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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동진의 기업과 커뮤니케이션] 액면가에만 매달리지 믿지 마세요!

구동진 칼럼니스트·홍보인 expert@econovill.com

기사승인 2018.06.11  07:3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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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열사에서 충원된 새로운 팀원, 말도 느릿하고 첫 인상이 너무 답답해 보인다. 외모로 사람을 판단하는 것은 아니지만 김 팀장은 관련 업무 경력도 별로 없고, 느릿느릿 답답해 보이는 새로 온 박 과장에게 맘 놓고 일을 맡길 수가 없었다. 때문에 박 과장이 일을 어찌하는지를 보기 전부터 이미 김 팀장은 맘 속에 어떤 선을 그어 놓고 있었다. ‘좀 하다가 못 견디고, 금방 원대 복귀시켜 달라고 하겠지.’

팀원은 늘었지만 김 팀장의 업무는 줄어들지가 않았다. 손쉽게 할만한 것들만 박 과장에게 넘겼다. 팀원들로부터의 업무 관련 불만이 맘속에 계속 자리잡고 있는 김 팀장은 여전히 답답했다.

맘이 딱 맞는 상사 만나기는 하늘의 별을 따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다. 수 많은 직장인들 이직 사유의 7할이 상사 때문이라 한다. 하지만 팀장 이상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또 한결 같이 말한다.

‘맘에 딱 드는 후배 만나기도 쉽지 않다. 키워서 일 시킬만하면 가버린다.’

 

일을 시켜봐야 그 사람을 알 수 있어

그룹 본부에서 근무하고 있는 김 팀장은 거의 한 해 걸러 한번씩 사람을 뽑고 있는데도 팀원 숫자는 여전히 4명이다. 해외 법인 근무 지원, 대학원 진학, 계열사 매각에 따른 원대 복귀 등 사 내외에서 똑똑하다 싶은 재원을 데려다 놓으면, 이상하게도 얼마 못 가 결원이 발생해 팀원 숫자는 늘 제자리 걸음이었다.

가끔 비용과 절차문제로 외부 공개 채용은 못하고 계열사 추천 인력을 받기도 했는데, 재원이라 불렸던 박 과장의 첫 인상이 영 아니었다. 김 팀장은 이미 40대 중후반이라 사람을 외모로 판단하지는 않게 되었지만, 박 과장을 처음 만난 자리에서 몇 마디 얘기를 해보고는 ‘답답해 보이고 느릴 것 같다'는 인상이 강하게 남았다. 말 하는 속도가 좀 느린 편이긴 했다.

그 당시 김 팀장으로부터 답답함을 토로하는 얘기를 많이 들었지만, 이듬해에는 완전히 바뀌어 있었다. 박 과장에게 되게 미안했다는 내용이 이어졌다. 몇 개월이 지나며 외근이 잦은 김 팀장이 자리를 비운 사이에 급한 일들을 처리해야 했는데, 박 과장이 팀장에게 상황 보고를 제대로 하고, 사내 여러 부서에 확인함과 동시에 외부에도 적절히 대응해서 일을 매끄럽게 처리한 일들이 있었다고 했다.

그 뒤로는 외부 일이나 행사에 나가거나 내부 업무를 추진함에 있어서도 박 과장은 늘 빈틈없이 처리했고, 싹싹한 태도를 지녔다고 평가 했다. 물론 말하는 속도는 여전히 약간 느리긴 했지만 말이다.

김 팀장은 첫 인상에서의 선입견으로 인한 오해로 인해 처음부터 업무를 주도적으로 해 나갈 수 있게 하지 못했던 자신을 반성했다. 지금은 웬만한 건 다 맡겨 놓고 팀장으로서 챙겨야 할 부분들만 챙기면서 룰루랄라하며 지내고 있다.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야

얼마 전 몇 달 만에 회식을 했다. 그간 업무 압박이 심했던지 몇몇 여직원들이 먼저 나서서 유쾌한 분위기로 이끌었다. 직원들과의 회식은 1차로 끝냈는데, 술기운이 좀 동했던지 택시에서 전화를 하다가 마포로 이동해 지인과 2차를 하게 됐다.  그리곤 소주 각 1병씩 더하고 기분 좋은 취기가 느껴진 상태에서 택시를 기다렸다. 합정역 4거리, 밤 11시가 조금 지난 시각이었다.

빈 택시가 드물었다. 그런데 뒤에서 어떤 젊은 여성이 서럽게 우는 소리가 들렸다. 행인들도 거의 없었다. 화단에 걸터앉아 울고 있었는데, 잔잔한 꽃무늬의 남색 원피스 차림이었데, 눈이 마주치자 갑자기 내게로 다가왔다.

“아저씨, 도와주세요. 술을 마시다가 친구들이 먼저 가버렸는데, 집에 갈 차비도 없어요.”

“집이 어디인가요? 술을 꽤 드신 거 같은데요.”

다가오면서 이야기를 하는데,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가까이 다가서는 통에 흠칫하면서 두어 걸음 뒤로 물러섰다.

“상황은 알겠어요. 그런데 좀 떨어져요. 집은 어딘가요?”

“광명이요.”

마포에서 광명이 얼마나 먼지 감도 없었다. 하지만 그대로 내버려 뒀다간 무슨 일이 벌어질 지, 그대로 둘 순 없었다. 적당히 취한 취기가 중년 남자의 정의감에 불을 붙였다.

“학생인가요?”

“졸업은 했지만 1년 넘게 취직도 못했어요. 친구들이 저녁 사준대서 왔는데, 나만 두고 다 갔어요. 어떻게 할 지를 모르겠어요.”

다행이 금방 빈 택시가 왔는데, 술 취한 아가씨만 태워 보내기가 뭐 했다.

“타요. 집에 바래다 주고 갈 테니 같이 타고 갑시다"고 하며, 뒷좌석에 먼저 탔다. 최대한 떨어져 앉았다. 목적지를 재차 확인한 후에 택시기사 분께 목적지를 말했다. 그 다음에 “저랑 아가씨는 술을 마신 상태이기 때문에 기사님께 자초지종을 이야기 해 둘게요."라며, 상황을 다 설명했다. 멀쩡한 택시 기사에게 자초지종을 알고 있게 할 요량이었다.

구로쯤 지날 무렵, 아가씨 핸드폰이 갑자기 울렸고, 아빠와 통화를 하는 듯 했다. 심한 야단을 듣는지 계속 쩔쩔 맸다. 그러다가 갑자기 내려야 한다며 택시를 세웠다. 사고라도 나면 어쩌나 하는 마음에 말렸지만, 내려서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고, 나는 차를 돌려 집으로 향했다. 제대로 도움이 되지 못해 내내 미안했다.

다음날 출근해서 사건사고 기사를 샅샅이 찾아 봤다. 전날 밤 상황으로 봐선 사고가 날 우려가 커 보였기 때문이었다. 다행이 사고 소식은 없었고, 점심 식사 후 옆 부서 선배와 그 일에 대해 얘기했다. 선배 말은 간단했다.

“꽃뱀이야.”

“설마요. 어려운 가정 형편에 취업도 안돼서 속상해 하고 있었는데요.”

“대단하다. 그런 상황에서도 전혀 흑심을 품지 않고 순진하게 도와 주려고만 했으니.”

등골이 오싹했다. 아빠처럼 통화 한 사람이 뒤에서 조종하고 취객에 접근해서 함정으로 몰아넣는 것 같았다. 내가 보인 조심성에 꽃뱀이 먹이감을 뱉어 낸 것이었다. 앳돼 보이는 얼굴, 눈물과 함께한 하소연, 꽃뱀의 유혹이라고는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정황을 복기해 본 결과, 꽃뱀이 틀림없었다.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었다. 그녀의 액면가야 청순해 보이는 취준생이었지만, 실질은 전혀 달랐다. 술 기운은 있었어도 이상한 마음 품지 않았던 것이 다행이었다.  보이는 대로만 보다가는 큰 일 날 수 있다. 조직생활도 마찬가지다.

보이는 대로 보는 것 같지만, 사실 보는 대로 보이기 마련이다. 선입견에 사로 잡혀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새로운 사람에 대해 대부분 몇 가지 사전 정보와 외모로 판단을 먼저 내려 버린다. 사람인 이상 어쩔 수 없이 뭔가 판단하게 된다. 왠지 모르지만 ‘답답해 보이는 인상이라 일을 잘 못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일을 함께 하기도 전에 그에 대해 예단해 버린다. 때문에 스마트해 보이는 인상이 의외로 사람들에게 한 점 더 먹고 들어가게 되는 것은 분명하다.

기대한 바와 같으면 자신이 사람을 잘 보는 것이 되는 거고, 기대와 다르다면 그 사람이 노력해서 변한 것이라는 오해 속에서 살아간다. 많은 사람을 겪어 본 그래서 사회 생활을 오래한 사람들일수록 사람 보는 눈이 정확하다고들 한다. 하지만 그들도 사람이라 어쩔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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