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이성규 기자] 최근 미국의 자산운용사가 비트코인ETF(상장지수펀드) 재상장을 시도하고 있다. 과거 상장을 거절당한 ETF의 구조의 장점은 유지하고 개선할 부분은 보완했다. 특히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우려하는 부분을 해소하려는 점이 눈에 띈다.

비트코인ETF가 상장될 경우 ETF시장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기초자산의 한계가 없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상품 개발은 물론 ETP(상장지수상품)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높아질 전망이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비트코인을 활용한 금융상품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시카소 상품거래소(CME)와 시카고 옵션거래소(CBOE)에 비트코인 선물이 상장됐다. 최근에는 비트코인을 기초자산으로 한 상장지수펀드(ETF) 운용사가 ETF상장을 위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승인을 요구했다.

현재까지 암호화폐 상장지수상품(ETP, ETF+ETN)으로는 스웨덴에 상장된 ETN 4종이 유일하다. 비트코인 관련 ‘Bitcoin Tracker One’, ‘Bitcoin Tracker EURO 2’ 2종과 이더리움 기반 ‘XBT Provider Ethereum ETN’, ‘XBT Provider Ethereum ETN’ 2종이다. 다만 이 상품들은 스웨덴 나스닥 스톡홀름에 상장돼 있어 국내 투자자는 거래할 수 없다.

암호화폐 관련 대표 펀드인 ‘Bitcoin Investment Trust (GBTC)’을 포함 총 4개의 펀드가 존재한다. 모두 역외 사모펀드로 장외 거래되기 때문에 접근성은 제한적이다.

따라서 암호화폐 ETF가 상장된다는 것은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누구나 쉽게 투자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 비트코인 인덱스 추이 [출처:코인데스크]

최근 벤에크 어소시에이트는 미국에서 암호화폐 ETF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과거에도 두 차례 SEC에 비트코인 선물을 편입한 ETF의 승인을 요청했으나 불발됐다.

SEC는 유동성 부족, 거래소 간 차익거래와 ETF상장에 따른 인위적 가격 부양과 조작 가능성, 비트코인 실물 보유에도 불구하고 해킹에 따른 분실 가능성 등을 상장 부적격의 이유로 제시했다.

벤에크 어소시에이트는 SEC의 지적을 보완하고 재승인을 요청했다. 핵심사항은 기관투자자를 타겟팅하는 ETF와 비트코인 인덱스 개발 등이 지목된다.

SEC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크게 두 가지다. 개인투자자의 무분별한 투자와 가격 조작·거래소 간 차익거래 가능성이다. 특히 후자의 경우 공정성 측면에서 SEC가 주목한 사안이다.

벤에크 어소시에이트가 제시한 비트코인 인덱스 활용 ETF는 SEC의 비트코인ETF 상장에 대한 부정적 시선을 일부 환기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상품선물 거래위원회(CFTC)의 규제를 받는 장외거래소의 비트코인 가격을 분할해 인덱스를 설정한다. 온라인 거래소의 가격을 활용하지 않아 가격 조작 가능성이 낮아지는 효과가 있다. 비트코인ETF의 상장을 기대할 수 있는 대목이다.

공원배 KB증권 연구원은 “SEC의 승인 절차가 남아있는 만큼 비트코인ETF 상장을 속단할 수 없다”면서도 “비트코인ETF가 상장된다면 향후 다양한 이색자산으로 ETF의 기초자산 확장성이 포괄적으로 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ETF 산업 전반에 미치는 파급효과도 상당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