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초 미국의 유명인사 2명이 불과 3일 간격으로 사망하면서 미국이 충격에 빠졌다.

유명 스타들이 약물 과다복용으로 사망하는 일은 드물지 않다. 하지만 특히 이들의 죽음이 미국인들에게 충격을 안긴 것은, 평범한 사람들이 보기에는 세상의 모든 것을 다 가진 듯한 사람들이 자살로 생을 마감했기 때문이다.

한국은 이미 자살공화국이라고 널리 알려진 대로 유명 연예인에서부터 재벌 기업의 CEO까지 워낙 자살이 많다. 그런데 미국 역시 자살이 증가하고 있어서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유명한 패션 브랜드인 케이트 스페이드를 만든 디자이너 케이트 스페이드는 지난 6월 5일 뉴욕 맨해튼의 부촌으로 알려진 어퍼이스트 파크 애비뉴에 있는 자신의 아파트에서 자살했다.

1993년 남편과 함께 자신의 이름을 딴 브랜드 ‘케이트 스페이드’를 선보여서 성공적으로 만들었고, 이후 딸의 이름을 딴 브랜드도 론칭하는 등 승승장구하는 듯 보였으나 6년 전부터 극심한 우울증을 앓아온 것이 자살의 이유로 분석되고 있다.

CNN에서 음식 칼럼니스트로 활약하는 동시에 유명 요리사인 앤서니 보데인은 지난 6월 8일 CNN프로그램 촬영차 방문한 프랑스에서 자살해 숨진 채 발견됐다.

앤서니 보데인은 특히 지난 2016년 5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베트남을 방문했을 때, 함께 하노이의 허름한 길거리 식당에서 식사를 하는 모습이 방송으로 전해지면서 전 세계적으로도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 이미지투데이

한국도 방문한 적이 있으며 미국에서도 한식이 인기를 얻고 있다면서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한국음식은 부대찌개라고 밝힌 바 있다.

이들 유명인사의 자살로 인해서 최근 미국에서 증가하는 자살률에 대한 경각심이 더해지고 있다.

미국 연방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지난 7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999년부터 2016년까지 미 전역에서 인종과 성별, 연령에 상관없이 자살 건수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미국 전 지역에서 평균적으로 28% 증가했으며 이 중 절반 이상의 주에서는 자살이 3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에는 미국 내에서 자살한 사람의 숫자가 무려 4만5000명에 달해 치매, 약품 남용과 더불어 자살이 미국의 3대 사망 원인 중 하나로 집계됐다.

전체적으로는 자살은 미국인의 사망 원인 10위에 늘 포함된다.

자살률이 감소한 네바다를 제외하고 모든 주에서 이 기간 동안 자살이 증가했는데, 특히 미국 중서부에 위치한 노스다코타는 해당 기간에 자살률이 58% 가까이 늘어나 가장 큰 폭의 증가율을 나타냈다.

미국에서는 연간 10만명당 13.7명이 자살하는데 몬태나는 연간 10만명 중 29.2명이 자살해 가장 자살률이 높은 주로 조사됐다. 이는 미국 경제가 최악으로 치닫던 대공황 시기의 자살률 10만명당 17.4명보다 훨씬 높은 자살률을 나타낸다.

연령별로는 모든 연령대에서 자살률이 증가했는데 특히 중장년층 이상인 45~64세 연령 구간에서 자살률이 가장 크게 증가했다.

청소년, 청년층인 10세에서 24세의 자살률은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인들의 자살은 금전적 어려움과 인간관계 문제와 크게 연결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로 제조업체들이 빠져나간 후 경기가 침체된 지방지역에서 자살률이 높은 것도, 실직으로 인한 재정적 문제와 함께 인구 밀도가 높지 않아서 대화를 나누거나 고민을 털어놓을 사람들이 없이 고립된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특히 <뉴욕타임즈>는 자살과 관련한 기사를 통해서 자살은 특히나 우울증과 같은 정신적 문제와 연결된 경우가 많아서, 이를 제때에 치료해주기만 해도 자살률이 현저히 줄어들 수 있다고 정부의 좀 더 적극적 대처를 요구했다.

2016년 3대 사망 원인에 들어갈 정도로 심각한 문제가 됐지만, 아직도 자살은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하는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한 예산 투입이 다른 질병 등에 비해 현저히 낮다는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