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국내 3위 통신사 LG유플러스를 둘러싼 논란이 점입가경이다. 진정한 무제한 요금제 출시를 통해 고가 가계통신비 쏠림현상을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과 더불어 애플뮤직과 넷플릭스 등과 무리한 협력을 시도하며 시장 질서를 파괴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3위 통신사기 때문에 1위와 2위 통신사를 넘어서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이해될 수 있지만, 도가 지나친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LG의 전자통신 핵심 계열사인 LG전자와 LG유플러스의 공통점은 외부와의 협력 강화다. LG전자는 자체 모바일 AP 제작을 포기했으며, 인공지능 기술력은 구글이나 아마존과 협력하고 있다. 씽큐 브랜드를 통해 자체 생태계도 구현하는 투트랙 전략이라는 설명이지만, 스마트폰의 두뇌와 초연결 사물인터넷 시대의 핵심 기술력인 인공지능을 사실상 타 회사에 의존하고 있다는 지적은 여전하다.

▲ LG유플러스가 3위 사업자 입장에서 조바심을 내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출처=각 사

LG유플러스도 마찬가지다. SK텔레콤이 누구, KT가 기가지니를 독자로 완성하고 있으나 LG유플러스는 네이버와 손을 잡았다. 다양한 사업자와 협력해 방대한 데이터를 확보, 일종의 플랫폼 생태계를 구축해 탁월한 사용자 경험을 잡아낸다는 설명이지만 ‘미래’는 불안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당장 글로벌 기업이나 핵심 ICT 기업과 협력해 성과를 낼 수 있겠지만, 시간이 갈수록 타 회사의 의존도가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 “당장의 먹거리를 위해 하청 플랫폼을 자처하는 것 아니겠느냐”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콘텐츠 제휴 분야에서도 잡음이 나온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부터 애플뮤직과 협력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최근에는 신규광고를 공개하는 한편, 5개월 무료 체험 혜택에 안드로이드 고객까지 포함시키는 광폭행보를 보이고 있다. 음원 콘텐츠 확보에 대한 열망으로 풀이되지만 ‘지나친 행보’라는 지적이다. KT의 지니뮤직 2대 주주로 활동하며 타사 서비스에 힘을 실어주는 격이기 때문이다.

현재 ICT 업계는 음원 스트리밍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인공지능 스피커의 킬러 콘텐츠가 음원 스트리밍으로 굳어지는 상태에서, 결국 콘텐츠와 플랫폼 생태계 전반의 경쟁력이 중요해지고 있다. 이 대목에서 LG유플러스가 토종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에 관여하면서도 애플 뮤직 바라기를 표방하는 한편 무리한 마케팅에 나서는 장면은, 결국 3위 통신 사업자의 조바심이라는 분석이다.

▲ LG유플러스와 애플뮤직이 가까워지고 있다. 출처=LG유플러스

현재 글로벌 음원 스트리밍 시장의 최강자는 스포티파이다. 약 40%의 점유율로 굳건한 1위를 지키고 있으나 최근 애플뮤직이 빠르게 성장하며 추격하는 중이다. 국내에서는 올해 3월 기준 멜론이 569만 이용자를 기록해 1위에 올랐고, 지니뮤직이 206만명으로 2위, 카카오뮤직이 133만명으로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애플뮤직이 본격적으로 국내 시장 진출을 시도할 경우, LG유플러스는 훌륭한 길잡이 노릇을 할 전망이다.

넷플릭스와의 콘텐츠 협력도 논란이다. 현재 LG유플러스는 가입자를 대상으로 넷플릭스 콘텐츠를 제공하는 중이다. 문제는 불공정한 제휴라는 점. 업계에 따르면 LG유플러스와 넷플릭스의 수익구조배분은 국내 기준이 아닌, 넷플릭스 자체 기준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또 LG유플러스는 고가 이동통신 가입자에게 넷플릭스를 3개월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방안도 고민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넷플릭스는 글로벌 진출을 시도할 때 현지 시장 1위가 아닌, 2위나 3위 사업자와 손을 잡고 협상력을 끌어올린다. 이 과정에서 다소 불공정한 계약이 이뤄지기도 하며, LG유플러스가 넷플릭스의 계약도 비슷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국내 콘텐츠 업계는 우려하는 중이다. 한국방송협회는 지난 17일 성명을 통해 “글로벌 미디어 공룡이라 불리는 넷플릭스가 국내 진출 이후 다양한 방법으로 미디어 시장을 장악하고자 시도해 왔지만, 지상파 방송은 유료방송을 비롯한 미디어 산업계 전체와의 적극적인 협력을 통해 상생의 미디어 생태계를 적절하게 보호해 올 수 있었다”면서도 “최근 LG유플러스가 불합리한 조건으로 넷플릭스와 제휴하게 되면서 지금까지의 미디어 산업 생태계 보호를 위한 노력들이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해졌다”고 지적했다.

LG유플러스가 지난 2월 출시한 속도, 용량 걱정 없는 데이터 요금제도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고가 요금제 마케팅의 전형적인 패턴이다. '돈을 조금 더 내면, 엄청난 데이터 혜택을 주는 한편 모바일 플랫폼 환경까지 제공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며 가계통신비 상승 전략이 '고가 요금제 유혹'으로 귀결되는 결정적인 장면이다.

▲ LG유플러스가 출시한 U+야구. 출처=LG유플러스

국내 가계통신비 인하 복마전의 핵심이 고가 요금제 쏠림 현상에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LG유플러스의 행보는 시장을 교란하는 외래어 수준이다. LG유플러스와 유튜브도 밀접하다. 지난해 LG유플러스 용산 사옥에서 열린 유튜브 키즈 행사에 돈 앤더슨(Don Anderson) 유튜브 아태지역 패밀리 앤 러닝 파트너십 총괄이 직접 참여하기도 했다. 진정한 무제한 요금제로 고가 요금제 쏠림 현상을 부추기는 한편, 넷플릭스와 애플뮤직 등 외부 콘텐츠 회사와의 협력으로 영악하게 방향을 틀어버리는 전략도 눈길을 끈다.

3위 통신사인 LG유플러스가 타 회사와의 협력을 통해 활로를 찾는 것을 마냥 색안경끼고 편가할 필요는 없다. 이용자 입장에서 이득을 얻을 수 있다면 오히려 장려할 수 있다. 다만 협력 과정에서 국내 환경을 파탄내는 장면은 불안요소며, 지나치게 협소한 상황판단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LG유플러스가 외산 기업의 힘만 믿고 국내 시장을 교란하는 것을 넘어, LG유플러스 스스로의 자체 경쟁력 약화로도 이어질 수 있다. SK텔레콤과 KT 등 경쟁 통신사들이 직접적인 콘텐츠 투자에 나서는 장면과 명확한 차이를 보여준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