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싱가포르 정부가 외국과 손을 잡고 클라우드 정책을 적극 도입하는 한편 속도감있는 스마트 국가 건설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일말의 주저함이나 반발감이 있냐고요? 하하. 전혀 없습니다”

 

스웨인 첸 싱가포르 게놈 연구소 선임 연구원의 말에 인터뷰 도중 질문을 던진 제가 겸연쩍었습니다. 질문의 요지는 ‘싱가포르 정부가 외국 클라우드 기술과 ICT 인프라를 적극 도입하면서 정부 차원의 규제나 반발에 가로막혀 약간이라도 주춤한 사례가 있는지’였으나, 첸 박사는 마치 홍콩 무협영화에 등장하는 무도가처럼 호탕하게 웃으며 손사래를 칩니다.

‘뭐 그런 말도 않되는 것을 물어보느냐’는 눈웃음. ‘세상에 그런 정부가 어디있어?’라는 뉘앙스도 풍깁니다. 여기 있는데요.

미국 워싱턴 D.C에서 20일(현지시간) 열린 아마존 AWS 공공부문 서밋 취재를 했습니다. 가기 전 비행기에서 다짐했습니다. AWS 공공부문 서밋이기 때문에 분명 AWS에 유리한 내용만 나올 것은 뻔합니다. 그런 이유로 저는 뻔한 내용은 빠르게 넘기고 그 행간을 파악하면서 ‘우리가 어떤 경쟁력을 취사선택해야 할까’에 대한 고민을 하기로 말입니다.

우리에게 필요하다면 AWS에 불리한 내용도 기사에 담겠다는 약간의 각오도 세웠습니다. 현지에 도착해 잘 부탁한다며 악수를 청하는 레지나 탄 AWS 아태지역 공공부문 홍보총괄의 눈을 제대로 보지 못한 것은, 제가 영어를 잘 못하기 때문은 아닙니다. 정말로.

제 결심은 서밋이 진행되는 도중에도 쭉 이어졌습니다. 현지의 분위기를 최대한 전하면서도 우리가 AWS로 대표되는 클라우드 전략을 어떻게 취사선택해야하는지 고민했습니다. 다 좋다고 하지만 진짜 다 좋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분명 버리거나 부정해서 우리가 얻는 것도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테일러 카슨 AWS 공공부문 부사장이 무대에 올라 공공기관의 AWS 도입 사례를 특유의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강조해도, 저는 답을 찾으려 노력했습니다. 부사장의 말에서 우리가 얻을 것은? 버리고 경계해야 할 것은?

결론부터 말하면 99%는 얻을 것. 1%는 버릴 것으로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공공기관이 클라우드를 접목하지 않을 이유가 부족한 제 머리로는 생각나지 않았습니다. 보안? 이제는 보안 역량을 키우려 클라우드에 달려갑니다. 기술과 속도, 시너지, 자동화? 두 말 하면 입이 아플 지경입니다. 클라우드가 왜 초연결 인공지능 생태계의 관문이자 핵심인지 생각하면 답이 나옵니다. 우리 공공부문이 클라우드를 도입하지 않을 이유는 없어졌고, 그것이 꼭 AWS일 필요는 없지만 글로벌 인프라의 매력도 고려해야 할 사항이라는 점도 명확해 졌습니다. 우리는 지나치게 우물 안 개구리입니다.

공공 클라우드 도입과 관련된 당위성을 두고 많은 생각을 하는 가운데, AWS 공공부문 세션에서 가장 인상깊은 장면은 각 국가의 ICT 인프라였습니다. 이들은 우리가 종속의 우려로 꺼려하는 외국과의 협력을 거침없이 이어나가는 중입니다.

일장일단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외국과의 협력은 자칫 생태계 종속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클라우드와 같은 기반 인프라의 경우 문제는 더 커질 수 있겠지요. 그러나 AWS 공공부문 세션을 취재하면서 얻은 소득은, 우리는 시야를 더욱 넓게 가져갈 필요가 있다는 점입니다.

플랫폼 위 플랫폼. AWS와 같은 클라우드 플랫폼을 기반 인프라로 잡고 그 위에 비즈니스 모델로 작동할 수 있는 서비스 플랫폼을 올리는 방식입니다. 쉽게 말하면 유지비용을 클라우드에 집중시키고 기업들은 그 위에서 핵심 비즈니스에 집중하는 전략입니다. 클라우드가 꼭 AWS일 필요는 없지만, 클라우드 플랫폼과 비즈니스 플랫폼의 배치는 반드시 필요해 보입니다.

▲ 스웨인 첸 싱가포르 게놈 연구소 선임 연구원이 자국의 ICT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그 연장선에서 스웨인 첸 싱가포르 게놈 연구소 선임 연구원과의 인터뷰가 인상적입니다. 현재 싱가포르는 스마트 국가의 차원에서 다양한 ICT 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철저히 플랫폼 위 플랫폼 전략을 구사하는 중입니다. 클라우드와 게놈 연구, ICT 초연결 센싱과 사회 인프라 건설이 함께 움직입니다. 이들은 플랫폼 위 플랫폼 전략으로 새로운 세상을 개척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AWS와 같은 외부와의 협력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물론 우리는 다르게 접근해야 합니다. 싱가포르와는 상황이 다른데다, 우리의 ICT 기반 생태계도 중요하고 키워야하기 때문입니다. 무조건적인 AWS 도입에는 거리를 둬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다만 기본적인 플랫폼 위 플랫폼 전략을 구사하는 외국과 달리, 우리는 비슷한 시도조차 하지 않고 있어 문제입니다. 이런 분위기가 계속된다면 기반 플랫폼과 비즈니스 플랫폼을 무기로 삼아 전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이고 일관된 사용자 경험을 추구하는 외국의 공습에 우리는 힘없이 무너질 수 있습니다. 지금이라도 필요하다면 진지한 고찰을 전제로 싱가포르처럼 외부와 손을 잡아야 합니다. 취사선택을 통해 더욱 유리한 고지를 밟을 속도전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