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재필 기자] 소비자들이 농산물을 비싼 값에 구입하는 것은 시장이 아닌 대형 유통업체에 의해 농산물 가격이 결정되는 구조적 문제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4차 산업혁명의 기술혁신을 농업 분야에 반영한 '한국형 6차 산업화 모델'이 제시됐다.

(재)파이터치연구원이 23일 발표한 연구보고서 '농업의 한국형 6차 산업화 모델 구축'에서다.

이 보고서를 작성한 김강현 파이터치연구원 연구위원(사진)은 "농산물은 생산(1차)·가공(2차)·유통(3차) 과정에서 정보가 매우 제한적이다"며 "농산물 가격 대부분이 시장가격이 아닌 농협과 대형마트 등 독점적 지위를 갖는 대량구매처의 비시장 가격에 의해 결정된다"고 지적했다.

▲ 김강현 (재)파이터치연구원 연구위원.(제공=파이터치연구원)

실제 2016년 기준 주요 농산물의 유통비용은 사과 51.2%, 돼지고기 48.1%, 복숭아 41.4%인데 반해 공산품인 휘발유 6%, 의약품 7.5%, 건설기계 12%로 최대 8배 이상 차이가 났다. 즉 소비자 가격이 1000원이라면 사과는 512원, 휘발유는 60원이 중간 유통 과정에서 발생했다는 것이다.

김 연구위원은 "농산물은 비가격 정보인 식품안정성·친환경성·영양·맛 등의 속성에서도 정보 비대칭이 강하게 나타난다"며 "농산물은 공산품과 달리 구입후 경험을 통해서만 정보 불균형이 해소되는 속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농산물 시장의 정보 비대칭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한국형 6차 산업 모델 도입을 주장했다. 한국형 6차 산업 모델의 핵심은 기술융합형·현장지원형·민관협력형을 제시했다.

기술융합형 유형은 IT기업이 중심으로 AI(인공지능)·빅데이터·드론·농업용 로봇 등을 개발·상용화해 농업 현장에 활용하는 것이다. 현장지원형 유형은 농업인을 대표하는 농협이 제 역할을 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김 연구위원은 "미국·일본 등 해외 선진국은 생산(스마트), 가공(가공기계 제작용 3D프린팅·로봇), 유통(수송용 드론·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농업현장에 적용하고 자국에 적합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며 "국내의 경우 현장지원을 위해 생산과정에서는 전국 1136개 농협 단위조합이 보유한 농업 데이터로 정보망을 구축하고, 가공·유통과정에서는 전국 2184개 하나로마트의 빅데이터를 활용해 산지와 소비지를 연결하는 유통지도를 구축해야 한다"고 했다.

민관협력형에 대해선 "민관협력을 위해 농산물 생산에 필요한 4차 산업혁명 기술을 농가에서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규제를 정비하고, 가공·유통단계에서는 정책자금 지원, 스타트업 기업 육성 등의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위원은 농협의 비대화·독점화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은 4차 산업혁명 기술 도입을 위한 환경조성을 위해 농협이 갖고 있는 농업부문에 대한 독점적 권한을 폐지했다"며 "협동조합 본연의 기능을 강화해 자유로운 시장경제를 회복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국가마다 농업부존자원이 다르고, 농업 정책의 중점도 다르기 때문에 우리나라 고유의 농업모델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