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중 양측이 무역 협상에서 처음으로 합의를 이끌어 내면서 세계 초강대국간 무역전쟁 우려가 낮아지고 있다.     출처= CNN 캡처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몇 주간의 긴장 끝에 드디어 중국과 미국이 휴전에 이르렀다. 지난 주말 미중 양국이 무역 협상에서 처음으로 합의를 이끌어 낸 후,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서로에게 새로운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CNN등이 20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중국은 지난 19일 발표한 공동 성명에서 무역 불균형을 줄이기 위해 중국이 미국 제품과 서비스 구매를 "상당히 증가"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무역 협상 이틀동안 트럼프 행정부가 최우선으로 요구한 사항이었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 장관은 이어 20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우리는 무역 전쟁을 보류하기로했다. 우리는 이 합의를 이행하기 위해 관세를 철회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류허(劉鶴) 중국 부총리도 이에 화답했다. 그는 국영 신화 통신 회견에서 "양측이 무역 전쟁을 더 이상 진행하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세부적인 사항은 많이 나오지 않았다. 공동 성명에는 중국이 미국 제품의 구매를 얼마나 늘릴 것인지 금액은 발표하지 않았다. . 양측은 미국 농업과 에너지 수출을 ‘의미 있는 정도로 늘릴 것’(meaningful increase)에 합의했다. 미국은 세부 사항을 논의하기 위해 중국에 협상팀을 파견 할 계획이다. 므누신 장관은 중국이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를 다시 부과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관리들은 지난주 CNN 인터뷰에서 중국이 2000억달러의 미국 제품 수입을 제안했다고 밝혔지만, 중국 외교부 루강 대변인은 중국은 그런 제안을 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이번 성명서에는 또 무역 전쟁의 중심에 있었던 중국의 기술 대기업 ZTE에 대한 언급도 빠졌다.  양국은 또  지적 재산권 보호에 관한 협력을 강화할 것이며 중국은 분야의 법과 규정에 대한 관련 개정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싱크탱크인 국제전략연구센터(Center for Strategic and International Studies)의 중국 경제 전문가 스캇 케네디는 공동 성명서가 "너무 모호해 구속력이 없다"면서 "이번 성명에서 그 어느 쪽도 무역과 투자를 확대한다거나, 산업 정책을 제약하거나 벌칙을 부과하지 않는다는 어떤 특정 조치도 언급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번에 미국이 지적 재산권 조사와 관련된 관세를 철회하기로 결정했는지가 핵심"이라면서 "철회하기로 했다면 중국이 엄청난 승리를 거둔 것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기껏해야 싸움을 일시 중단한 것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왼쪽)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 대표가 배석한 가운데 연설하고 있다.    출처= 닛케이아시안리뷰

실제로 대중(對中) 관세에 대해 미국 경제 수뇌부 사이에서 엇갈린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므누신 미 재무장관에게서는 ‘무역전쟁 잠정중단’이나 ‘대중 관세부과 보류’라는 말이 나왔지만,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 대표는 “관세는 여전히 미국 기술산업 보호의 중요한 수단”이라고 주장했다.

경제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행정부에 정통한 이들은 라이트하이저의 발언은 그가 양국간 무역 담판 결과에서 약화된 미 정부의 전략이나 목표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는 신호로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종합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도 이날 '중국이 트럼프와의 무역전쟁에서 이겼다'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WP는 “미중 무역전쟁의 핵심은 도둑맞은 지적재산권”이라며 공동 성명이 '협력 강화'나 '중국의 특허법 관련 개정안 추진' 같은 내용은 없는 수사만으로 이뤄져 있다며, 구체적 대안을 담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WP는 또 다음달 12일로 예정된 북미회담도 이번 무역 협상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은 트럼프 정부가 북미회담의 성공을 위해 중국의 협조를 필요로 하고 있음을 잘 이해하고 있으며, 중국이 가진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무역협상에서 중요한 카드로 활용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미국의소리(VOA) 방송도 “미국 의회 내 무역 전문가들은 이번 공동성명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이 부족하고 어떻게 이행할지도 나와 있지 않다는 지적한다”고 전했다. WSJ는 “이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 간에 해결할 문제로 남겨졌다”고 보도했다.

전문가들도 이번 공동성명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했다. 에스와 프라사드 전 국제통화기금(IMF) 중국 부문장은 이번 공동성명에 대해 “긴장 완화를 주요 목적으로 하는 제한적이고 잠정적인 합의”라고 평가했다. 무역전쟁 발발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합의일 뿐이라는 것이다.

이에 반해 중국 언론은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관영 영자매체 글로벌타임스는 20일 사설을 통해 "중국과 미국이 무역 전쟁을 중단한 것은 윈윈 게임"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글로벌타임스는 "오늘 체결한 협정은 상생의 원칙을 따르고 있다"면서 "미국은 중국과의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한 기회를 갖게 될 것이고 중국은 국가 발전과 국민들의 삶 향상을 위해 지속적으로 미국 상품을 구매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문은 또 "세계 최대 무역 흑자국 중 하나인 중국은 이번 미국과의 분쟁에서 교훈을 얻었고 국제무역에 대한 이해를 증진할 것"이라며 "이것은 또한 모든 중국 시민들이 새로운 시각으로 자국의 힘을 평가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고 언급했다.

글로벌타임스는 "중국은 계속해서 시장의 영역을 확대하고 글로벌 공급 사슬에서 '대체 불가성(irreplaceability)'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면서  "이제 중국 시민들은 현대적인 강대국이 되기를 원한다. 해야 할 일이 많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