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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나의 재미, 스낵컬처]웹소설의 매력 속으로

짧게 봐야 재미있다?

최진홍 기자 rgdsz@econovill.com

기사승인 2018.06.13  1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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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크아아아아.” 드래곤 중에서도 최강의 투명 드래곤이 울부짖었다. 투명 드래곤은 최강이었다. 신과 마족도 이겼다. 다 덤벼도 이겼다. “으악 도망가자.”

2002년 한 웹소설 플랫폼에 등장한 전설의 판타지 소설, 웹소설의 일부다. 엄청나게 강한 투명 드래곤이 심심하다는 이유로 신들을 말살하고 현실로 넘어와 미국을 날려버리지만 인간들은 투명 드래곤이 투명하기 때문에 이 끔찍한 재앙의 주인공이 누군지 모른다는 내용이다. 몇몇 표현을 활자로 옮기기 어려워 특유의 ‘맛’이 살아나지 않지만, 국내 웹소설 업계에서 ‘색다른 전설’로 불리기에 충분하다.

누군가는 유치하다고 말한다. 누군가는 문학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러나 스낵컬처인 웹소설이 가지는 진정한 묘미는 아이러니하게도 ‘엄격·근엄·진지’를 풍기는 사람들의 뒤에 넘실거리는 유별난 개그코드, 이에 따라 파생되는 2차 창작문화로까지 연결돼 있다.

   
▲ 문피아에서 지난해 인기를 얻은 웹소설들. 출처=뉴시스

웹소설의 묘미, 자유와 낮은 진입장벽

일반적으로 문학은 사상이나 감정을 언어로 표현한 예술로 정의한다. 시를 문자로 기록한 최초의 문학이라고 가정한다면 가장 오래된 문학은 호메로스의 서사시가 될 것이다. 언어는 ‘사상의 집’이며, 시대가 흘러도 절대 무너지지 않는 초월의 존재 정도로 여긴다. 그 과정에서 문학은 자연스럽게 고상한 향기를 속에 품는다.

웹문학은 다소 다르다. 문학의 한 장르냐고 묻는다면 꼭 집어 ‘그렇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문학을 언어의 예술로 표현한다면 시나 소설, 수필 등으로 구분할 수 있지만 웹문학도 이 모든 것을 총망라하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다만 웹문학의 한 장르 중 웹소설이 가장 두각을 보이며, 웹수필과 웹시라는 표현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결국 웹소설은, 무엇이라고 정의하기 어려운 일종의 플랫폼 특화 예술로 볼 수 있다. 단지 그 수단이 소설일 뿐이다.

웹소설에 대한 나름의 고찰이 끝났다면 현재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국내는 물론 해외도 마찬가지지만, 대부분의 웹소설은 판타지와 SF 등 소위 장르물에 특화돼 있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국내외 주요 웹소설 플랫폼을 살펴보면 대부분 판타지와 SF가 차지하고 있다. 최근에는 ‘판로’도 대세가 되고 있다. ‘판타지 로맨스’의 약자다.

웹소설은 왜 장르물이 대세일까? 자유롭고, 진입장벽이 낮기 때문이다. 국내 한 웹소설 플랫폼에서 판타지 소설을 쓰고 있는 A씨는 <이코노믹리뷰>에 “웹소설은 가벼운 마음으로 읽고, 즐기려는 사람들이 선호하는 추세”라면서 “글을 쓰는 행위는 어렵지만, 글자는 누구나 쓸 수 있지 않나. 누가 뭐라고 하는 것도 아닌데 내가 가지고 있는 상상의 나래를 마음껏 펼쳐보는 것이 바로 웹소설”이라고 말했다. 자유롭고 진입장벽이 낮다는 특수성이 웹소설의 장르화를 촉진한다는 뜻이다. 실제로 웹소설을 쓰는 아마추어 작가들 중 일부는 10대도 많다. 특히 중 2 학생들이 많다는 후문이다.

   
▲ 웹소설 이미지가 확인되고 있다. 출처=뉴시스

스낵컬처, 그리고 웹소설

국내 대표적인 웹소설 플랫폼으로는 ‘조아라’와 ‘문피아’가 있다. 규모는 작지만 내실 있는 웹소설 작가들을 섭외하며 오프라인 출판까지 할 정도로 마니아층이 탄탄한 플랫폼이다. 포털 사업자 중에서는 네이버도 웹소설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들이 웹소설에 집중한 이유는 무엇일까? 특히 네이버가 웹소설에 관심을 둔 이유가 중요하다. 최초 네이버가 웹소설 시장에 뛰어든다고 발표할 당시 국내 업계에서는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거대 포털 사업자가 자유로운 웹소설 시장을 무미건조하게 규격화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네이버는 차분하게 웹소설 플랫폼을 운영했으며, 지금은 군소 플랫폼과 함께 시장을 키우는 긍정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웹소설은 스낵컬처와 찰떡궁합이다. 웹드라마와 같은 동영상 콘텐츠도 스낵컬처의 훌륭한 수단이지만, 웹소설은 무엇보다 텍스트의 흐름을 사용자가 쉽게 콘트롤할 수 있다. 무엇보다 장르물 소설을 서점에 가 돈 주고 사기에 부담스러운 사람들에게 제격이다. 장르물의 특성상 오랫동안 곁에 두고 그 뜻을 되새기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러나 저렴한 가격에 웹소설 플랫폼을 이용하면, 경제적인 고민도 덜어낼 수 있다. 무엇보다 진입장벽이 낮기 때문에 작품 스펙트럼이 풍부하며, 무료인 콘텐츠도 많다.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 모바일 기기가 등장하며 웹소설도 탄력을 받았다. 장르물 특유의 자유분방함과 낮은 진입장벽을 기점으로 견고한 마니아층도 생겼고, 이를 통해 실제 출판에 나서거나 드라마의 소재가 되는 일도 많아졌다. 1990년대 웹소설의 조상격인 퇴마록의 성공부터, 최근의 로맨스 판타지가 대표적인 사례다.

웹소설은 텍스트. 즉 글자 기반이기 때문에 콘텐츠의 확대 재생산이 빠르다. 좋게 보면 강력한 휘발성이 있으며, 나쁘게 보면 불법 복제 문제가 걸린다. 업계도 이 문제를 인지하고 있다. 국내 웹소설 플랫폼 관리자급 B씨는 “웹소설이 스낵컬처와 만나며 흥미로운 실험을 거듭하고 있지만, 시장의 건전성을 위해 불법 복제 등의 문제를 제도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웹소설과 스낵컬처가 만나며 이색적인 시너지를 내고 있지만, ‘웹소설=장르물’의 한계를 언젠가는 넘어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전자잉크의 확산으로 웹문학, 나아가 웹으로 즐길 수 있는 텍스트의 종류가 기하급수적으로 많아질 경우 웹소설의 정체성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웹소설 플랫폼은 물론, 리디북스처럼 전통적인 책을 디지털화한 플랫폼과의 협업관계 재설정도 고민해야 할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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