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신용평가기관 무디스(Moody's)의 주요국 국가 신용등급 비교표. 한국은 세 번째로 높은 'Aa2' 등급을 받았다. 출처=기획재정부

[이코노믹리뷰=송현주 인턴기자] 국제신용등급평가사인 무디스(Moody’s)가 지난 18일 한국의 국가신용등급과 전망을 ‘Aa2’, ‘안정적’으로 발표했다. 무디스는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이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와 ‘고령화’에 발목 잡혀 있다고 지적했다. 

무디스는 2015년부터 3년째 한국의 국가신용등급 과 전망을 ‘Aa2’와 ‘안정적’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3대 국제신용등급평가기관 중 하나인 스탠더드앤푸어스(S&P)도 지난해 8월 우리나라의 국가신용등급을 ‘AA(안정적)’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무디스는 우리나라의 외화 채권, 원화 채권, 선진국 중 가장 빠른 경제 성장률, GDP 대비 낮은 대외부채, 외환보유액은 매우 높게 평가했지만 고령화 때문에 성장잠재력이 둔화될 것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무디스는 우리나라의 지난해 경제 성장률(GDP성장률)이 3.1%로 2016년 2.8%에서 0.3%포인트 상승했는데 이는 주요 20개국 중 가장 빠른 성장이라고 호평했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올해 5월 말 기준 3989억8000만달러로 전월 말 대비(3984억2000만달러) 5억6000만달러 증가하는 등 대외 변동성에 대한 안전망도 탄탄하다.  

무디스는 한국 신용등급 상향조정의 가장 큰 걸림돌로 "여전히 존재하는 지정학적 리스크"라고 꼬집었다. 지정학 리스크가 상당히 많이 빠졌지만 여전히 지속하는 게 문제라는 것이다. 무디스는 한국 국가신용등급의 하향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은 "한반도의 전쟁 위험도 증가, 고령화에 대응한 정부의 구조개혁 미흡, 정부의 재정 악화, 국영기업의 부채 증가"라고 강조했다.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하지 않으면 상향 어려워 

무디스와 S&P가 지적한 한국 신용등급의 도전요인 중 공통분모는 ‘한국의 지정학적 리스크’다.

무디스는 한국의 신용등급을 상향 또는 하향시킬 수 있는 요인으로 세 가지를 제시했다. 그것을 하느냐 하지 않느냐에 따라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이 올라갈 수도 있고 반대로 내려갈 수 있다는 뜻이다.

우선 지정학 리스크를 낮추기 위한 실질적이고 '돌이킬 수 없는(irreversible)' 실행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즉 무디스는 북한의 비핵화,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정착과 북한의  외교·경제적 고립 종식은 한국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낮출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대로 한반도에서 군사적 분쟁 위험을 높이는 긴장 고조나, 북한 정권의 붕괴와 같은 지정학 리시크의 상승, 구조개혁 후퇴,정부 재정의 대규모 악화와 같은 일이 발생하면 한국의 신용등급은 떨어질 수도 있다.

남북 대화를 추진하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 방향은 정권의 이익뿐 아니라 대한민국 국가신용등급이라는 국가이익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민간연구기관인 한국경제연구원(KERI) 박병준 선임연구원은 올해 1월 발표한 ‘최근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국가신용등급 변동 가능성 점검’에서 “한반도 지정학적 리스크는 3대 신용평가 기관(무디스, S&P, 피치)이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결정할 때 ‘등급 상승요인’과 ‘등급 하향요인’으로 동시에 꼽는 중요한 변수”라면서 무디스가 지난해 8월 한국의 ‘리스크 민감성 측면’ 평가를 2등급 하향한 것을 언급했다.

박 선임연구원은 “최근의 지정학적 리스크는 이미 현재의 신용등급에 반영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리스크가 한국의 신용등급 ‘저평가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는 “실제로 피치(Fitch)는 자체 등급평가 모델에서 한국의 신용등급이 AA로 산출됐으나 위원회 논의 단계에서 지정학적 리스크가 최종 등급을 AA-로 낮추었다고 밝혔다”면서 정부 차원의 해결방안의 시급하다고 말했다.

특히 무디스는 한국 국가신용의 약점으로 언급한 지정학적 리스크, 고령화 대응 미흡, 높은 가계부채 중 ‘북한 관련 높은 지정학적 리스크’를 가장 먼저 지적했다. S&P와 피치도 마찬가지다.

▲ 외국인의 상장주식과 상장채권 투자 동향이 지난해 7월, 9월, 11월에 있던 북한의 화성14호 발사, 제6차 핵실험, 화성15호 발사에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출처=금융감독원, 한국경제연구원

2020년부터 인구고령화 가속화... 대책 시급해

남북관계의 불확실성도 문제지만 심화하는 ‘고령화’ 문제에 대한 정부의 대응도 시급하다.

무디스는 우리나라의 성장잠재력을 낮추는 고령화는 높은 생산성으로 '일부' 상쇄된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고령화는 한국의 경제 성장을 저하시키는 핵심요인이라는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6년 가구주 연령이 65세 이상인 고령자 1인 가구는 129만4000가구로 전체 고령자 가구 386만7000가구 중 33.5%를 차지한다.

장래가구추계에 의하면 고령자 1인 가구는 계속 증가해 2045년에는 371만9000가구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통계청은 지난해 우리나라 65세 이상 고령자는 전체 인구의 13.8%를 차지했으며 2045년에는 47.7%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 우리나라의 고령자와 고령자 1인 가구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출처=통계청

정부는 저출산·고령사회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2005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을 추진해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힘을 쓰고 있지만 효과는 미미하다.

저출산은 양육수당 지원, 무상보육, 육아기근로시간단축제 등 예산을 투자해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출산율을 높이려면 사회신뢰도, 교육환경, 사회안정성 등 사회 전체의 분위기를 바꾸고 ‘삶의 질’ 수준을 높여야 하기 때문이다.  

통계청은 올해 2월에 발표한 ‘2017 출생·사망통계 잠정 결과’에서 우리나라의 출생아 수 35만 7700명으로 지난해 대비 4만8500명(-11.9%) 감소했다고 밝혔다.

합계출산율은 1.05명으로 출생통계 작성(1970년) 이래 최저치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출생아 수는 올해 3월 기준 3만 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 대비 9.6%(3200명) 감소했다.

▲ 저출산 대책 예산은 큰 폭으로 증가하지만 출산율은 계속해서 감소하고 있다. 출처=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기획재정부 경제구조개혁국 한재용 인구경제과장은 “현재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와 계속 협의 중”이라면서  “2015년에 발표한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의 재구조화를 추진하고 있다. 재구조화란 저출산과 고령화에 관련성이 떨어지는 사업을 제외시키고 저출산·고령화 사업을 다시 설계한다는 의미다”고 말했다.

한 과장은 “올해 7월 초에 돌봄 문제, 주거 문제를 크게 다룬 새로운 저출산 대책을 발표할 것이다”면서 “10월에는 재구조화 시킨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