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조태진 법조전문기자/변호사 ] 검찰을 대표하는 박상기 법무부 장관과 경찰을 대표하는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21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문’에 서명하였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표적인 대선 공약 중 하나이자, 정부 출범 직후부터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 꾸준히 논의되어 온 국정과제이기도 한 ‘검·경 수사권 조정’이 마침내 의미 있는 첫 걸음을 내딛은 것이다. 7개 조항과 그에 부속하는 세부조항으로 이루어진 이번 합의문에는 검찰과 경찰 간의 수사권, 영장청구권, 수사종결권, 업무분장, 자치경찰제도 등 수사기관과 수사체계에 대한 광범위하고 다양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우선 사법경찰관은 모든 사건에 대한 ’1차적 수사권‘을 가지고, 사법경찰관이 수사하는 사건에 관한 검사의 송치 전 수사지휘는 폐지된다. 다만, 검사는 송치 후 기소를 할지 여부와 기소를 하거나 사법경찰관이 신청한 영장을 청구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사법경찰관에게 보완수사요구를 할 수 있다(합의문 제2조 참조). 현행 검찰청법은 범죄수사에 관한 사법경찰관리 지휘·감독을 검사의 직무 중 하나로 규정해, 검사는 경찰이 사건을 검찰청에 송치하기 전에도 수사지휘를 통해 경찰의 수사에 개입할 수 있었지만(검찰청법 제4조 제1항 제2호 참조), 이번 합의로 경찰은 일단 검찰에 사건을 송치하기 전까지는 경찰이 재량껏 수사를 할 수 있는 권한을 얻었다.

그러나 합의문에 따르더라도 검찰에 사건이 송치된 이후에는 검찰이 경찰에게 ‘보완수사요구’를 통해 지금과 같은 수사지휘를 행사할 수 있기에 법조계 내에서는 수사지휘권과 관련해서는 이번 합의문을 통해 본질적으로 바뀐 점이 없다고 보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검찰은 이번 합의문을 통해 헌법상 보장된 검찰의 영장청구권을 지키는 데에도 성공했다(헌법 제12조 제3항 참조). 합의문 상으로도 법원에 영장을 청구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검찰 뿐이고, 경찰은 검찰에 대하여 법원에 영장을 청구할 것을 ‘신청’할 수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으로의 검찰은 경찰의 영장청구 신청을 함부로 내치지는 못한다.

최근의 사례를 보면 검찰은 경찰이 신청한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나 황창규 KT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하고 영장청구를 하지 않은 적이 있는데, 합의문에 따를 경우 경찰은 영장 청구 신청이 기각될 경우 관할 고등검찰청에 설치된 영장심의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합의문 제2조 참조). 검찰로서는 영장 청구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경찰의 견해를 어느 정도 경청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된 것이다.

현재는 수사종결권, 즉 피의자를 기소할지 불기소 할지 여부에 대한 판단권한을 검찰이 독점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사법경찰관이 1차적으로 수사종결권을 갖는다. 다만, 검사는 종결된 사건이 위법, 부당하다고 판단할 경우 재수사를 요청할 수 있고, 고소인, 고발인, 피해자 또는 법정대리인으로부터 이의가 제기된 사건에 대해서도 재수사가 이루어진다(합의문 제3조 참조).

이 점에 대해서는 법조계 내부의 견해도 다소 갈리는데, 일각에서는 사법경찰관이 종결한 사건에 대하여 검찰이 다시 수사를 할 수 있다면 지금과 같이 검찰이 수사종결권을 갖는 것과 무슨 차이가 있겠느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반면, 또 다른 한편에서는 과연 검찰이 이미 수사종결된 사건에 대하여 얼마나 적극적으로 관여하고 판단할지 알 수 없다는 주장도 유력하다.

결국 합의문의 내용을 정리하자면, 검사의 1차적 직접 수사는 반드시 필요한 분야, 가령 경찰, 공수처 검사 및 그 직원의 비리사건, 부패범죄, 경제·금융범죄, 공직자범죄, 선거범죄 등 특수사건 및 이들 사건과 관련된 인지사건 등에 한정하고, 검찰의 수사력은 주로 피의자를 기소하여 무죄가 나오지 않도록 공소를 유지하는 것에 집중하자는 것을 주요골자로 하고 있다 할 수 있다(합의문 제4조 참조).

또한 경찰 내부적으로도 자치경찰제도의 마련을 통해 국가경찰의 권한을 일부 분산시킴으로써 경찰조직의 비대화에 따른 권력 독점 현상을 막겠다는 계획이다(합의문 제5조 참조).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는 이제 겨우 검찰과 경찰 간 최소한의 합의점만 찾은 상태로, 이번 합의안이 수사관행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올지에 대해서는 아직 알 수 없는 일이다. 특히 합의문 이행을 위해서는 형사소송법, 검찰청법 등 관련 법규의 개정이 불가피한데, 이 과정에서 검찰과 경찰 간의 알력, 검·경 내부에서의 반발도 예상되고 있는 만큼, 성패 여부에 대한 판단은 섣부른 감이 없지 않으며 이에 대한 판단을 위해서는 구체적인 제도 마련 후 운영 실태까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