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진종식 기자] 올해 들어 원·달러 환율이 처음으로 1100원선을 돌파했다. 한미 기준금리 격차 확대되면서 예상된 일이었지만 그 속도가 빠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북미 정상회담 이벤트 소멸, 한국 경제지표 부진과 기업 실적 전망 약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시장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이 오버슈팅 구간에 들어서면서 원화 약세가 다소 주춤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미국의 물가 상승가능성이 여타 국가보다 크다는 점, 긴축속도가 빠른 것이라는 점에서 달러 강세 기조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주를 이룬다. 우리나라 수출 증가율도 둔화되고 있는 만큼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시장 전반 이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일 원·달러 환율은 1104.8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올해 들어 처음으로 1100원을 넘었다.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는 것은 원화 약세를 뜻한다. 국내 시장에서 자금이 이탈하고 있는 것이다. 19일에도 원·달러 환율은 장중 전일보다 2.9원 오른 상승세를 유지했다.

주식시장도 맥을 못췄다. 지난 18일 코스피 종합지수는 전일대비 1.16% 내린 2376.24로 거래를 마쳤다. 올해 최저점(종가기준, 2363.77)을 하회하진 않았지만 추가 하락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북미 회담 이벤트 종료...과도한 원화 강세 해소 국면

최근 원·달러 환율이 상승세로 급전환하고 있다. 외국인의 증시이탈 속에서도 원화는 강세를 보였으나 상황이 반전된 것이다.

원달러환율은 지난 11일 이후 일주일 사이에 달러당 1071.50원에서 1104.50원으로 상승,  33.00원(3.07%)이나 치솟았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경제 상황 등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원화가 과도하게 강세를 보였던 것"이라며 "기대감이 높았던 북미 회담 이벤트가 종료되면서 제 가치를 찾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원·달러 상승 속도가 빠를 수밖에 없었던 이유"라고 설명했다.

▲ 원달러 환율 추이 [출처:한국거래소]

원달러환율의 상승세 반전은 수출지표 발표와도 시기상으로 맥을 같이하고 있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올해 1~5월 수출 총액은 2462억달러다. 전년 2278억달러 대비 184억달러(+8.1%)가 늘었다. 하지만 직전년도 증가율(16.2%)에는 미치지 못했다.

수출 총액의 20%를 차지하는 반도체 부문은 같은 기간 501억달러를 기록했다. 전년 348억달러 대비 153억 달러(+43.8%) 증가한 수치다. 전년도 증가율(48.9%) 대비 둔화된 모습이다.

한 시중은행 외환딜러는 "달러매입을 위한 자금이 몰리면서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고 있다"며 "환전 자금이 타국이나 본국으로 이동하는지 여부는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김선태 KB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G2간 무역전쟁, 보호주의 무역, 유럽연합과 G7 내부 갈등 등으로 글로벌시장이 불투명하다"며 "국내서는 원달러 환율이 오르자 주식을 매도하고 달러를 사려는 매수세가 몰리면서 환율 상승을 부추기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한미 기준금리 격차가 0.5%포인트로 벌어진 상황이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미국 달러는 대표 안전자산이다. 올해 경제 성장률도 한국 대비 미국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기준금리 격차가 추가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불안심리가 지속될 경우 국내로부터의 자금이탈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일각에서는 달러 강세가 주춤해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단기적으로 원·달러 환율이 과도한 급등을 보였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달러 강세 기조가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데 큰 이견은 없는 상황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G2 무역 분쟁은 우리나라와 같은 수출주도형 성장 국가에 큰 타격"이라며 "현재는 기준금리 등의 이슈보다 무역 분쟁이 환시장은 물론 국내 주식시장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 무역분쟁은 트럼프 집권기간 동안 지속될 수 있는 만큼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내증시 외국인 투자자 매도 언제까지

외국인 투자자는 국내 증시에서 발을 빼고 있다. 지난 2월 미국의 금리인상 발언과 미국 트럼프 정부의 자국 이익 우선주의에 입각한 보호무역 천명이 기폭제 역할을 했다고 전문가들은 판단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내주식 매도는 지난 2월부터 증가하기 시작, 6월 현재 지속되면서 규모를 늘려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최근 3개월 동안 외국인 투자자의 주식 매도 동향을 보면 4월 1조370억원, 5월 8112억원, 6월18일 현재 9600억원 등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 투자자별 코스피 누적순매매 추이(단위:억원) [출처:한국거래소]

증권사 주식거래 상황실 관계자는 "외국인 투자자의 주식 매도 거래량이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라며 "고평가 되거나 글로벌 경기에서 영향을 많이 받을 수 있는 무역거래 주요 종목들이 우선 매도 대상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무역갈등 발발 시 우리나라 주력 수출 품목인 IT 하드웨어 관련 밸류체인에 매도세가 집중됐다. 결국 증시 분위기 반전은 단기적으로 무역갈등 해소, 중장기적 관점에서는 달러 방향성에서 찾을 수 있다.

한 자산운용사 운용역은 "11월 미국 중간 선거 전까지 무역 분쟁 이슈는 지속될 것"이라며 "달러 약세 유도를 위한 정치적 전략이지만 Fed의 기준금리 인상, 유럽 정정불안 영향이 커지면서 오히려 '안전한 미국'이 달러 강세를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국내 증시는 수출 전망이 불투명해 당분간 외국인 유턴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