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글로벌 클라우드 업계가 요동치고 있다. 아마존 AWS(아마존웹서비스)를 중심으로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가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는 가운데 민간과 공공을 아우르는 날카로운 플랫폼 전략이 눈길을 끈다. 클라우드와 비즈니스 플랫폼 전략은 어떻게 활용되는가. 기술의 활용과 시너지는 어떻게 확보하는가. 클라우드는 플랫폼 활용과 관련된 ICT 거시전략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 테레사 칼슨 부사장이 AWS의 강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기술, 그 자체는 의미가 없다"
아마존 AWS가 미국 워싱턴 D.C에서 20일(현지시간)부터 21일까지 AWS 공공부문 서밋을 열어 민간과 공공을 아우르는 클라우드 전략을 공개했다.

테레사 칼슨 AWS 공공부문 총괄 부사장은 19일 열린 사전 키노트 연설을 통해 흥미로운 화두를 던졌다. 빠른 실패와 빠른 성공이다. 그는 “많은 고객사들과 이야기를 한 결과 세계를 호령할 수 있는 기술은 무궁무진한데, 이를 따라잡는 것이 어렵다고 한다"면서 "AWS는 빠르게 실험하고, 빠르게 실패하며, 빠르게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클라우드를 직역하면 구름이다. 하늘에 떠있는 구름이 방대한 데이터를 확보해 이를 실시간으로 각 지역에 뿌려주며, 그 과정에서 강력한 기술의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다. 초연결 시대와 찰떡궁합을 자랑하는 이유다. 물리적인 데이터센터, 즉 기존의 온-프레미스 전략에서는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의 시공간 초월을 끌어낼 수 있다는 뜻이다.

같은 날 열린 톰 소더스톰 미 항공우주국 제트 추진 연구소 IT 총괄 세미나에도 비슷한 말이 나왔다. 그는 “인공지능이라는 단어를 하루에 수십번 들어봤을 것”이라면서 “인텔리전스가 빌트인 플랫폼이 되는 시대, 데이터가 어떻게 사람과 만나는가에 대한 고민을 중심으로 인터랙션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술 그 자체는 의미가 없는 시대가 됐다. 기술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고민해야 하며, 클라우드는 파편화된 기술을 하나로 모으는 일종의 허브로 작동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는 “우주에서는 엄청나게 방대한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쏟아진다”면서 “AWS를 통해 정제된 데이터를 확보하고 데이터 맵핑까지 빠르게 전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물인터넷과 컴퓨팅 인터페이스 조성, 필요하다면 스마트시티의 확장까지 끌어내는 기술의 진보에도 클라우드 기술이 중요하다고 봤다. 그는 마지막으로 “많은 기술을 어떻게 적용하고 활용할 것인가가 중요하다”면서 “새로운 조합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클라우드가 그 길을 알려줄 것”이라고 말했다.

클라우드가 파편화된 기술의 용도에 영혼을 불어넣어주는 것을 넘어, 새로운 지평선을 개척한다는 말도 나왔다. 제프 베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가 의욕적으로 키우고 있는 우주항공사업체 블루오리진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롭 마이어슨 블루오리진 수석 부사장은 19일 "우리는 우주관광의 대중화가 비용을 절감하는 것에 달렸으며, 로켓 재활용이 답이라고 본다"면서 “기술개발부터 머신러닝, 심지어 의사결정과 관련된 현안을 비롯해 방대한 데이터를 취합하고 운용하는 모든 알고리즘을 AWS에 맡기고 있다. AWS가 없었다면 지금의 블루오리진도 없다”고 단언했다. 딘 카스만 블루오리진 기술 총괄도 "AWS와 손을 잡은 후 비약적인 성과를 거뒀다. AWS가 없었다면 BE-4 엔진이나 뉴 셰퍼드, 뉴 글렌은 성공할 수 없었다"고 설득력을 더했다.

▲ 롭 마이어슨 블루오리진 부사장이 우주계획을 설명하는 중이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민간을 넘어, 공공으로
AWS 공공부문 서밋에서는 공공 클라우드 도입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특히 강조했다. 병원에 입원한 환자들의 재활을 돕고, 환자의 권리를 위해 활동하는 국제 자선단체 게임체인저의 수석 에반젤리스트는 테일러 카를은 “병원에 입원한 환자들에게 가상현실 기기를 제공하고 있다”면서 “AWS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시스템을 클라우드로 작동하고 있다”면서 “하드웨어에 매몰되면 곤란하다. 병원도 잣의 도입 후 TV 시청비를 내지 않아도 되는 등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클라우드로 기반 인프라를 작동하고 그 위에서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창출하는 것이 우리의 강점”이라고 말했다.

파멜라 C. 다이슨 미국 증권거래위원회 CIO는 클라우드로의 체질변화가 강력한 플랫폼 강화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방대한 증권거래기록과,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을 동시에 점검해야 한다”면서 “증권 단타거래가 전체 거래의 55%에 이르고, 2조달러 규모의 계약이 로보 어드바이저를 통해 기계적으로 체결되는 상황에서 일반적인 방식으로는 증권거래위원회의 임무를 수행할 수 없다”고 말했다.

클라우드의 강력한 데이터 확보, 그에 따른 고속 데이터 분석 능력에 방점을 찍었다. 그는 “2010년대 시장이 폭락했을 때, 이와 관련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결과물을 도출하기까지 몇 달이 걸렸다”면서 “지금은 거의 실시간으로 문제를 파악하고 결과물을 도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션 로쉐 미 중앙정보국 디지털혁신 담당 부국장은 정보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관점에서 클라우드 경쟁력을 조명했다. 그는 “우리가 확보하려는 데이터가 특정 기업에만 저장되면 종속의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면서도 “클라우드는 다양한 강점을 가진, 특히 보안이 조직의 정체성에 가까운 우리에게는 정말 필요한 기능”이라고 강조했다. 스웨인 첸 싱가포르 게놈 연구소 선임 연구원은 인간의 질병대책과 클라우드의 상관관계에 주목했다. 그는 “게놈 연구에서 클라우드의 비중은 점점 커지고 있다”면서 “점점 복잡해지고 있는 게놈 연구에 AWS가 큰 역할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제프리 쿠르간 세계은행 교통 담당 엔지니어는 디지털 전환을 목표로 삼은 공공 교통 시스템에 라스트마일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며 클라우드 전략을 적극 구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데이터의 신속한 확보와 공유를 위해 클라우드 플랫폼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면서 “각 독립된 기관의 유기적인 협력에도 클라우드가 큰 도움이 됐다”고 강조했다.

▲ AWS 파트너들의 엑스포가 열리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클라우드는 기반 플랫폼"
AWS 공공부문 서밋의 핵심은 클라우드, 즉 AWS의 인프라가 '공공부문에 어떤 힘을 실어줄 수 있는가'로 좁혀진다. 서밋은 공공부문을 겨냥했지만, 이 화두는 공공과 민간 모두 아우를 필요가 있다.

클라우드는 데이터의 집적체이자 활용, 기술의 시너지를 끌어낼 수 있는 강력한 허브 플랫폼이다. 초연결 생태계가 현실이 될수록 '하늘에 떠 있는' 클라우드 전략을 점점 중요해지는 분위기다. 각 지의 기술과 데이터를 묶어 하나의 기반 인프라로 풀어내는 전략이 각광을 받는 이유다. 테레사 칼슨 AWS 공공부문 부사장과 롭 마이어슨 블루오리진 수석 부사장이 강조한 대목도 바로 여기다.

민간의 영역에서 AWS는 글로벌 시장 진출의 초석이 될 수 있다. 피터 무어 AWS 아시아태평양 지역 공공부문은  “AWS는 로컬 사업자와는 차원이 다른 노하우와 규모의 경제, 글로벌 인프라를 자랑한다”면서 “많은 기업들이 정부와 관련된 서비스를 출시한 후 이를 로컬 클라우드에서만 작동한다면 확장성에 한계가 있으나, AWS는 정반대의 상황이 펼쳐진다”고 강조했다. AWS는 글로벌 플랫폼이기 때문에 이를 활용할 경우 매끄러운 글로벌 진출 전략을 풀어낼 수 있다는 뜻이다.

공공의 영역은 어떨까. 국내 클라우드 시장의 아직 초기단계지만,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것은 이견의 여지가 없다. 다만 몇 가지 걸림돌이 있다. 특히 보안 문제가 논란이다. 클라우드가 데이터센터 이상의 보안능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기 때문이다.

AWS는 클라우드 적용에 있어 보안 문제는 거론할 가치가 없다고 일축했다. 테레사 칼슨 부사장은 "보안때문에 공공부문이 클라우드를 적용하지 못한다는 이야기는 이제 없다"고 단언했으며, 션 로쉐 미 중앙정보국 디지털혁신 담당 부국장은 "온-프레미스 최고의 보안이 클라우드 최악의 보안에 미치지 못한다"는 다소 파격적인 주장도 했다. 피터 무어 총괄도 "클라우드를 보안 문제 때문에 도입하기 어렵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AWS가 미국 기업이기 때문에 외국이 선뜻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피터 무어 총괄은 "신뢰의 문제로 본다"면서 "그 신뢰를 지키지 못했다면 지금의 AWS는 있을 수 없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와 경쟁하는 넷플릭스가 AWS를 사용하는 이유가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미국은 물론 중동, 남미의 많은 정부기관들은 속속 AWS를 선택하는 중이다. 다만 국내 클라우드 산업 진흥과 관련된 민감한 내용이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은 냉정한 상황판단이 추가로 필요해 보인다.

▲ AWS 활용사례가 발표되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인재, 또 인재"
클라우드 경쟁력이 민간을 넘어 공공의 영역까지 빠르게 번질 경우, 치열한 인재 쟁탈전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테레사 칼슨 부사장은 “클라우드를 전공하고 발전시킬 인재가 부족하다”면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아마존과 AWS의 군 퇴역군인과 그 가족에 대한 전격적인 채용계획이다. 테레사 칼슨 부사장은 “2021년까지 2만5000명 이상의 퇴역군인과 그 배우자를 채용할 계획”이라면서 올해 말 AWS 채용인력의 10%는 퇴역군인과 배우자로 채울 생각이다“고 말했다. 인재를 채용하는 한편 국가를 위해 헌신한 군인들을 위해 전격적인 판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피터 무어 총괄도 이 부분을 강조했다. 그는“이미 AWS 에듀케이트와 같은 프로젝트를 통해 성과를 거두고 있다”면서 “한국의 많은 대학들과 연계해 클라우드 인재양성에 집중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 테일러 카를 게임체인저 창업자가 AWS 활용사례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냉정하게 파악하라
민간과 공공의 클라우드 적용은 시대의 명령이지만, 어떤 파트너를 선정하느냐는 민감한 문제다. 특히 공공의 영역에서는 클라우드 적용을 빠르게 체화하고 있으나 그 대상이 무조건 AWS가 될 이유는 없다. 당연히 선택에 따른 기회비용을 따져야 한다.

만약 국내 공공부문이 AWS를 택한다면 글로벌 인프라 구축, 나아가 국가 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클라우드를 기반 인프라로 삼아 각 공공부문, 특히 시민사회단체나 관련 사회적 기업들이 뛰어든다면 단숨에 영역을 확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민간 영역이 AWS를 택했을 시나리오와 동일하다. 만약 민간기업들이 공공기관에 맞는 서비스를 AWS에서 개발한다면, 이를 경력으로 삼아 글로벌 진출에도 빠르게 나설 수 있다. AWS는 글로벌 클라우드 업체 1위 기업이기 때문이다.

싱가포르가 대표적이다. 싱가포르 정부는 최근 스마트 국가 로드맵을 중심으로 AWS를 과감하게 선택, 기반 인프라로 확정한 후 자기들이 구축할 수 있는 세부 활동계획을 구축하는 중이다.

문제는 기반 인프라의 외산 점령이다. 보안이나 기타 정보유출의 위협은 낮아도 국내 공공부문이 무작정 AWS를 택할 경우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클라우드 인프라를 통째로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윤정원 AWS 코리아 공공부문 대표는 이 지점에서 "글로벌 1위 사업자가 진출해 전체 업계의 혁신을 이룰 수 있다"고 말했으나, 기반 인프라의 상실 가능성은 공공부문의 고민을 깊게 만들어 주는 민감한 지점이다.

지엽적인 디테일이 필요하다는 말이 나온다. AWS에 공공부문을 일부 열어 글로벌 1위 업체의 글로벌 인프라를 충실히 활용하며 토종 기업과의 건전한 경쟁을 꾀하는 편이 옳은 방향이다. 그 연장선에서 AWS가 토종 기업의 인프라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며 전체 클라우드 인프라의 영역을 지키는 전략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