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미국의 중앙은행 격인 연방준비제도(Fed)가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미국의 경제가 호조를 보이므로 정책금리를 1.50%~1.75%에서 1.75%~2.00%로 0.25%포인트 인상함에 따라 한‧미 정책금리 격차의 파급효과, 신흥국 위기설 등 긴축발작에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주요 경제지표 전망(왼쪽)과 미국 경기 후퇴 가능성. 출처=연방공개시장위원회, 블룸버그, 전미경제연구소, 현대경제연구원
▲ 미국 정책금리와 한국 기준금리 추이(왼쪽)와 신흥시장 리스크 지수. 출처=블룸버그, 현대경제연구원

현대경제연구원은 15일 이와 같은 내용을 담은 ‘6월 미국 금리 인상과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정책 금리는 2008년 이후 10년 만에 2%대를 기록했다. 우리나라와 미국의 금리 격차는 0.5%포인트로 2007년 8월 이후 가장 크고 신흥국 리스크는 올해들어 상승하고 있다.

미국 5월 실업률이 3.8%로 역사상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경제 호조를 나타내는 데 반해 우리나라의 경제는 지난달에 취업자 수가 10만명 이하로 급감하고 청년 실업률이 10.5%를 보이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리나라의 수출경기는 1~5월 누적 수출액이 2464억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8.2% 증가하는 등 실적을 올렸지만 6월 수출 1~10일 수출은 우리나라 주력 수출 상품인 무선통신기기(-14.7%), 선박(-84.5%) 등이 감소해 전망이 밝지 않다.

우리나라의 금리 인상은 경제 상황을 고려하면 쉽지 않으므로 올해 2차례 더 정책금리를 인상할 계획인 미국과의 금리 격차는 확대가 불가피하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이로 인해 외국인 자금 유출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외국인 투자 자금과 한‧미간 금리 격차 추세를 보면, 금리 격차 이외에도 세계경제위기의 확산, 국내 경제 기초체력 정도에 따라 외국인 자금 이탈이 발생한다”면서 “과거 두 차례 미국 정책 금리가 한국 기준 금리를 웃돌 때 사례를 보면, 금리 격차가 커질 때 외국인 자금 유출이 가장 많다”고 설명했다.

▲ 금리 격차와 외국인 투자 자금 추이(왼쪽)와 1차와 2차 금리역전 시기 지표. 출처=금융감독원, 블룸버그, 현대경제연구원

1차 금리 역전시기인 1999년 6월부터 2001년 2월에는 총 16조원 규모의 외국인 주식 순매수와 1542억원 규모의 외국인 채권 순매수가 발생했고, 같은 기간 원화가치는 6.7% 절하됐다. 2차 금리 역전시기인 2005년 8월부터 2007년 8월까지는 총 31조7000억원의 외국인 주식 순매도와 12조1000억원 가량의 외국인 채권 순매수가 발생했고, 이 기간에 원화가치는 9.2% 절상됐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보고서에서 “과거에 비해 외환보유액의 건전성이 개선됐고, 타 신흥국에 비해 경제 기초 체력이 양호해 외국인 외국인 자금 유출이 제한된 수준일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하면서도 “미국이 금리를 4회 인상하면 한‧미 금리차는 0.75%~1.0%포인트까지 벌어질 수 있어 외국인 자금 이탈 가능성이 있고, 금리 격차가 확대될 때 외국인 자금 유출 규모가 컸다”고 분석했다.

▲ 주요 신흥국의 2018년 위기점검 결과(왼쪽)와 고위험군 국가. 출처=국제통화기금, 세계은행, 현대경제연구원

우리나라 경제의 또 다른 리스크는 신흥국 위기가 미치는 영향이다. 일부 신흥국에서 위기가 발생하면 국내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수 있으나, 리스크가 신흥국 전반으로 확산되면 우리나라 경제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가능성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신용파생상품의 일종인 신용파산스왑(Credit Default Swap, CDS) 프리미엄과 환율 절하율을 평가한 결과 멕시코, 브라질, 터키, 아르헨티나, 남아공 등이 위기 가능성이 높은 국가로 분류됐다고 밝혔다.

▲ 주요 신흥국 신용파산스왑(CDS) 프리미엄과 통화가치 변동. 출처=블룸버그, 현대경제연구원

Fed의장인 제롬 파월이 올 하반기에 정책금리 인상은 두 차례 더 있을 수 있다고 시사하면서 미국과 신흥국 사이에 금리 차이가 확대될 것으로 보이자, 신흥국에서는 해외 투자자금이 유출되고 있다. 이로 인해 주요 신흥국에 대한 자본 급유출과 위기 가능성이 커지고 있으며, 신흥국 통화가치가 하락하고 CDS 프리미엄이 상승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멕시코, 브라질, 터키, 아르헨티나, 남아공 등이 주요 신흥국 평균에 비해 통화가치 절하율이 높고, CDS 프리미엄의 상승폭이 커 위기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특히 브라질, 터키, 아르헨티나는 여타 신흥국에 비해 통화가치 하락과 CDS 프리미엄 상승폭이 커 위기 가능성이 가장 높아 보인다”고 판단했다.

▲ 주요 신흥국 외환보유액 분석(이집트는 지난해 3분기 기준, 이외는 지난해 기준). 출처=국제통화기금, 세계은행, 현대경제연구원

터키와 아르헨티나는 외환보유액도 충분하지 않아 다른 신흥국에 비해 위험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외환보유액은 긴급한 외환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최종 대외지급준비자산으로 외환시장에 투기성격의 공격이 발생하면 환율을 방어하기 위해 사용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취약 신흥국의 세계 국내총생산(GDP) 비중과 우리나라의 수출 비중은 높지 않으나, 신흥국 위기가 일부가 아닌 전반으로 확산되면 세계 경제와 우리나라에 타격을 줄 가능성이 있다”면서 “국내 은행의 취약 신흥국 대외자산 보유 비중은 크지 않으나, 위기가 확대되면 국내 은행도 취약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위기판단지표를 기준으로 고위험군 6개국과 CDS 프리미엄이 높고 통화가치 절하율이 평균보다 큰 5개국의 세계 GDP 비중과 우리나라의 수출 비중은 크지 않은 편이다.

▲ 주요 취약 신흥국의 국내총생산(GDP)과 우리나라의 수출 비중(왼쪽)과 주요 취약 신흥국에 대한 우리나라 은행의 대외자산(지난해 기준). 출처=국제통화기금, 국제결제은행, 현대경제연구원

그러나 외환시장 취약성이 부각된 고위험군인 멕시코, 브라질, 터키, 아르헨티나, 남아공, 인도네시아, 필리핀, 폴란드, 인도, 우크라이나, 미얀마, 이집트 등 12개국의 세계GDP 비중과 우리나라의 수출 비중은 각각 12.4%, 11.1%로 고위험군 신흥국 위기가 전체 신흥국으로 확산되면 세계 경제와 우리나라 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한‧미 정책 금리 격차와 신흥국 위기 가능성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으로 네 가지를 꼽았다. 

현대연구원은 우선 “미국과 금리 격차가 발생해도 우리나라 경제의 기초체력 강화, 한반도의 지리상 위기 완화에 따르는 원화 절상 가능성 등으로 급격한 외국인 투자 자금 유출을 방지할 수 있는 여력이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면서 “우리나라의 향후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에 있어 미국의 금리인상에 따르는 자금유출 가능성보다 국내 경기 부진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는 취약 신흥국의 위기가 신흥국 전반으로 확대할 가능성에 대해 모니터링과 안전망을 강화하는 등 대비를 해야 한다는 점이다. 현대연구원은 “가계부채 문제, 고용 부진, 국제유가 상승 등 대내외의 리스크 요인을 관리해 우리나라 경제에 대한 부정심리를 개선해야 한다”면서 “신흥국의 위기 발생에 대한 모니터링을 지속하면서 해외자본 급유출 등이 발생할 때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세 번째는 미국이 경기 호조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대미수출 확대방안을 마련해 미국 경기 회복세를 국내 경기 회복세를 강화하는 기회로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현대연구원은 다만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의 보호무역 정책 강화에 대비해 보호무역 조치에 따르는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네 번째는 미국 금리 인상 가속, 신흥국 취약성 부각, 무역전쟁, 국제유가 상승 등 대외의 불확실성이 국내 금융시장으로 전이되지 않도록 대비하는 방안이다. 현대연구원은 “짧은 시간 내에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확대할 우려가 존재한다”면서 “외환시장에 대한 미세조정을 적극 실행해 외환시장과 금융시장의 급변동을 방지하고, 통화스왑 등 안전장치 강화로 금융시장 참여자의 심리를 안정시켜야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