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이성규 기자] 글로벌 하이일드(고수익·고위험) 회사채 스프레드가 확대되면서 유동성 축소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 통화정책 정상화 등에 따른 여파로 분석된다. 올 들어 글로벌 증시의 변동성이 확대된 것과도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기준금리 인상에 강한 의지를 내비친 미국으로의 자금쏠림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6월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통상 하이일드 채권은 경기가 좋아지고 기업의 실적이 개선될 경우 수요가 늘어난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기업 부도율 감소와 동시에 높은 수준의 이자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이일드 채권 지수가 주식시장과 동일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이유다.

하이일드 채권 시장은 국채와 달리 유동성이 풍부하지 않다. 각국 중앙은행이 자산 규모를 줄이게 되면 충격을 받기 쉬운 곳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작년 10월부터 보유 자산 정상화에 들어선 이후 미국 하이일드 채권 펀드에서 자금 유출이 시작됐다. 하지만 최근까지 미국의 하이일드 회사채 스프레드는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미국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는 것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미국만 안전한 시장

지난 2월 미국 증시 변동성지수(VIX)가 1월 저점 대비 무려 3배 넘게 치솟았다. Fed의 기준금리인상, 미·중 무역전쟁, 증시 수급 미스매치 등 다양한 요인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됐다. 같은 기간 다우존스지수도 20%가량 하락했다.

▲ 미국 하이일드 회사채 스프레드와 VIX추이 [출처:한화투자증권]

한 자산운용사 채권 운용역은 “금리상승기에 금리스프레드 축소는 제한적”이라며 “역사적 저점을 기록하고 있던 미국 하이일드 회사채 스프레드가 VIX를 따라 급격히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던 상황”이라고 말했다. 당시 미국의 하이일드 회사채 스프레드는 소폭 오르는 데 그쳤다. 과거 VIX와 유사한 움직임을 보였던 패턴이 깨진 것이다. 두 지수 중 한쪽은 ‘거짓말’을 했다고 볼 수 있다. 결과를 놓고 보면 VIX가 과민반응을 한 셈이다.

하지만 그는 “통화정책 정상화를 추진하는 미국은 자금이 유출되더라도 가장 늦게 빠지는 곳”이라며 “유동성 축소는 미국을 제외한 여타국에서 먼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 미국 하이일드 회사채 스프레드 추이 [출처: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미국 하이일드 회사채 스프레드가 확대되기 전 여타국들의 스프레드가 오른다는 것이다. 실제로 글로벌 하이일드 회사채 스프레드는 올 초부터 반등하기 시작했다. 미국을 제외한 여타 주요국들의 경기 둔화 가능성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각국 기업의 주당순이익(EPS)도 하향 조정됐다.

글로벌 ETF 시장이 확대되면서 하이일드 회사채 관련 ETF 규모도 빠르게 성장했다. 하이일드 채권을 쉽게 접할 수 있다는 것은 장점이다. 하지만 ETF 해지 수요가 몰릴 경우 유동성이 작은 회사채는 더 큰 충격을 받게 된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올해 1월 8일 이후 미국에 상장된 하이일드 회사채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에서는 총 59억달러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이에 앞서 유럽은 지난해 11월부터 자금이 유출되기 시작했고 올해 2월부터 그 속도가 가속화됐다.

▲ 글로벌 하이일드 회사채 스프레드 추이 [출처:대신증권]

지난해까지 안정적이었던 하이일드 회사채 시장의 변동성은 올해 들어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금리 스프레드 확대 가능성이 높은 만큼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최근 글로벌 주식시장과 하이일드 회사채 시장의 변동성이 강해지고 있다”며 “시장이 잠잠해지고 다시 상승세를 보일 수 있지만 문제는 금리상승 국면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동성 축소의 징후인지 명확한 판단은 어렵지만 투자자들이 만만치 않은 경제 환경에 직면해 있다는 점은 인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