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10년째 우리 농수축산물을 유통 기획하는 일을 해오고 있다. ‘나의 소임은 산지를 다니며 농산물을 큐레이션하는 것’이라고 굳게 믿고 농어가를 직접 찾아 다녔고, 농민들의 자체 콘텐츠가 농업인들의 자생력을 기르고, 제값 받는 시장환경이 되리라 생각하고, 주류 구매시장이 된 이커머스 시장에 대해 계속 고민하고 분석해왔다.

농어민들의 입장에서 일하고, 말하다 보면 항상 ‘참을 수 없는 무거움’도 때론 느낀다. 복잡한 농어촌의 이해관계 때문이다. 지역별로 저마다 다른 농업의 구조, 매입·물류 환경, 농업 지도 환경 등 복잡한 메커니즘이 농업에 숨어 있다.

이커머스 환경은 예측할 수 없는 점입가경 그 자체다.

현재 이커머스 시장에서의 식품은 미끼 상품으로 취급되어 왔다. 이커머스의 대형 채널인 오픈마켓과 소셜은 시장선점을 위한 출혈경쟁으로, 한정된 노출구좌에 광고비를 집행하고 많은 상품을 노출해 매출을 일으켜야 한다. 채널 간의 치킨게임으로 인해 공헌이익이 낮은 식품의 경우 고객들을 유인하기 위한 미끼 상품인 것이다. 저가 가격비교로 유입된 고객들에게 생필품과 다른 고마진의 상품을 노출해 판매가 이루어지도록 하는 구도다.

이런 구조 속에서 상품의 본질적 가치와 제대로 된 평가가 이루어지기보다는 가격비교의 경쟁 아래에서 벤더구조가 형성되어 왔고, 벤더들은 농민들이나 생산자들에게 더욱 싼 제품을 요구하게 된다. 농민들은 더 열심히 농사짓고, 노력해야 더 좋은 농산물을 수확하고 제대로 평가받아야 고수익을 얻어가고 새로운 도전과 기회를 가지는데, 공판장에 가면 같은 가격을 받고, 오프라인 대형마트는 그들만의 리그이고, 주류시장이 된 이커머스 시장은 저렴한 상품만을 요구하는 환경이다. 이런 악순환이 생산, 유통, 소비단계에까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농민들이 제대로 기르고 제값 받는 환경, 소비자들이 제값 주고 좋은 품질의 농산물을 구매하는 환경이 조성돼야 이커머스 식품시장에서 건전성을 높이고, 농가도 자생력을 기르고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가격비교 중심의 시장이 아닌, 상품의 본질적 가치, 가치중심 콘텐츠를 통한 소비자의 상품인식 시장은 확대될 것으로 생각된다. 여기서 요즘 핫한 넷플릭스의 예를 들어서 앞으로의 식품 이커머스 시장을 예측하고자 한다.

이커머스의 식품시장 규모는 계속 확대되고, 소비자들이 다양한 콘텐츠와 고도화된 서비스를 통한 활용은 점차 그들의 니즈를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생각된다.

넷플릭스가 요즘 정말 핫하다. 서비스 방식도 새롭고 콘텐츠 퀄리티와 수가 압도적이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 계속 핫해질 것이라는 점이다.

 

넷플릭스, 뭔데 핫함?

넷플릭스는 영상 콘텐츠를 스트리밍 형태로 제공하는 디지털 온라인 플랫폼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넷플릭스는 넷플릭스다. 올드스쿨 비디오·DVD 대여점도 아니고, 영화관도 아니다. IP TV랑도 다르고 방송사도 아니다. 와레즈 사이트보다는 오피셜하고 스트리밍 사이트보다 고품질이다. 콘텐츠 제작사일 수도 있고 IT 기반의 스타트업 같기도 하다.

상기 거론된 어느 것 하나 넷플릭스 전체를 단박에 설명할 만한 것이 없지만 이 모든 것의 장점을 뒤섞어 놓은 것 같은 그 어떤 것이 넷플릭스다.

 

O2O 전쟁

최초의 넷플릭스는 일종의 DVD 대여점이었다. 당시 미국에는 블록버스터라는 대형 렌탈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하는 형세였고 후발주자이자 약자였던 넷플릭스는 온라인 주문·우편배송 서비스로 차별화를 꾀했다. 오프라인 매장 비용과 같은 진입장벽은 제거되었지만 그것만으로는 비관적인 전망과 우려가 높은 모델이었다. 매장 방문 VS 우편배송의 게임으로만 본다면 고객들에게 직관적이고 익숙한 매장 방문이 훨씬 유리하게 점쳐졌다. 보다 본질적인 측면을 들여다보면 매장과 우편의 싸움이 아닌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대결임을 쉽게 눈치 챌 수 있다.

당시는 영상매체를 담는 비디오 테잎, DVD와 같은 물리적인 저장매체의 교환이 온라인을 통해 이루어지는 세상을 상상하기가 쉽지만은 않은 시기였다. 그렇게 본다면 90년대는 O2O에 대한 고민의 태동기쯤이 될 것이다.

 

넷플릭스다움

넷플릭스의 특징을 세 가지로 요약하자면 앞서 말한 것처럼 온라인 플랫폼 기반이라는 점, 자체 제작 콘텐츠를 다량 보유하고 있다는 점 –그 콘텐츠가 상당히 매력적이고 재미있는 것은 덤- 사용자의 취향을 파악하고 예측하는 시네매치 시스템을 들 수 있다.

온라인 기반이다 보니 다양한 채널(디바이스)에서 스트리밍을 통해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트랜스미디어의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했다. 우수한 스트리밍 기술보유와 합리적인 과금모델은 고객들로 하여금 더욱 매력적인 서비스로 느껴지게 한다.

혹자들은 넷플릭스를 콘텐츠 제작, 보급사로 인식하고 있을 만큼 양질의 콘텐츠를 구비하는 것에 집중한 것은 비단 최근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넷플릭스는 창업 초기부터 이 점을 내부 강점에 맞춰두고 BM을 설계했다. 다만 당시에는 콘텐츠를 양산보다 확보에 주력했다면 어느 순간부터 기획, 제작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매력적인 넷플릭스의 영화를 보기 위해 이곳을 알게 되고 찾기 시작했다. <하우스 오브 카드>의 리마커블한 흥행이 오늘날 넷플릭스의 인지도와 명성을 견인했다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콘텐츠를 접하는 사람들의 행동은 특유의 흔적을 남긴다. 이 흔적들은 고객들의 선택을 돕고 콘텐츠 제작 기획에도 반영된다. 이것을 가능하게 만든 것이 시네매치 서비스인데 매칭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알고리즘을 공모하고 끊임없이 개선하는 모습에서 넷플릭스다움이 무엇인지 엿볼 수 있다.

이제는 사람들이 TV나 주류 언론매체를 통해 영상이나 정보를 얻기보다는 유튜브나 팟케스트를 통해 본인들의 콘텐츠를 선택하는 시대가 왔다.

신선식품 이커머스시장 또한 마찬가지다. 식품의 질과 서비스의 고도화는 당연한 부분이며, 고객들이 쉽고 편하게 접근성 있게 볼 수 있는 콘텐츠들이 그 상품의 브랜드와 고객들의 접근성을 높인다. 단순히 상품을 구좌노출해 판매하는 전형적인 방법은 이제 고객들의 만족을 충족시키기 어려울 듯하다.

양질의 농산물 콘텐츠가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고, 소비자들의 구매성향에 맞게 큐레이션된 콘텐츠가 전달되어, 소비자들은 그것을 인식하고 구매하는 환경이 이제 더욱 확대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