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글로벌 인공지능 스피커 시장이 요동치는 가운데, 핵심 플레이어인 아마존 에코가 최근 민감한 실수를 저질러 눈길을 끈다. 인공지능 스피커 시장이 빠르게 대중화 전철을 밟으며 지금까지 생각하지 못했던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는 평가다.

최근 구글의 구글홈은 부동의 최강자 아마존 에코를 누르고 인공지능 스피커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실제로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글로벌 인공지능 스피커 시장에서 구글홈은 320만대의 출하량으로 점유율 32%를 기록해 1위에 올랐고 아마존 에코는 250만대 판매에 그쳐 점유율 28%로 2위에 이름을 올렸다.

아마존 에코가 올해 1분기 처음으로 구글홈에 밀렸지만, 글로벌 인공지능 스피커 시장이 급격하게 팽창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일종의 과도기라는 평가가 중론이다. 구글홈이 구글의 검색 점유율을 중심으로 동력을 확보한다면, 아마존 에코는 전자상거래 중심의 인공지능 생활밀착형 전략을 구사하는 대표적인 기기다.

에코의 강세는 인공지능 스피커 시장에서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높지만, 최근 잦은 구설수에 오르는 장면은 논란이다.

▲ 아마존 에코가 작동하고 있다. 출처=갈무리

미 CNBC는 24일(현지시각) 아마존 에코가 한 가족의 사적인 대화를 녹음해 제3자에게 전송하는 일이 벌어졌다고 보도했다. 에코의 인공지능 알렉사가 가족의 이야기를 임의로 녹음한 후 연락처 명단에 저장된 특정 인물에게 전달했다는 뜻이다. 민감한 사생활 침해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는 사안이라 후폭풍이 거세다.

아마존은 즉각 실태조사에 나섰다. 아마존은 에코가 가족의 대화 중 특정 단어를 ‘녹음하고 전송하라’는 명령어로 인식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사적인 대화에 불과하지만 에코가 그 중 몇 단어를 녹음과 전송으로 오해했다는 뜻이다. 사적인 대화가 유출된 가족이 다수의 에코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에코와 에코가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은 후 대화가 유출됐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아마존 에코 알렉사의 실수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초 미국의 CW6 TV는 아마존 에코를 이용해 아버지의 허락을 받지 않고 집에 쿠키를 주문한 소녀의 해프닝을 보도했다. 당시 남성 앵커가 보도 말미 테스트를 명목으로 "알렉사, ‘인형의 집’을 주문해줘"라는 멘트했고, 그 순간 방송을 듣고있던 미국 전역의 에코가 실제 명령으로 인식해 실제 아마존에서 판매하는 인형의 집을 자동으로 구매하는 일이 벌어진 바 있다. 논란이 확산되자 아마존은 에코‘들’이 주문한 인형의 집 주문을 전부 취소했다.

지난해 7월에는 에코가 스스로 경찰에 신고를 하는 일도 벌어졌다.

미국 뉴멕시코 지역에서 에두아르도 바로스라는 남자가 여자친구를 폭행한 일이 벌어진 후 경찰이 그를 체포한 일이 발생했다. 당시에는 ‘간단한 폭행사고’로 취급됐으나 논란은 체포 후 벌어졌다. 폭행을 당한 여자친구가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는데 경찰이 출동했기 때문이다. 수사결과 경찰에 신고한 것은 에코로 판명됐다. 긴급 전화기능이 없는 에코가 폭행과정에서 나온 몇 마디의 단어를 추론해 자동으로 신고했다는 말이 나왔으며, 일각에서는 아마존이 에코에 긴급통신기능을 탑재하는 테스트를 진행하는 도중에 발생한 일이라는 추론도 했다.

웃음소동도 있다. 지난 4월 트위터에는 에코 등에 탑재된 알렉사가 갑자기 혼자 웃는 현상을 목격했다는 트윗들이 올라왔다. 공개된 영상을 보면 알렉사는 명령을 받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전자음이 섞인 소름끼치는 웃음을 터트린다. 에코가 특정 단어에 ‘웃어라’와 비슷한 명령어를 임의로 인지해 벌어진 일이라는 설명이다. 아마존은 웃음 명령어를 ‘알렉사, 너는 웃을 수 있니?(Alexa, can you laugh?)로 바꾸며 논란을 진정시켰다.

에코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해프닝이 심각한 오류는 아니다. 에코가 가장 대중적인 인공지능 스피커인데다 생활밀착형 플랫폼과 인공지능 기술력의 연결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일종의 통과의례로 보는 편이 맞다. 다만 에코의 실수를 바탕으로 인공지능 스피커 전략을 새롭게 구축하는 일도 필요하다는 말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