과 4층에 있다. 그러나 특이하게도 엘리베이터가 없었다.

석영하(51세, 남) DSCK센터장은 “하루에 조리센터로 들어오는 식자재가 4~5t정도다”면서 “이런 곳은 물류를 옮기는 대형 엘리베이터만 설치하고 사람 이동을 위한 엘리베이터는 없다”고 설명했다.

3층 문을 열고 들어서니 바로 조리실이 보였다. 조리실은 마치 공개주방처럼 유리로 내부를 들여다 볼 수 있도록 설계돼있었다. 조리과정을 언제든 누구에게나 공개할 수 있다는 더반찬의 자신감인 것이다. 

▲ 인기 메뉴 중 하나인 수제모듬전을 조리하고 있는 조리사의 모습. 사진= 이코노믹리뷰 견다희 기자

유리를 통해 본 조리실은 대형기계설비는 찾아볼 수 없었다. 조리사들이 직접 큰 솥에 국을 끓이고 야채를 볶고 큰 철판 앞에서 전을 뒤집는 등 전통방식 그대로 조리를 하고 있었다. 생산된 요리도 사람이 직접 포장용기에 담아낸다.

통상 간편식이라 하면 대형기계설비로 소품종 대량 생산해 유통기간이 길고 전자레인지 등의 열조리 과정을 거쳐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인스턴트라 식품이라는 인식이 강했는데 더반찬은 그것을 깬 것이다.

조리센터에는 1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20여명의 조리장과 100여명의 조리사가 하루 300여 종류의 반찬을, 연간 1000여 가지 메뉴를 조리한다. 국, 반찬, 메인요리, 샐러드바, 키즈, 건강식 등이다. 이같이 다양한 메뉴를 운영할 수 있는 것은 동원홈푸드 소속 9명의 셰프들로 구성된 메뉴개발팀 덕분이다.

▲ 조리사들은 조리한 요리를 직접 포장용기에 담고 있다. 재료 손질에서부터 마무리 포장단계까지 모든 단계가 사람의 손을 직접 거치고 있다. 사진= 이코노믹리뷰 견다희 기자

동원그룹 관계자는 “메뉴 하나하나 표준 레시피를 만들고 조리장들은 재료 상태나 맛에 따라 소비자의 식탁에서 최고의 맛을 낼 수 있도록 손맛을 더한다”면서 “매주 품평회를 열어 품질관리와 신제품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더반찬은 주문 후 생산으로 신선함을 강조했다. 통상 유통기한이 짧게는 10일에서 수개월까지인 간편식과 차별을 둔 것이다. 더반찬은 주문이 종료되는 오전 6시 조리를 시작해 보통 10시면 마무리가 된다. 이후 당일 생산한 제품을 당일 배송하고 있다.

석 센터장은 “이 곳에서 생산되는 제품의 양은 단품으로 3만개로 약 3000가구에 배달할 수 있는 물량”이라면서 “1000여가지가 넘는 제품을 만들다보니 수산, 축산 등 HACCP 인증도 무려 12가지 유형을 받았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국내 반찬만 전문으로 하는 업체가 6000곳이 넘지만 매출 규모가 10억원에서 15억원 정도로 적어 HACCP 인증이 의무가 아니다. 배달서비스를 전문으로 하는 ‘배달의민족’도 간편식 시장에 진출했지만 다른 업체의 제품 유통 비중이 높아 자체 공장에서 생산하는 제품은 HACCP을 받지 않은 상태다.

▲ 조리실 손소독, 에어샤워 등 총 4단계의 과정을 2번 거쳐야 입장할 수 있는만큼 위생관리를 철저히 하고 있다. 사진= 이코노믹리뷰 견다희 기자

조리센터 맞은편에는 물류센터가 있다. 이곳도 조리실과 마찬가지로 유리벽을 세워 모두에게 공개하고 있다. 20여명의 직원이 컨베이어벨트 앞에 서서 박스 안에 제품을 담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독특한 건 여기저기서 불빛이 반짝이고 포장담당 직원들은 그 불빛을 따라 움직이고 있었다.

이것은 DMPS(Dual Mode Picking System) 물류배송시스템으로 국내 식품회사 최로로 동원이 도입했다. 이 시스템은 고객의 주문대로 빠르고 정확하게 제품을 담을 수 있도록 돕는다. 시스템 도입 이전에는 직원들은 종이로 된 주문서를 보고 제품을 골라 담아야해 종종 배송실수가 있었다. 반면 이 시스템은 8명의 고객에게 보낼 박스가 준비되면 어떤 제품을 어떤 고객의 박스에 담아야 하는지 불이 들어와 포장의 정확성과 신속성을 높였다.

석 센터장은 “시스템 도입 이전에 비해 시간당 생산성도 약 189% 상승했다”면서 “20여명의 직원은 일일 6000건(단품 6만6000개), 최대 1만건(단품 11만개)까지 주문량을 처리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 더반찬은 식품업계 최초로 DMPS(Dual Mode Picking System) 물류배송시스템을 도입해 정확성과 신속성을 높였다. 사진= 이코노믹리뷰 견다희 기자

석 센터장은 1994년 동원산업으로 입사해 23년을 육가공업계에서 일했다. 그러다 지난해 4월 DSCK센터 완공과 함께 센터장으로 발령을 받아 더반찬을 이끌고 있다. 그는 “오랜 시간 식품을 만들어 온 사람으로서 더반찬을 통해 고객들에게 더 건강하고 힐링이 되는 만족감 높은 식품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앞으로 소비자들의 기호에 맞는 제품을 더 많이 개발해 좋은 품질의 제품을 낮은 가격으로 제공해 시장을 키우고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10년 전만 해도 직접 입어보고 눈을 봐야 믿을 있다는 생각에 온라인으로 옷이나 가전제품을 구매하는 것은 낯선 일이었지만 지금은 대중화 됐다”면서 “온라인 식품 시장도 직접 맛을 보고 사야한다는 인식이 아직은 강해 과도기를 겪고 있지만 머지않아 인식이 변화면서 시장이 커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더반찬이 DSCK센터를 오픈하면서 내실을 다졌다면, 올해는 유통채널 다변화로 소비자와의 접점을 확대로 외형확대를 꾀하고 있다.

더반찬은 자체 온라인몰에서만 판매되고 있었다. 지난해 홈쇼핑에 진출해 완판을 기록하며 다른 채널로의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이 외에도 브랜드 플래스쉽스토어나 반찬가게, 이마트, 코스트코 등 고객들이 더반찬을 쉽게 만나볼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동원 관계자는 “2021년 더반찬을 2000억대 브랜드로 성장시키는 것이 목표”라면서 “동원그룹이 가진 물류인프라를 활용해 온라인몰에서 1000억, 오프라인 채널에서 1000억을 매출 목표로 조리센터 증축이나 신축 그리고 실버나 환자 등을 위한 건강식 메뉴 개발에도 투자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