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밤토끼의 불법 행위로 가장 많은 피해를 입은 웹툰작가 '럽피'가 그린 밤토끼 구속 기념 웹툰의 한 장면. 출처= 레진코믹스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불법 웹툰 사이트 ‘밤토끼’ 운영자가 경찰에 붙잡히자 국내 웹툰 업계가 들썩였다. 국내 한 웹툰 서비스 제공 업체는 밤토끼 운영자 체포에 대해 정부 당국에 감사의 메시지를 전하는가 하면, 혹자는 “콘텐츠 불법 복제와 전쟁이 시작됐다”면서 이번 사건에 의미를 부여했다. 과연 밤토끼는 어떤 방법으로 국내 웹툰 콘텐츠의 생태계를 망쳤을까. 그들이 저지른 만행은 무엇일까.

밤토끼 운영자를 체포한 부산경찰서에 따르면, 밤토끼 사이트 운영이 국내 웹툰 업계에 입힌 손해는 약 2400억원이다. 이는 곧 작품을 만든 웹툰 작가들이나 플랫폼 업체들에게 돌아가야 할 업계 전체 경제규모의 약 33%에 이르는 2400억원이 밤토끼의 불법 행위 때문에 다른 곳으로 새 나간 것이다. 

웹툰 업계의 자체 조사에 따르면 약 4000명의 정식 작가가 활동하고 있는 우리나라 웹툰 업계의 지난해 기준 경제 규모는 약 7240억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 밤토끼의 운영으로 국내에서 가장 많은 피해를 입은 유료 웹툰 플랫폼 레진코믹스. 출처= 레진코믹스

밤토끼 운영자 3명을 체포한 부산경찰서의 사이버수사대 권효진 경사의 설명에 따르면 밤토끼 운영자들은 조직을 갖추고 지능적 방법으로 웹툰 작품들을 모았고 이를 자기들의 돈벌이 수단으로 활용했다.

밤토끼는 유료 웹툰 사이트의 작품을 추출하는 프로그램을 활용해 수만 편에 이르는 유료 웹툰을 확보했고 이렇게 모은 웹툰들은 국내에서 추적이 어려운 해외 사이트에 무료로 게재됐다. 유료 웹툰을 무료로 볼 수 있는 이 사이트가 네티즌들의 입소문을 타고 알려지고 방문자가 늘어나면 밤토끼 운영자들은 불법 도박사이트들의 유료 배너 광고를유치해 사이트에 걸었다. 

권 경사는 “밤토끼 운영자들은 경찰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불법 도박사이트로부터 광고 대금을 비트코인이나 리플 등 암호화폐로 받는 치밀한 범죄 행각을 보여주기도 했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이 같은 방법으로 가장 많은 피해를 입은 업체는 국내 최초의 유료 웹툰 플랫폼 레진코믹스다. 레진코믹스 관계자는 “독자들의 구독 수에 따라 그에 상응하는 수익을 올리는 작가들에게 돌아가야 할 수익이 불법 사이트 때문에 현저하게 떨어졌다”면서 “이러한 방법의 작품 유출을 막기 위해 해외 불법 사이트 차단에 들인 시간과 비용을 계산하면 우리가 입은 손해는 언론에 알려진 수치 이상”이라고 말했다. 

▲ 네이버 인기 웹툰 <이말년 시리즈>의 유료 미리보기 서비스. 출처= 네이버 웹툰

네이버, 다음 등 포털사이트 기반 업체들의 웹툰은 유료 결제를 해야 구독할 수 있는 ‘미리보기 웹툰’을 밤토끼에 불법복제를 당했다. 이 작품들 역시 개별 웹툰 작가들의 수익과 연결되기에 복제가 된 만큼 작가들에게 돌아가야 할 수익을 빼앗아 간 셈이다.  

웹툰 플랫폼 업계 한 관계자는 “웹툰 작품 한 편 한 편은 작가들의 엄청난 창작 고통으로 생산되는 콘텐츠들이며 이 작품들을 불법으로 복제해 작가들이나 플랫폼에 돌아가야 할 수익이 줄어들도록 하는 것은 작가들의 생계를 위협하는 도둑질”이라면서 “불법 행위에 대한 엄중 처벌로 유사 범죄가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웹툰 업계는 밤토끼 운영자의 구속은 반가워할 소식이면서도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말한다. 현행 저작권법에서 요구하는 절차를 따르면 불법 사이트의 적발과 제재에 소요되는 시간은 최대 2주다. 그 판단이 내려지는 기간 동안에도 수없이 많은 웹툰들이 불법으로 복제되면서 작가들의 수익을 빼앗아갈 수 있다.    

현재 밤토끼 외에도 우리나라와 해외에는 수없이 많은 소규모 웹툰 불법복제 사이트들이 있다. 이들을 계속 색출해 내는 것도 업계와 정부 당국이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물건이나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생산자나 판매자들에게 지급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이를 깨는 것은 곧 범죄행위다. 밤토끼 사건은 웹툰 업계 외에도 다른 콘텐츠 업계에 전하는 메시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