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DB생명보험 분기별 경상 수익성 추이. (단위: 억원). 자료=KDB생명보험 업무복서, 금융통계정보시스템, 나이스신용평가

[이코노믹리뷰=장영성 기자] KDB산업은행의 자회사인 KDB생명보험의 신용 등급이 한단계 하향 조정됐다. 지급여력(RBC)비율은 감독당국 기준인 150%를 웃도는 수준으로 개선됐으나 영업력 악화와 더불어 본원적인 수익성이 저하됐기 때문이다.

생명보험 업계에서는 수익성 감소에 따른 위기가 감돌고 있다. 지난해 수익성이 크게 떨어진 생명보험사들은 리스크 관리를 위한 RBC비율 회복에 혈안이 된 상태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 21일 KDB생명보험 정기평가에서 보험지급능력등급과 무보증 후순위사채 신용등급을 각각 ‘AA’, ‘AA-’에서 ‘AA-’, ‘A+’로 하향 조정했다. 나신평은 KDB생명보험이 소비자에 대한 영업력이 약화한 점과 본원적인 수익성이 저하된 점을 고려해 신용 등급을 내렸다. 

KDB생명보험의 보험사 재무건전성을 나타내는 RBC 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108.5%다. 올해 1분기에는 154.5%, 5월 말 기준으로는 180%로 감독당국 권고기준인 150%를 웃도는 수준으로 개선됐다. 그러나 2016년부터 이어져 온 저조한 RBC 비율은 방카슈랑스, 대리점 등 각종 영업채널에서 판매 제한을 받았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지점 통폐합과 인력 감축 등의 구조조정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전속설계사 이탈도 발생했다. 결국 초회보험료 M/S가 2016년 1.5%에서 올해 3월 0.7%까지 하락했다. KDB생명보험이 주력으로 내세웠던 보장성 보험의 신계약 규모도 지난해 1분기 8.0%, 올해 1분기 35.6% 감소하며 역성장을 보였다.

▲ KDB생명보험 영업채널별 초회 보험료 추이. (단위: 억원, %). 자료=업무보고서, 금융통계정보시스템, 생명보험통계, 나이스신용평가

본원적인 수익성도 떨어졌다. ROA는 지난해 연간 기준으로 0.4%에 그쳤다. 올해 1분기에 0.1%로 흑자 전환했으나 수익성 개선 정도가 미흡했다. KDB생명보험이 지난해 단행한 구조조정 이후 사업비 경감효과와 더불어 본사 사옥 우선매수청구권 매각에 따른 이익(422억원)을 감안하면 2017년 대비 실적이 개선되고 ROA도 0.2%를 상회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대규모의 우선매수 청구권 매각이익은 일회성에 그친다. 또한 지난 5월 기준 연 7.5%의 금리(환헤지를 고려한 실제 원화 부담금리 5.65%)로 발행된 외화 신종자본증권(2억 달러)의 높은 이자비용 부담은 손익에 반영되지 않고 자본에서 직접 차감됐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이익의 질적 수준은 외견상 수치와 비교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채명석 나신평 금융평가본부 선임연구원은 “KDB생명보험은 3044억원의 유상증자와 2억달러 규모 신종자본증권 발행 등을 통해 자본적정성 지표 건전성을 회복했다”면서도 “그러나 영업력 악화는 여전했고 본원적인 수익성이 저하돼 자체적으로 자본완충력을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이 줄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KDB생명보험은 지난해 6월 정기평가에서도 신용등급이 ‘Stable’에서 ‘Negative’ 등급으로 하향조정 됐다. 당시에도 자본적정성 지표인 지급여력(RBC)비율이 큰 폭으로 하락했고, 제휴 은행들이 회사 일부 상품에 대해 판매를 중단한 가운데 평판 저하에 따른 영업력 위축이 문제였다. 이차역마진 위험으로 수익성도 저하됐다.

▲ 보험업계 RBC비율 변동 추이. (단위: 억원). 자료=금융감독원

위기에 놓인 생보사들

RBC 비율은 보험사가 보험금을 가입자에게 제대로 지급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금융당국은 보험사의 RBC 비율을 150% 이상으로 유지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RBC 비율이 100% 미만이면 경영개선 권고, 50% 미만이면 경영개선 요구, 0% 미만이면 경영개선 명령 등을 보험사에 적용한다.

국내 보험사들의 지급여력(RBC) 비율은 지난해 2016년에 비해 떨어졌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40개 보험사의 평균 RBC 비율은 252.4%로 전년 말 276.6% 대비 24.2%포인트 하락했다. 같은 기간 많은 생보사의 RBC 비율 역시 감소세를 보였다.

생보사 중에선 KDB생명, DB생명, 신한생명, 현대라이프생명 등이 RBC 비율이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작년 말 기준 KDB생명은 108.5%, DB생명 174.2%, 신한생명 175.4%, 현대라이프 175.93%로 나타났다. KDB생명의 2016년 말 RBC 비율은 125.68%, DB생명 179.52%, 신한생명 178.28% 등이었다. 이 밖에 하나생명, 흥국생명, DGB생명 등도 200% 이하 금융사들이다. 이에 반해 ING생명, 처브라이프생명 등은 400%가 넘는 높은 RBC 비율을 기록했다.

손보업계 중에선 MG손해보험이 110.99%로 가장 낮았다. 한국신용평가는 이달 초 MG손해보험의 보험금지급능력평가 신용등급을 'A-'에서 'BBB'로 하향 조정했다. 흥국화재, 롯데손해보험, 한화손해보험 등도 200% 미만 업체들이다. 반면 일찍이 글로벌 기준을 적용했던 외국계 보험사들은 여유로운 모습이다.

생명보험업계의 RBC비율 하락 추세에 우려를 제기하는 이유는 2021년 본격 시행되는 IFRS17 때문이다. 생보사들은 과거 자산 규모 경쟁 속에서 고금리를 보장하는 저축성 상품들을 앞다투어 내놓았다. 이런 상황에서 IFRS17이 적용되면 기존 원가 기준인 보험사 부채 평가는 시가 기준으로 바뀌게 된다. 저금리 상태에서 고금리로 판매되는 상품은 가입자에게 돌려줘야 할 이자가 많은데 IFRS17은 이 차이를 모두 부채로 계산한다.

이 때문에 높은 최저보증이율을 앞세워서 판매된 저축성 보험의 경우 IFRS17 적용된 이후부터는 보험사 재무 부담을 키우는 주범이 되는 것이다. 생보사 수입보험료는 2016년 약 119조원에서 2017년 약 113조원 수준으로 감소하는 등 하락세에 접어든 상태다.

자산운용사의 한 관계자는 “업계 리스크가 커지는 점은 손보나 생보나 타격 받는 것은 마찬가지다. 그러나 업권 특성상 손보사들은 생보사들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저축성 상품 판매가 적었다”면서 “이로 인한 리스크 역시 손보사들은 상대적으로 적을 수밖에 없다. 현재 생보사들은 RBC비율 관리에 혈안이 된 상태”라고 지적했다.

▲ 보험사별 RBC비율 현황. 자료=금융감독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