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국제 유가가 25일(현지시각) 석유수출국기구(OPEC)과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들이 증산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에 크게 하락했다. 미국의 원유생산 활동의 대리지표인 가동중인 원유채굴장비 수도 크게 늘면서 유가에 강한 하락압력을 가했다. 이에 따라 유가가 배럴당 80달러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은 다소 수그러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선물시장인 뉴욕상업거래소에서 미국산원유의 기준유인 서부텍사스산원유(WTI) 7월 인도분은 전날에 비해 4.0%(2.83달러) 내린 배럴당 67.88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이는 5월 1일 이후 최저 수준이다.

영국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7월 인도분은 3%(2.35달러) 하락한 배럴당 76.44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이는 지난 8일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주간 기준으로는 WTI와 브렌트유는 각각 4.9%, 2.6% 내렸다.

국제유가는 주요 산유국들이 증산 논의를 하면서 내렸다. OPEC 회원국과 비OPEC 국가들은 하루 100만배럴가량 생산량을 늘리는 것을 고려하고 있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급락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칼리드 알 팔리 사우디아라비아 에너지산업광물부 장관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방문 중에 OPEC 회원국과 비OPEC 회원국들이 하루 180만배럴 감산하기로 합의한 조치의 완화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OPEC의 3대 산유국인 이란은 미국의 핵협정 탈퇴에 따른 제재부활로 하루 40만~100만배럴의 수출이 줄어들 것이란 관측이 나와 있다. 세계 최대 원유 매장량을 자랑하는 베네수엘라는 미국의 경제제재로 산유량이 200만배럴에서 100만배럴 수준으로  줄어들어 세계 원유시장에 공급이 줄어들고 있다는 게 산유국들의 관측이다.

OPEC 등 24개 산유국은 지난해초부터 하루 180만배럴의 감산합의를 이행하고 있다.

알렉산드르 노박 러시아 에너지부 장관도 다음달 22~23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리는 장관회의에서 감산합의를 논의할 것이라고 블룸버그통신에 밝혔다. 이는 이란과 베네수엘라의 원유공급량 감소로 글로벌 원유공급에 차질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으로 풀이된다.

노박 러시아 에너지부 장관은 파이낸셜타임스(FT)에  “배럴당 80달러는 예상보다 높다”면서 “우리는 이를 예상하지 못했고,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국제유가 상승이 생산국에게 항상 좋은 일이라고 주장할 수 없다”면서 “시장의 과열은 가격 불안정과 과잉 공급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OPEC 관계자는 “생산량을 늘릴 수 있는 회원국은 소수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행이 복잡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산유량 증가 전망도 유가에 강한 하락 압력을 가했다. 유전 정보서비스 업체인 베이커 휴즈는 가동중인 미국의 원유채굴기 숫자가 전주보다 15개 늘어난 859개라고 이날 발표했다.

가동중인 원유채굴장비는 미국 산유량 증감의 대리 지표로 쓰인다. 원유채굴장비 수가 늘면 원유채굴이 그만큼 활발해 산유량이 늘어날 것임을 예고한다. 이번주 수치는  2015년 3월 이후 최고치다. 미국의 원유채굴기 숫자는 4월 28개, 5월 34개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