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장영성 기자]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그룹 지배구조 개편안을 보완·개선해 다시 추진하겠다고 21일 밝혔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입장문을 내고 “이번 방안을 추진하면서 여러 주주분들 및 시장과 소통이 많이 부족했음도 절감했다”면서 “현대차그룹은 더욱 심기일전하는 마음으로 여러 의견과 평가들을 적극적으로 수렴해 사업경쟁력과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지배구조 개편방안을 보완하여 개선토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부회장은 “주주분들과 시장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더욱 적극적으로 폭넓게 소통하겠다”고 강조했다.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는 이날 각각 이사회를 열어 현재 체결돼 있는 분할합병 계약을 일단 해제한 후 분할합병 안을 보완·개선해 다시 추진키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이달 29일 열릴 예정인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임시 주주총회는 취소됐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3월 순환출자 해소를 위해 지배구조 개편 안을 마련했다. 현대모비스의 국내 A/S·모듈 사업을 분할해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고 현대모비스를 지배회사로 하는 안이었다. 

이 안이 실현되면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의 순환출자 구조가 해소되고 정의선 부회장의 지배력은 커질 것으로 예상됐다. 정의선 부회장은 현대글로비스 지분 23.2%를 보유하고 있으나, 현대모비스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개편안이 실현되면 정 부회장은 현대글로비스 합병법인 지분과 기아차 보유 현대모비스 지분 교환으로 약 9.6%의 현대모비스 지분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됐다.

현대제철과 현대글로비스가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 6.3%를 사재를 털어 사들이면 지분율은 16%까지 높아질 것으로 관측됐다.  

그러나 지난달 미국의 행동주의펀드인 엘리엇이 "분할 합병 비율이 합당치 않고 사업 논리도 부족하다"며 현대모비스와 현대차 합병해 지주사 전환을 요구하면서 현대차의 지배구조안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전 세계 의결권 자문시장의 60%를 차지한 것으로 알려진 ISS도 반대 권고를 냈다.   

추진 중이던 개편 안을 보완하고 재검토하기로 한 것은 무엇보다도 주주들의 충분한 이해와 적극적인 지지가 우선돼야 한다는 판단이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현대차 측은 설명했다. 

정 부회장도 “어떠한 구조개편 방안도 주주분들과 시장의 충분한 신뢰와 지지를 확보하지 않고서는 효과적으로 추진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대차그룹이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고 생존과 성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많은 부분에서 신속하고 과감한 개혁과 변화가 필요하다”면서  “자동차 사업 본연의 경쟁력과 기업가치를 극대화하고 주주 환원으로 선순환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대차가 기존 지배구조 개편안에 어떤 살을 붙여 내놓을지에 한국은 물론 글로벌 투자자들의 이목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