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악한 인터넷 연결 환경과 벤더나 소비자에 대한 까다로운 은행 대출 등, 주미아는 경제적 인프라의 대부분을 무에서부터 구축해야 했다.     출처= 주미아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진흙 속의 진주’란 말이 이보다 더 어울릴 수 있을까.

미국의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와 몇몇 유명 투자자들은 검은 대륙 아프리카의 알리바바를 꿈꾸는 나이지리아의 주미아(Jumia)를 보고 "아프리카의 사파리에서 보석을 발견했다"고 생각한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최근 보도했다.

독일의 스타트업 펀드 ‘로켓 인터넷’(Rocket Internet SE)의 지원으로 2012년 출범한 아프리카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기술 유니콘 주미아는 아프리카 최대의 전자 상거래 플랫폼으로 수백만 명의 아프리카 사람들에게 상품과 서비스를 판매하는 회사다. 

주미아는 글로벌 통신 사업자가 포함된 투자자들로부터 7억달러(7500억원)가 넘는 자금을 모았고, 가장 최근인 2016년 마지막 모금 라운드에서는 기업 가치가 12억달러(1조 3천억원)로 평가됐다. 

그 동안 주미아의 서비스는 4개국에서 14개국으로 확대됐고, 지난 해 매출 총액은 전년도보다 42% 증가한 5억 700만유로(6400억원)를 기록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케이프 타운에서 모로코의 카사블랑카에 이르기까지, 이 회사의 벤더 네트워크에는 온라인으로 상품과 서비스를 공급하는 7 만 개의 업체가 포함돼 있다. 

주미아의 성장 스토리는 또 아프리카 온라인 소매업의 도전이 얼마나 컸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열악한 인터넷 연결 환경과 벤더나 소비자에 대한 까다로운 은행 대출 등, 주미아는 경제적 인프라의 대부분을 무에서부터 구축해야 했다.

주미아의 공동 설립자인 사카 포이농넥 최고경영자(CEO)는 "전 세계 어디에도 아프리카보다 쇼핑하기 어려운 곳은 없다”고 토로했다.

주미아의 경영진은 회사의 재무제표를 근거로, 검증된 공급 업체에게 대출을 제공하며 신용 한도를 설정했고, 기본적인 회계와 재고 관리에 대한 교육 워크샵을 개최했다. 온라인으로 쇼핑을 하는 데 익숙하지 않은 미심쩍어 하는 고객들을 이끌어내기 위해 아프리카의 탑 클래스 팝 스타를 동원했고 블랙프라이데이 이벤트에서는 고객들에게 산 염소를 경품으로 내 거는 등, 화려한 다국적 마케팅 캠페인을 벌였다.

주미아는 또, 서방 온라인 업체라면 생각도 할 수 없겠지만 최근 월마트가 인수한 인도의 플립카트처럼, 상품배송후 결제방식(cash on delivery)을 수용했다.

신흥시장 자문회사인 달버그(Dalberg)의 로빈 밀러 파트너는, 이 회사의 비즈니스 모델이 아프리카 소매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수천 개의 중소 업체들에게 생명줄을 제공하고는 있지만, 열악한 신용 및 인프라와, 상품을 판매할 제대로 된 시장이 거의 없어 생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한다.

보스턴컨설팅그룹 조사에 따르면, 아프리카 대륙의 전체 소매 거래 중 온라인에서 발생하는 비중은 0.5%에 불과해, 중국의 15%와 인도의 5%와 비교할 때 현저히 낮지만, 주미아 같은 회사가 많은 아프리카 기업가들을 위해 경제 환경을 변화시키고 있다.

▲ 2012년 출범한 유니콘 주미아는 아프리카 최대의 전자 상거래 플랫폼으로 수백만 명의 아프리카 사람들에게 상품과 서비스를 판매하고 있다.      출처= 주미아 웹사이트

해리슨 카라냐는 3년 전 이 플랫폼에 대해 들었을 때, 나이로비의 번화한 상업 지역에 복사소(copy shop)에서 일하고 있었다. 그녀는 평생 스프레드 시트라고는 본 적도 없었다. 올해 38세의 이 케냐 여성은 현재 중국에서 수입된 휴대폰 액세서리와 가구 등을 파는 잘 나가는 무역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어떤 은행도 카라냐가 현금 흐름을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녀는 주미아에게 매주 지불금을 정산하고 적절한 신용 한도를 제공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방법이 효과가 있었다. 주미아는 매주 25만 케냐 실링(2500 달러)의 판매량을 올리는 납품 업체를 위해 매주 지불을 정산하기 시작했다.

"주미아의 이런 조치가 많은 사람들에게 나처럼 똑같이 할 수 있는 용기를 주었고, 주미아의 벤더가 되었지요. 이제 내가 회사 사장이 된 겁니다.”

카라냐는 회사 매출의 75%를 온라인을 통해 팔고 있다.

달버그(Dalberg)의 로빈 밀러는 아프리카의 전자 상거래가 결국은 급증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이곳의 장점은 붕괴되거나 대체될 오프라인 소매 산업이 아예 없다는 것이다. 그것이 오히려 이곳이 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라고 설명했다. 

나이로비에서 미용 기술자로 일하는 크리스틴 카리키는 아이가 9개월이 되면서 일터로 다시 돌아왔다.

"나는 주미아를 통해 아기를 위한 기저귀나 물건들을 구입합니다. 값도 더 싸고 집까지 배달해 주니, 일을 마친 후에 시장에 갈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주미아의 판매 데이터에 따르면, 기저귀는 주미아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는 제품 중 하나다. 이는 점점 더 많은 아프리카 부모들이 소득 증가로 인해 기존의 천 기저귀 대신 더 값 비싼 일회용 대안으로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주미아의 포이농넥 CEO는 회사가 올해에도 수익을 내지 못할 것이기 때문에, 투자자들에게 추가자금을 요청할 계획이다.

골드만삭스의 쥴스 프레볼트는 향후 이 회사의 자금 조달 라운드에서 이 회사에 대한 투자 규모를 늘릴 것인지 확인해 주지는 않았지만, "골드만삭스는 어느 회사가 성장하는 것을 보며 성공과 투자 확대에 참여하는 기회를 좋아하므로, 추가 참여를 항상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미아 투자자들로는 골드만삭스와 독일의 로켓 인터넷 외에 프랑스의 오렌지, 남아프리카의 MTN 그룹, 룩셈부르크의 밀리컴 인터내셔널 셀룰러 같은 주요 통신 회사들이 있다. 프랑스 보험사인 악사와 JP모건체이스도 이 회사에 자금을 지원했다.

보스턴컨설팅그룹에 따르면, 인구가 미국과 유럽을 합친 것보다 많은 10억명에 이르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소비자 시장인 아프리카에는 주미아 외에 또 다른 라이벌 전자 상거래 업체들도 호시 탐탐 기회를 엿보며 투자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중국의 알리바바그룹홀딩스도 아프리카 시장을 면밀히 조사 중이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이동통신회사 보다컴의 케냐 자회사인 사파리컴(Safaricom)도 최근 자체 온라인 소매 비즈니스를 출범시켰다. 미국의 아마존도 지난 해 북아프리카에서 지사를 두고 있는 두바이의 전자 상거래 업체 수크닷컴(Souq.com)을 인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