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민들이 노량진의 유명 고시학원 앞 대로변을 걸어가고 있다. 사진=송현주 인턴기자

[이코노믹리뷰=송현주 인턴기자] 공시생(공무원 시험 준비생)과 고시생들의 연단(鍊鍛)의 땅, 노량진.  최근 인터넷 강의(인강)의 확산으로 노량진 학원가의 수강생이 감소해 노량진 상권이 활력을 잃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노량진역 3번 출구 앞 학원가에 있는 대형고시뷔페 ‘고구려’의 폐업도 지는 상권의 증거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기자는 노량진이 정말 ‘지는 상권’인지 알아보기 위해 지난 15일 오후 2시께 노량진동을 찾았다.

노량진 학원가, 인강에 밀려 학생수 정말 줄었나

노량진역 3번 출구에 도착해 점심시간이 지난 오후 2시에서 3시 사이 골목 사이사이와 폐업한 ‘고구려’ 식당 앞 대로변을 관찰했다. 발 디딜 틈 없이 붐비지는 않았지만 오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은 끊이지 않았다.

기자는 A고시학원 건물 1층에 서있는 수강생에게 다가가 학원의 학생 수가 감소했는지 질문했다.

그러자 임용고시학원을 다니는 서모(27·남)씨는 “2년째 임용고시학원을 다니면서 공부를 하고 있는데 학생 수는 지난해와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기자는 의문을 가지고 고시학원 사이에 있는 공인중개소와 인근 가게를 돌아다니며 질문했다.

E공인중개소의 한국공인중개사협회 박준식 동작구 지회장은 “고시뷔페 ‘고구려’는 이미 5~6년 전에 매물이 나왔다. 그런데 마치 노량진 상권이 망해 ‘고구려’가 문을 닫은 것처럼 말하는 것은 억지다”고 주장했다. 박 지회장은 “‘고구려’는 철거가 끝나고 내부공사 후에 대규모 PC방이 들어설 계획이다. 만약 상권이 지고 있는 것이라면 공실로 남아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 노량진역 3번 출구 인근에 있는 대형고시뷔페 '고구려'가 철거되면 대규모 PC방이 들어설 예정이다. 사진=송현주 인턴기자

노량진1동 상주인구 감소는 다른 구와 비슷

서울시 통계에 따르면 공무원학원이 몰려있는 노량진1동의 인구는 점점 감소하는 추세다. 노량진1동의 상주인구는 올해 1분기말 현재 3만2743명, 2017년 12월 말 현재 3만2784명, 2016년 12월 말 현재 3만3400명과 엇비슷하고 2015년 12월 말 현재(3만3850명)보다는 1107명 감소했다. 상주인구가 감소하는 추세인 건 맞지만 '4년 동안 1107명'이라는 감소폭이 유의미한지는 의문이다. 다른 지역에 비해서는 감소폭이 미미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노량진동이 있는 동작구의 올해 1분기 순이동(전입-전출)은 2098명 감소, 2017년에는 6029명 감소, 2016년 1818명 감소, 2015년 9402명 감소했다.

3년동안 전출인구가 전입인구보다 많았다. 그러나 서울에서 가장 붐비는 상권인 종로구, 강남구 등도 상황은 비슷하다.

종로구의 올해 1분기 순이동은 148명 감소, 2017년에는 2206명 증가, 2016년 2782명 감소, 2015년 2519명 감소했다. 강남구도 큰 감소폭을 보였다. 올해 1분기 순이동은 3501명 감소, 2017년에는 1만2893명 감소, 2016년 1만3591명 감소, 2015년 5986명 감소했다.

고시학원 인근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장모(34·남)씨는 “학생들이 재작년에 비해 지난해에 절반으로 줄고 올해는 또 절반이 줄었다”면서 “지방에 있는 학생들은 이제 인강으로 쉽고 편리하게 수업을 들을 수 있기 때문에 서울에 올라올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카페 편의점 등 자영업자들 " 학생수 줄었지만 경기침체 영향 크진 않다"

고시학원 1층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B씨는 “학생들이 지난해에 비해 줄었지만 크게 차이는 없다”고 말했다.

고시학원 앞 편의점 매니저 김창원(28·남)씨는 “손님 수가 지난해에 비해 줄긴 줄었다. 아무래도 인강을 듣는 학생들이 늘어나서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공감을 표시했다. 

그러나 임용고시생인 문 모(32·여)씨는 “임용고시를 준비하고 있지만 인강을 들으면서 독서실에 다닌다. 제가 다니는 독서실은 항상 만석이다”며 다른 의견을 말했다. 문씨는 '인강을 노량진에서 듣는 사람들이 많으냐'는 질문에 “스터디에 참여해 시험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인강을 듣는다고 해도 노량진에서 공부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대답했다.

노량진에서 경찰학원을 다니는 김경민(26·남)씨와 주성민(25·남)씨는 '고시생들이 학원실강보다 인강을 많이 듣느냐'는 질문에 “학원실강을 듣는 학생들도 많고 인강을 듣는 학생들도 많다. 어느 쪽이 더 많다고 말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시험을 준비하는 박모(30·여)씨는 “학생 수가 늘었으면 늘었지 절대 줄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 시민들과 학생들이 유명 고시학원 사이에 있는 골목길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송현주 인턴기자

박준식 지회장은 “학원에 학생 수가 줄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은 노량진의 문제가 아니라 시기상 경기가 안 좋기 때문이다”면서 “공시생들은 대부분 부모한테 지원을 받는데 경기가 안 좋아 부모들은 경제적인 여유가 없고 학생들은 나이가 있기 때문에 부모님께 마음 놓고 지원을 받을 수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그래서 많은 학생들이 돈이 적게 드는 쪽을 선택하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박 지회장은 “노량진 상권은 ‘경리단길’과 같이 유동인구가 많이 없었던 곳과 다르게 교통의 요충지라는 특수성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학원의 학생 수가 감소한 건 어디까지나 학생들의 ‘선택의 문제’”라면서 “이번 정부가 공무원을 많이 뽑겠다고 하니 낮아질 경쟁률과 난이도를 예상해 노량진 학원까지 오지 않고 집에서 혼자 공부하는 학생들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면서 “학생 수의 감소의 원인으로 ‘인강’을 지목 하기엔 아직 이르다”고 지적했다.

상권분석 철저한 스타벅스 새 매장 왜 열었을까

노량진역 학원가 인근 자영업자들에 따르면 학생 수가 감소한 것은 맞지만 노량진 상권을 찾는 고객이 줄어든 것은 아니다. 노량진 상권이 지고 있다면 새로운 매장이 들어설 리는 없다고 이 자영업자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스타벅스가 지난 4월 12일 9호선 노량진역 4번 출구 앞에 새로운 매장을 연 것은 좋은 사례로 꼽힌다. 스타벅스는 평소 사내 전문 개발자와 함께 철저한 상권분석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업체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유동인구가 많고 수요가 높은 곳에 매장 면적이 80평 이상이며 대로변에 위치하는 등의 조건이 맞을 경우 새로운 매장을 준비하고 계획한다”고 대답했다. 이 말은 이곳이 유동인구가 많는 등 매장 개설에 적격지라는 뜻이 된다. 

노량진 학원의 수강생이 줄고 있는 것은 맞는 것 같다. 그러나 상권이 죽었다고 단정하기는 여전히 일러 보인다. 학원실강에 비해 효율성이 높다고 생각해 많은 학생들이 '인강'을 선택하면서도 학원 실강을 포기하지 않고 있고 수많은 유동인구는 여전히 이곳 상권을 든든히 떠받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노량진 상권의 미래는 아직 어둡지 않다는 생각을 하고 발길을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