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정경진 기자] 하반기 부동산 시장은 정책 리스크가 커지면서 아파트값이 하향세를 보일 것이란 업계의 전망이 나왔다. 정부정책 이외에도 하반기 금리인상이 또 하나의 부동산 시장 불안요인으로 지목됐다. 이와 함께 재건축 중심의 정부 규제 강화로 주택정비가 한계에 이르고 도시재생이 이를 대체하는 방향으로 시장이 변화할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부동산 업계는 ‘하반기 부동산 시장 전망'에서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역, 조정대상지역 내에서 주택시장 규제가 지속되는 가운데 대출규제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보유세 강화 등 부동산 시장에서 내부적인 용인과 금리인상, 경기침체 등 외부적 요인이 맞물리며 올 하반기 아파트값이 하향 안정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지난 2~3년 분양시장 호황기에 공급됐던 아파트가 입주를 시작해 수도권을 중심으로 수급 불균형이 상당 부분 완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반기 전국 기준 22만3951가구가 입주 예정인 가운데 절반 이상인 11만8395가구가 수도권에 공급된다. 아파트 공급이 그동안 제한적인 서울의 경우 수급불균형의 정도가 상당 부분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경기 남부권을 비롯해 이미 공급초과로 매매시장이 위축된 지방은 공급부담이 더 가중될 것으로 전망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실장은 21일 부동산114가 주최한 ‘2018부동산포럼’에서 “아파트 가격의 경우 수급에 따른 조정이 진행 중으로 서울은 상승세를 지속하고 경기도는 상승폭이 둔화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지방광역시는 하락세로 전환했고 지방아파트는 하락세를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곧 발표되는 보유세 개편안에 따라 시장의 관망세가 유지되면서 보합세를 강하게 나타낼 것이란 추측도 이어졌다. 안명숙 우리은행 투자지원센터 부장은 “주택 매매가의 경우 호가가 강남 등이 우선적으로 하락하고 있어서 하반기에는 약보합세일 것으로 전망된다”며 “보유세 개편안이 나오고 나면 상승폭이 현재보다 더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부동산 시장 정책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서울 아파트 시장의 경우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시점을 기준으로 1분기와 2분기가 사뭇 다른 양상을 보였다. 올 1분기에는 양도소득세 중과 시행 전 다주택자들의 매물 처분과 똑똑한 한 채를 찾는 매수세가 만나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졌다.

그러나 2분기 들어서면서 매도자와 매수자 모두 관망세를 보이며 부동산 시장은 소강상태로 전환됐다. 1~3월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은 1.67~1.25%를 보였지만 4월 0.41%, 5월 0.19%로 급격하게 변동률이 하락했다.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 증감률 역시 1분기에는 1%대 안팎을 넘나들었지만 4월 0.03%, 5월 0.13%에 그쳤다.

이에 더해 서울 집값의 바로미터인 재건축 시장에서 초미의 관심사인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액이 예상보다 높게 산정되면서 재건축 시장은 급격히 위축됐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액 첫 대상지인 서초구 반포동 반포현대는 1인당 재건축 초과이익 부담금이 1억3569만원으로 산정됐다. 반포현대조합은 분담금을 7000만원 선으로 추정했지만 2배 가까이 불어난 것이다. 이에 일부 단지는 부담금이 최고 8억400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5월 기준 서울 강남 4구 초과이익환수 대상 아파트 시세 총액이 전월 대비 0.18% 줄어들었다.

서성권 부동산114 책임연구원은 “재건축 초과이익 분담금 쇼크 이후 관망세에 들어간 서울 재건축 아파트 시장은 반포주공 1단지(3주구), 대치쌍용2차 등 하반기 재건축초과이익 환수 대상 아파트의 부담금 정도에 따라 분위기가 좌우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서울 재건축 단지 중 71%인 114개 단지가 서울 강남과 송파, 서초, 강동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전국 재건축 사업장은 448개, 재개발 사업장은 1438개에 이른다. 이 중 재건축 사업장은 ▲서울 36%(161개 단지) ▲경기 13% ▲부산 16%로 세 지역에 65%가 집중됐다.

부동산 업계는 재건축 중심의 규제 강화로 주택정비가 한계에 이르고 도시재생이 이를 대체하는 방향으로 시장이 변화할 것으로 전망한다. 김덕례 실장은 “재건축 재개발 정비시장은 규제 강화로 속도조정이 불가피하다”면서 “하반기 재건축은 약세를 지속하고 노후주거지정비 혹은 재개발이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강남에 집중된 재건축 시장의 속도조정은 장기적으로 지방과 강북 재건축 시장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데다, 재건축 연한 강화 등으로 오래됐지만 재건축 연한을 채우지 못한 아파트들이 당분간은 저렴한 임대주택으로 세입자들에게 공급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재개발 사업장은 ▲서울 19%(280단지) ▲경기 15% ▲부산 13% ▲대구 10% ▲충남 9% 등 5개 지역에 66%가 집중됐다. 서울의 경우 영등포구, 은평구, 용산구, 동대문구, 서대문구, 성동구 등 비 강남권 지역에 재개발 사업장이 몰려 있다.

▲ 출처=주택산업연구원

하반기 금리인상이 또 하나의 부동산 시장 불안요인으로 지목됐다. 최근 미국이 기준금리를 종전 1.75%에서 0.25%포인트 상승한 2.00%로 높였고 하반기 두 차례 더 금리인상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한국은 기준금리를 1.50%를 유지하고 있지만 주택담보대출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 금리가 상향조정됐다. 미국 기준금리 상승으로 미국 국채금리가 따라 오르며 이에 연동하는 국내 시장금리도 끌어올리는 모습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KEB하나·우리·NH농협 등 주요 시중은행은 잔액 코픽스와 연동한 주담대 금리를 0.01~0.03%포인트씩 일제히 상향 조정했다.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6개월 새 최대 0.22%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서성권 책임연구원은 “시중 은행들도 주택담보 대출금리를 올려 가계부채에 부담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출금리가 심리적 저항선이라 불리는 연 5%를 웃도는 경우 향후 부동산 시장이 받는 부담은 상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반기 전세시장은 상반기와 비슷한 수준의 약보합세를 보일 것이란 시각이 우세했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장은 <이코노믹리뷰> 전화통화에서 “전세가격은 하락폭이 조금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성권 부동산114 책임연구원 역시 “수도권은 재개발·재건축 이주를 앞두고 있는 정비사업장 인근에서는 일시 전셋값 상승이 예상되지만, 이주 시기가 분산되면서 전체적으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공급부담이 누적되고 있는 세종, 경상, 충청 등 지방 아파트 전세시장도 신규 아파트 공급이 해소되지 못한다면 역전세난 발생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의 각종 정부 규제책으로 침체한 기존 주택시장과 달리 신규 분양시장은 하반기 서울과 지방광역시 중심으로 청약시장이 흥행을 지속할 것이란 전망도 이어졌다. 김덕례 정책실장은 “서울 11개 단지는 모두 1순위 청약 마감됐지만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분양한 137개 단지 중 1순위 청약미달 가구는 전체 38%로 집계됐다”며 “지방의 경우 수백대 1의 청약단지가 있었던 반면 1순위 청약률이 0인 단지도 등장했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과 경기도 일부 지역, 지방광역시는 유요한 잠재수요가 대기하고 있어 이들 지역을 중심으로 청약시장은 현재의 흥행을 이어가며 단지별 차별화도 지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주택사업자들은 하반기 주택사업 전망이 어두울 것으로 바라봤다. 주택산업연구원이 한국주택협회와 대한주택건설협회 회원사를 대상으로 주택사업 전망을 조사한 결과 ‘하반기 주택사업 여건이 좋지 않다’고 응답한 비율은 전체의 85.9%를 차지했다. ‘매우 안 좋다’는 8.1%이며 ‘좋다’고 응답한 비중은 6.1%에 그쳤다. 서울 주택사업여건에 대해서는 절반에 가까운 49.0%가 좋다고 응답했다. ▲좋지 않다 43.0% ▲매우 좋다 6.0% ▲매우 안 좋다 2.0% 순으로 이어졌다. 국내 미래주택사업 전망에 대해서는 전체 76.8%가 좋지 않다고 바라봤으며 18.2%만이 좋을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해외 미래주택사업 전망은 좋지 않다고 바라본 비중이 61.6%이지만 좋을 것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35.4%를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