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워크 여의도점 내부 모습. 사진=이코노믹 리뷰 정경진 기자

[이코노믹리뷰=정경진 기자]공유오피스 업체인 위워크(WeWork)가 여의도 휴렛팩커드(HP)빌딩을 비롯해 공실에 시달리는 오피스의 임차인으로 들어가면서 오피스 공실난의 해결사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까지 공유오피스 내 수요가 한정된 상황에서 위워크의 공격 행보를 우려하고 있는 시각도 있다.

19일 글로벌 부동산서비스업체 존스랑라살르(JLL)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여의도권 공실률은 25.4%로 전분기 대비 6.0% 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강남권역(GBD)과 도심권역(CBD) 등은 각각 4.63%, 15.7%를 나타냈다.  서울 전체 공실률은 전분기 대비 2.2%포인트 오른 13.8%로 조사됐다.

서울A등급 오피스의 평균 실질 임대료는 3.3㎡당 8만8531원으로 전분기 대비 1.2%포인트 하락했다.

대형 임차인들이 소유 사옥으로 이전하면서 생긴 공실률 해소 부담이 지속되면서 서울 A등급 오피스의 평균 렌트프리(무상임대) 기간은 전분기 대비 0.2개월 늘어난 3.3개월로 조사됐다.

이처럼 오피스 시장의 공실이 끝없이 생겨나면서 공유오피스 업체인 ‘위워크’는 공실 해결사로 떠올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위워크는 역삼대세빌딩 14층 공실 전부를 비롯해 PCA생명타워 공실을 해결했다. 여의도 HP빌딩의 경우 지난해 HP의 이전으로 공실 우려가 확대됐지만 위워크가 한꺼번에 7개 층을 확보하면서 이 같은 우려를 잠재웠다. 지난 2016년 삼성동 홍우빌딩에서 시작한 위워크는 올해 9월 ‘종로타워’ 종각역점을 추가하면 총 10개의 지점을 오픈하게 된다.

외국계 부동산 회사 오피스 임대차 관리 관계자는 이날 이코노믹리뷰에 “당장 오피스 공실을 줄이는 것이 최대 과제인 만큼 서울 프라임급 오피스를 관리하는 부동산 회사들의 LM(임대차사업)팀들이 위워크를 임차인으로 모시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보수적인 태도를 취하는 투자자들은 공유오피스가 오피스 빌딩 자체의 자산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놓고 있다. 결국 오피스를 위워크가 임대한 후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에게 재임차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F’투자자산운용사 한 관계자는 “물리적인 측면으로 봤을 때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건물을 사용하는 것 자체가 건물의 가치를 낮춘다”면서 “해당건물에 어떤 임차인이 입주해있는지는 건물의 가치를 결정하는 중요한 평가 요소”라고 말했다.

실제 CBRE 아시아·태평양 본부 리서치팀이 발표한 ‘아시아 퍼시픽 인베스터 인텐션 서베이 2018’ 보고서에 따르면 건물 연면적의 80% 이상을 공유오피스로 채울 경우 건물 가치가 더 하락한다고 본 투자자의 비율은 61%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물 연면적의 60~80%가 공유오피스일 경우 건물가치를 떨어뜨린다는 답변 역시 56%로 집계됐다. 건물가치 상승에 도움이 된다는 답변은 17%에 불과했다.

그러나 정해진 근무시간에 고정된 업무공간에서 일하는 관행이 사라져 가면서 유연한 업무 환경 구성을 위해 공유 오피스를 이용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는 것은 전 세계적인 트렌드임은 무시할 수가 없는 사실이다.

글로벌 사무공간 컨설팅 기업 IWG는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96개국에서 다양한 산업분야 전문가 1만8000명을 대상으로 업무환경을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3분의 2가 매주 원격근무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53%는 일주일에 절반 이상 원격근무를 한다고 응답했다. 한국의 경우 응답자의 51%가 일주일의 2.5일 이상을 사무실이 아닌 다른 장소에서 근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을 통해 일하는 ‘모바일 오피스’가 구축되는 등 스마트 워크 시대에 접어들면서 업무공간에 대한 개념 역시 변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외국계 컨설팅 그룹의 한 관계자는 “공유오피스 전환은 거스를 수 없는 트렌드”라면서  “시간과 공간의 공유가 이뤄지면서 정해진 공간에서 일하는 것은 오히려 비용을 더 많이 발생시키는 만큼 건물주도 이 같은 흐름에 적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공유오피스가 현재 전 세계적인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지만 수요와 공급의 적절성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위워크는 공격적으로 지점수를 늘리면서 올해 9월까지 국내에 약 1만5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게 된다. 임대수익을 올리기 위해서는 위워크 역시 입주자들을 꾸준히 유치해야 하지만 최근 대기업들의 공유오피스 시장 진출 등 경쟁사들이 증가하고 있어 공급과잉 우려가 제기되는 것이다.

한화생명은 지난 4월 강남에 15개층 2500석 규모의 강남권 최대 공유오피스인 ‘드림플러스’를 개관했다. 현대카드는 이보다 앞선 지난해 강남역 인근에서 공유오피스 ‘스튜디오블랙’을 열었다. 이달에는 건설관리 기업 한미글로벌의 자회사 이노톤이 만든 ‘이노스페이스’도 강남구 역삼동에 오픈했다. 현재까지 위워크 주고객이 창업자들인 상황에서 이들의 재계약 가능성 역시 시장에서 검증되지 않은 부분이기에 급격한 몸짓 부풀리기가 독이 될 수 있다는 시각이다.

외국계 부동산컨설팅회사 관계자는 “수요 대비 공유오피스 시장 공급자들이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며 “보통 위워크를 1년 단위로 사용하는 경우가 대다수인데 그 이후에도 재사용하는지는 시장에서 검증이 되지 않았고 오히려 기존 입주사들의 (타공유 오피스로의)유출이 빈번하다”고 말했다.

그는 “위워크가 렌트프리(무상임대)기간과 핏아웃(입주시 무료로 인테리어 공사 기간을 주는 것으로 관리비만 지불하는 시기)기간을 활용해 최근 입주한 곳이나 향후 입주예정인 빌딩에 대해 최대 5~8개월 가량 임대료를 내지 않아도 되는 만큼 사업 초반에는 현금유동성이 여유가 있지만 이후부터는 임대료를 전부 납부해야 하는 대신 경쟁사들 간 입주자 모시기가 더 치열해져서 비즈니스가 안정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