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이성규 기자]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있는 롯데정보통신의 기업가치 산정 기준으로 PER(주가수익비율)이 적용됐다. 통상 SI기업의 가치평가 시 PER과 함께 거론되는 EV/EBITDA(기업가치/상각전영업이익)는 배제됐다.

국내 주요 그룹사의 지배구조개편 과정에서 밸류에이션 문제가 거론된 만큼 잡음을 최소화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상장 후 현대정보기술과의 합병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2014년 당기순이익이 흑자 전환한 이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PER 선정에 일조한 것으로 보인다.

2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최근 롯데정보통신은 코스피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했다. 내달 17~18일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실시할 계획이다. 희망공모가 밴드는 2만8300~3만3800원이다. 총 공모 규모는 1213억~1449억원이며 주관업무는 미래에셋대우가 맡았다.

기업가치 산정 과정에서는 PER이 적용됐다. 비교대상 기업으로는 포스코ICT와 신세계I&C가 선정됐다.

기존에는 밸류에이션 책정을 위해 EV/EBITDA 지표도 거론됐다. 롯데정보통신의 기업가치가 최대 1조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던 이유다. 하지만 PER만을 적용하면서 예상시가총액은 5555억원(할인율 적용 전 기준)으로 낮아졌다.

증권사 관계자는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개편 과정에서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등장으로 기업 가치 적정성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높은 상황”이라며 “올해 초 신동빈 회장의 구속으로 롯데그룹은 지배구조개편 중단 위기에 처하는 등 분위기도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구설수를 만드는 것보다 가장 보편적인 시장 기준(PER)에 입각해 밸류에이션을 결정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라고 진단했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10월 롯데지주를 출범했다. 지난 4월 1일에는 6개 비상장사를 분할합병해 순환출자고리를 해소했다. 롯데홈쇼핑 방송 재승인도 3년 연장에 성공했다. 8개 온라인 몰을 통폐합하고 3조원을 투자하는 이커머스 사업도 발표했다.

현재 상장을 앞둔 롯데정보통신은 앞서 구 롯데정보통신이 롯데IT테크와 롯데정보통신으로 분리되는 과정에서 탄생했다. 기업분할 후 롯데정보통신에 대한 대주주 일가의 지분이 없어지고 롯데IT테크가 롯데정보통신의 지분 100%를 소유하게 됐다. 이후 롯데IT테크가 롯데지주와 합병하면서 일감 몰아주기 규제에서 벗어나게 됐다.

이어 롯데지주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롯데정보통신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총수 부재로 대형 인수합병(M&A) 등은 답보 상태였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사태로 상장사는 물론 IPO를 준비하는 기업에도 불똥이 튀면서 롯데정보통신도 감리 대상에 올랐다.

한편, 롯데지주는 21일 신 회장이 1445억4700만원 규모의 롯데제과와 롯데칠성음료 보통주를 현물출자하고 롯데지주 신주 248만514주를 받는 형태의 유상증자를 단행한다고 밝혔다. 신 회장의 롯데지주 지분율은 8.63%에서 10.47%로 높아졌다.

업계에서는 신 회장이 오는 29일 개최되는 일본 롯데홀딩스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기업 지배력 강화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신 회장은 현재 구속수감 중이지만 지난 12일 재판부에 보석을 신청했다. 정기 주주총회에 직접 참석해 자신의 해임안건에 대한 소명기회를 갖겠다는 계획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신 회장이 그룹 지배구조개편과 지배력에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며 “당분간 계열사 상장과 M&A 등도 조용히 진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롯데정보통신의 순이익이 늘고 있는 만큼 PER 기준 밸류에 대한 우려는 덜은 상황”이라며 “상장 후 현대기술정보와의 합병이 다음 수순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