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동규 기자]'LG웨이'를 주창한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20일 숙환으로 별세했다.향년 73세다.

LG그룹은 이날 오전 9시 52분께 구 회장이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평화롭게 영면에 들었다고 밝혔다.

LG그룹 창업주인 구인회 회장의 손자이자 구자경 LG 명예회장의 장남으로 'LG가(家) 3세대 총수'인 고인은 지난 1995년부터 23년간 그룹 회장을 맡으면서 LG그룹을 글로벌 기업으로 변신시키는 주역을 맡은 경영자였다. 그의 지휘아래 LG그룹의 매출은 1995년 30조원대에서 지난해 160조원대로 5배 이상 늘어난 만큼 그의 부재가 갖는 의미는 더욱더 크다.

유족으로는 부인 김영식 씨와 아들 구광모 LG전자 상무, 딸 연경·연수 씨가 있다.

LG그룹에 따르면,고인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초 수 차례 뇌수술을 받았으며, 통원 치료를 하다가 최근 상태가 악화하면서 서울대병원에 입원했다가 일어나지 못했다.

그룹 관계자는 "고인은 1년간 투병생활을 하는 가운데 연명치료는 하지 않겠다고 평소 밝혔다"면서 "장례도 조용하고 간소하게 치르기를 원했던 고인의 유지와 유족들의 뜻에 따라 가족장으로 치르고 공개도 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가족 외 조문과 조화는 정중히 사양하기로 했고, 애도의 뜻은 마음으로 전해주시면 감사하겠다는 게 유족의 뜻"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는 생전에 과한 의전과 복잡한 격식을 마다하고, 자신으로 인해 번거로움을 끼치고 싶어 하지 않았던 고인의 뜻을 따르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인은 미국 애슐랜드대 경영학과와 미국 클리블랜드주립대 대학원 경영학과를 잇따라 졸업한 뒤 ㈜럭키에 입사했다. 이후 럭키 유지총괄본부장, 금성사 이사, 럭키금성 기획조정실 전무, 럭키금성 부회장 등을 역임했다.

그는 1989년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부회장에 선임됐으며, LG상록재단 이사장과 LG연암문화재단 이사장, LG프로야구 구단주 등도 지냈다.

고인은 특히 정도 경영, 가치창조형 일등주의, 도전주의와 시장선도 등을 경영 이념으로 삼고 LG그룹의 '기술개발력 제고'와 '세계화 추진' 등 제2의 경영혁신을 주도했다. 최근 서울 강서구 마곡산업단지에 4조원을 투자해 국내 최대 규모의 융복합 연구단지인 'LG사이언스파크'를 건립해 LG의 미래를 이끌 첨단 연구개발(R&D)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구 회장이 타계로 LG그룹 경영의 지휘봉은 외아들인 구광모 LG전자 상무가 쥔다. 구 회장의 동생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의 장남으로, 2004년 고인의 양자로 입양된 구 상무는 다음달 29일 열릴 ㈜LG의 임시 주주총회에서 등기이사로 선임되는 것을 계기로 경영 전면에 나설 예정이다.  와병중인 구 회장을 대신해 사실상 그룹 총괄 경영을 맡은 구본준 부회장은 구 상무에게 '조언자' 역할을 하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그룹 경영에서 손을 떼고 계열 분리할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