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견조한 성장과 안정으로 신흥국 위기와는 거리가 있을 것이라고 여겨졌던 아시아 신흥 강국에서도 금융위기 이후 최대 속도로 자본이 이탈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출처= 블룸버그 캡처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썰물 때에 배를 띄운다는 말이 있다. 신흥 시장에서의 자본 이탈이 계속되는 가운데, 투자자들이 경제 성장 전망이 견고하고 안정적 채권 발행을 하고 있는 아시아 국가들에서 조차 발을 빼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해외 자금들이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보지 못했던 속도로 6개 주요 아시아 신흥국에서 빠져나오고 있다. 블룸버그의 데이터 파일에 따르면, 올 들어 지금까지 견조한 성장과 안정으로 신흥국 위기와는 거리가 있을 것이라고 여겨졌던 인도, 인도네시아, 필리핀, 한국, 대만, 태국 등 아시아 6개국에서 190억 달러(21조원)이 이탈한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지난 1분기에 미 연준의 통화 긴축에도 탄력성을 보였던 아시아 신흥시장이 지난 2개월 사이에 산산히 부서졌다. 엔화를 제외한 아시아 주요 10개국 통화 가치를 산정하는 ‘블룸버그-JP모건 아시아 달러 인덱스’가 최근 2주 동안 내림세를 기록하면서 18일 올 들어 최저점까지 떨어졌다.

미 연준은 지난 13일 기준금리인 연방기금 금리를 기존 1.50~1.75%에서 1.75~2.0%로 0.25%포인트 올렸다. 지난 3월에 이어 올 들어 두 번째 금리인상을 단행한 것이다. 연준은 올 하반기에도 두 차례 더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임을 시사함으로써 신흥시장의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도 지난 14일 통화정책회의에서 올해 연말까지 양적완화를 종료하겠다고 선언했다. ECB는 현재 300억 유로(약 38조원)인 월 자산 매입 규모를 9월 말까지 유지하고, 10월부터 12월까지 자산 매입 규모를 월 150억 유로로 줄이기로 결정했다. ECB의 자산 매입은 연말에 완전히 종료된다.

그동안 많은 전문가들이 아시아 신흥국가들의 높은 경제성장률과 정치적 안정 등 펀더멘탈의 단단함을 지적하면서 이 지역에 대한 투자가 여전히 유망하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그러나 미 연준에 이어 ECB까지 통화긴축 기조로 돌아서면서 글로벌 유동성이 크게 압박을 받기 시작했다. 블룸버그통신은 글로벌 유동성의 압박과 함께 외국인 투자자본의 신흥시장 이탈 현상이 나타나면서 신흥시장에 “적신호”가 켜지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터키와 인도네시아, 인도, 필리핀, 아르헨티나 등 신흥국들도 최근 금리인상을 단행했다.

달러화 가치 상승에 따른 달러표기 외채 상환 비용도 신흥시장의 불안을 더하는 요인이다. 내년 말까지 만기 상환해야 하는 신흥시장 채권 규모는 2490억 달러(270조원)에 달한다. 신흥시장이 안고 있는 부채의 3분의 2 이상이 달러화 부채이다. 국제금융협회(IIF) 자료에 따르면 2017년 말 현재 신흥시장 국가들의 달러화 외채는 8조 3000억 달러(9000조원)에 달한다.

그러나 뱅크오브어메리카 메릴린치(Bank of America Merrill Lynch)는 신흥시장에 대해 여전히 낙관적인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 메릴린치는 18일 내놓은 보고서를 통해 태국의 바트와 필리핀 페소화의 가치가 올해 말 소폭의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올 들어 가장 좋은 실적을 보인 신흥시장 10개 통화 중 6개는 아시아 지역에서 나왔다. 말레이시아 링깃과 중국 위안화 가치는 올 들어 각각 1.2%와 1.1%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