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찬규 메디포럼 대표는 28일 이코노믹리뷰와의 인터뷰에서 "천연물 항치매제 신약 개발 성공을 확신한다"고 했다. 사진=박재성 기자

[이코노믹리뷰=최재필 기자] 바이오 벤처기업 메디포럼 김찬규(58) 대표는 ‘IT 전문가’다. 미국 오하이오의 케이스웨스턴대학교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뒤 카이스트 연구원으로 일했다. 영국 애딘버러대학교에서 반도체 설계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땄으며, 영국 캠브리지대학교에서 컴퓨터통신 전공으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이후 데이콤에 입사해 인터넷서비스 사업 부분을 책임지는 인터넷개발부장으로 일했다. 유엔에서 IT 관련 컨설팅 업무를 하기도 했다.

‘IT맨’으로 수십 년을 보낸 그가 생소한 ‘바이오’ 분야에 뛰어들게 된 것은 우연찮은 기회였다. 수년 전 유착방지제 제조업체인 한국비엔씨에 근무하면서 바이오에 관심을 갖게 된 것. 유착은 조직과 조직이 비정상적으로 달라붙어 수술 후 통증, 소장폐색 등을 초래할 수 있는데, 이런 합병증을 방지하는 제품을 유착방지제라고 한다.

◆‘IT맨’에서 ‘바이오 CEO’로 운명적 변신

김 대표는 이런 ‘바이오’와의 만남을 ‘운명’이라고 했다. 그는 “생명체와 사람의 건강을 다루는 바이오 분야에 늘 관심을 갖고 있었다”면서 “그런 와중에 운명적으로 한국비엔씨에 몸 담게 되면서 신약 개발에 매료됐다”고 말했다.

‘IT맨’에서 ‘바이오 CEO’로 변신한 김 대표를 최근 서울 성동구 성수동 메디포럼 본사에서 만나 그의 생각을 들었다. 김 대표가 지난 2015년 설립한 메디포럼은 의약품·의료기기 제조 회사다. 현재 치매치료제(항치매제·PM012)·항우울제·만성폐쇄성질환치료제(COPD) 등 세 가지 천연물 신약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업계에서 주목을 받는 것은 항치매제다. 부작용 우려가 높은 합성물 신약이 아닌 천연물 신약인 데다, 기존 합성물 신약보다 효능도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현재 허가된 치매치료제(합성물 신약)는 도네페질(아리셉트)·엑셀론·레미닐 등으로 이는 치매 진행속도를 늦추는 수준”이라면서 “그러나 메디포럼 항치매제는 베타 아밀로이드 침착개선 능력이 기존 합성양약치매제와 비교해 40%, 공간인지능력은 20%, 신경재생능력은 30% 탁월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 천연물 치매치료제에 대한 업계 관심이 높은데.

“도네피질 같은 기존 합성양약치매제는 복용하면 사람들에게 식욕부진·성욕감퇴 등 부작용이 있어 의사들이 처방을 꺼린다. 천연물은 독성 등 부작용이 없어 업계의 관심이 높다. 제품화된다면 시장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으로 본다.”

▲ 김찬규 메디포럼 대표가 건강기능식품 '러브유어즈' 시리즈의 효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박재성 기자

◆‘임상 3상’ 항치매제, 기존 제품보다 뛰어난 효능 입증

메디포럼 항치매제는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임상 3상을 신청해둔 상태다. 다른 천연물 신약인 항우울제는 임상 2상을, 만성폐쇄성폐질환치료제는 라이선스 아웃을 한 한림제약에서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다.

- 임상 진행상황을 설명한다면.

“중요한 것은 천연물 신약이 합성물 신약과 비교해 효능이 뛰어나다는 것을 임상으로 입증해야 한다는 점이다. 현재 개발 중인 항치매제는 동물실험과 임상 2상에서 합성물 신약보다 성능이 우수하다는 것을 입증했다. 임상 3상에서는 통계적 우위성이 나올 수 있도록 임상비용을 늘려 피험자 수를 임상 2상 때보다 네 배 정도 증가해 진행할 계획이다.”

- 중소벤처기업으로서 신약 개발은 쉽지 않은 일인데.

“장기 목표로 신약 개발을 선정하고 경희대 교수들로 구성된 연구팀과 천연물 항치매제 개발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신약 개발이라는 게 연구단계에서부터 신약 출시까지 10년 이상 걸리고 상당한 비용이 소모되는 구조라서 적자 상태가 지속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메디포럼은 신약 개발뿐만 아니라 화장품·건강기능식품·한약제조판매·전문의약품 유통 사업 등 사업 포트폴리오 다양화로 재무건전성을 확보하고 있다.”

김 대표의 사업 포트폴리오에서 단연 눈길을 끄는 것은 항치매제와 유사한 건강기능식품인 ‘러브유어즈’ 시리즈다. 이 제품은 홍삼을 기반으로 기억력 개선에 효과가 있는 항치매제 원료인 구기자·산수유·숙지황 등 한방 성분을 접목해 만들었다.

◆“러브유어즈 시리즈, 먹어보고 개발… ‘광노병’? 가짜 녹용 한 번에 확인”

김 대표는 “러브유어즈 시리즈는 치매치료제와 90% 유사한 효과가 있고 체중 감소 등 부작용도 없다. 직접 먹어보고 효과를 확신해서 건강기능식품으로 개발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이어 “소비자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제품 유형도 스틱, 환 등 다양한 형태로 구성했다”고 부연했다.

메디포럼의 한약 제품인 명민원·명민당·명민환도 항치매제 신약 개발과정에서 나온 제품이다. 이들 제품은 러브유어즈와 비슷하지만 한의사 처방이 있어야 복용이 가능한 처방약이다. 김 대표는 “명민원에는 녹용도 들어갔다”며 명민시리즈를 설명하다 대뜸 ‘광노병’을 들어봤냐고 물어봤다.

김 대표는 “국내에는 미국산·캐나다산 녹용이 수입금지”라며 “이들 녹용이 광우병과 유사한 광노병의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며 이렇게 설명했다.

“국내 유통 녹용은 대부분 러시아산·뉴질랜드산 등이다. 이 중 러시아산이 가장 품질이 우수하다. 가격도 비싸다. 명민원은 러시아산 녹용으로 조제되는데, 녹용의 종을 알아야 하지 않겠나. 그래서 개발한 것이 ‘녹용종 판별 검사 키트’다. 이 키트를 사용하면 가짜 녹용 여부는 물론 미국산인지 러시아산인지 한 번에 알 수 있다.”

자궁경부암진단시약 사업도 메디포럼의 핵심 사업 중 하나다. 자궁경부암진단시약인 Q-PCR시약은 개발 완료해 카톨릭대학병원의 임상 IRB를 통과해 현재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9월부터는 국내 의료법인과 검사시약 공급 계약을 체결해 시약을 공급하고 있다.

▲ 김찬규 메디포럼 대표는 명민원 같은 한약조제사업 등 사업 포트폴리오 다양화를 통해 회사 재무건전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했다./박재성 기자

◆“항치매제 재무구조 개선 긍정효과 기대… 내년 코스닥 상장”

김 대표는 항치매제 임상 3상이 완료되면 회사의 재무구조 개선에 긍정적 효과를 미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신약 개발이라는 게 장기적 과제이다 보니 회사 재무건전성을 해치는 경우가 많다. 메디포럼도 마찬가지”라며 “다만 국내 치매치료제 시장 규모가 2017년 기준 1조2000억원가량으로 파악되고, 메디포럼의 천연물 항치매제는 국내 치매치료제 시장점유율을 1위를 기록하고 있는 도네피질 제재를 능가할 것으로 자신하기 때문에 임상 3상이 완료되면 회사 재무구조 개선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의 최근 주요 관심은 내년 상반기를 목표로 추진하고 있는 코스닥 상장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10월 상장 주간사로 하나금융투자를 선정, 주관사 계약을 체결했다.

김 대표는 “내년 상반기 코스닥 상장을 계획하고 있다”며 “상장 방법으로는 일반상장과 기술특례상장 두 가지를 모두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술특례상장은 유망 기술을 가진 중소기업에게 일부 요건을 낮춰 코스닥 상장을 돕는 제도다. 기술성 평가 등을 포함한 심사를 통과한 기업만 청구할 수 있다.

이에 앞서 김 대표는 7월께 금융투자협회가 운영하는 장외주식거래 시장인 K-OTC 신규거래 가능기업에 등록할 예정이다. 소액주주들의 주식 거래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다. 김 대표는 “양도세 측면에서 혜택을 받기 때문에 주주를 위해 상장 전에는 K-OTC에 우선적으로 거래를 시킬 계획”이라며 “7월부터는 거래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