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계'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한 서경자 작가(ARTIST SUH KYOUNG JA)

향긋 봄, 청명한 사세를 품은 짙푸른 바다, 산사(山寺)에 털썩 주저앉듯 생의 시름을 풀어놓았던 어느 해 가을, 은빛살결에 묻어놓은 뜨거운 열망의 마음 그해 겨울의 사랑. 저 대자연의 품에 실어보는 가냘픈 마음의 선율.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다시 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대로변에서 메인 출입구로 들어서면 로비 오른편에 위치한 한가람미술관 제7전시실에서 200호 대작을 포함해 45점이 바람에 실려 오는 고요한 ‘내’ 마음의 결을 보듬는다. 서경자 화백 개인전이 6월22일 오픈하여 7월2일까지 열리고 있다.

 

서경자 화백이 오랜 세월 천착해 온 대자연의 푸름을 진리의 심상으로 교화(敎化)한 ‘푸른 이상향의 이미지-THE BLUE’연작과 신작 ‘THE RED IN BLUE’시리즈가 천장 높은 넓은 전시장에 명상(Meditation)적 리듬으로 고요히 흐르고 있다.

 

맑고 투명한 하얀 생명이 떠오른다. 너와나, 비와 물방울, 점과 선, 음과 양, 헤어짐과 만남….삶이란 무엇인가. 드넓은 들녘에 피어오르는 아스라한 안개 속에 홀로이 걸어가는 존재여!

 

나뭇잎 하나 가지를 떠난다. 봄날의 꼬물거리며 돋아났던 새싹, 어느새 바람이 불어 와 어디로 데려가나. 허공을 부유하는 이별의 노래를 애잔하다. 연붉은 황혼의, 로열블루 빛깔로 떠오르는 여운의 순환에 돌아와 다시 만나는 명상의 신비로운 기운(氣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