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정경진 기자] 서울을 비롯해 수도권 분양시장이 더할 나위 없이 뜨겁다. 정부가 각종 규제대책을 내놓아 아파트 가격과 전세가격이 영향을 받고 있지만 분양 열기는 식을 줄 모른다. 정부가 재건축 단지 및 대출 규제와 양도세 강화 등 자금줄을 조이면서 부동산 시장 규제를 강화했지만 신규 분양시장만큼은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이코노믹리뷰>가 3월 30일부터 5월 20일까지 분양 현장 5곳을 직접 돌아본 결과 유래를 찾기 힘든 뜨거운 열기를 확인했다.

업계에 따르면 5월 둘째 주 전국에서 모델하우스를 개관한 곳은 총 8곳으로 주말 사흘간 모델하우스를 방문한 아파트 수요자는 14만여명에 이르렀다. 특히 수도권 핵심 단지에서는 세 자리 수준의 청약경쟁률이 심심치 않게 등장했다. 동탄2신도시에서 새로 분양하는 금강주택의 ‘동탄역 금성백조 예미지 3차’는 올해 수도권 최고 경쟁률인 107대 1을 기록했다. 오피스텔 단지인 ‘힐스테이트 범계역 모비우스’는 평균경쟁률 105대 1을 달성하기도 했다.

부동산업계는 이 같은 분양열기에 대해 정부의 분양가 규제로 시세차익을 누릴 수 있는 데다 수도권 새 아파트 품귀 현상이 빚어낸 합작품으로 보고 있다. 특히 교통호재가 있는 지역일수록 가격상승 기대감이 높아 방문객들의 쏠림현상이 더해졌다는 분석이다.

지난 3월 30일 모델하우스를 개관한 ‘마포 프레스티지 자이’는 분양 이전부터 강북 로또 아파트로 불렸다. GS건설이 염리3구역을 재개발한 이 아파트는 시세보다 분양가가 저렴하게 책정되면서 분양당첨 시 수억원의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모델하우스를 개관한 첫날(3월 30일)에는 아침부터 방문객들의 행렬이 길게 이어졌다. 당시 1시간 이상을 기다렸다는 박 모 씨는 “오후에는 사람들이 더 몰릴 것 같아서 일찍 왔는데도 1시간가량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마포 프레스티지 자이’는 지하 5층~지상 27층, 18개 동, 총 1694가구로 이 중 일반분양은 전용면적 59~114㎡ 396가구다. 분양가는 전용 84㎡ 기준 3.3㎡당 2400만원대로 책정돼 1층을 제외한 최저 가격은 8억2100만~10억원대로 다양하게 분포돼 있다. 1층은 채광과 통풍 등이 다른 층수에 비해 열악해 5억8000만~6억5000만원대다.

전용 59㎡는 3.3㎡당 2800만원대로 84타입보다 다소 높다. 역시 1층은 다른 층수에 비해 가격이 1억원가량 낮게 책정돼 최저 4억6800만~5억6400만원이다. 1층을 제외한 층수의 분양가는 최저 7억1700만~최고 8억3700만원이다. 분양가에는 발코니 확장비용이 포함됐다. 계약금은 2차에 나눠서 납부하면 된다. 1차에는 면적별로 전용 59㎡는 3000만원, 전용 84㎡는 4000만원, 전용 114㎡는 5000만원이다.

길 건너편 신촌 그랑자이의 경우 분양 당시 3.3㎡당 2400만원대에 공급됐지만 현재 같은 면적 분양권의 가격은 12억~13억원대에 형성돼 있다. ‘신촌 그랑자이’ 분양권은 오는 6월까지는 전매가 금지된 상태다. 서울부동산정보과장에 따르면, 인근 단지인 마포구 아현동 ‘래미안 푸르지오’ 전용 84㎡는 4월 27일 12억4000만원에 거래됐다. 즉 신규단지와 기존 아파트와 비교해도 ‘마포 프레스티지 자이’가 2억~4억원가량 저렴한 셈이다.

‘동탄역 금성백조 예미지3차’ 역시 이 같은 이유로 많은 수요자들이 몰렸다. 지난달 13일 모델하우스를 개관한 이 단지는 방문객들이 줄어들지 않으면서 폐관시간인 6시를 넘긴 후에야 문을 닫을 수 있었다. 건설사 관계자는 이날 <이코노믹리뷰>에 “방문객이 1만명이 넘었다”고 전했다.

동탄2신도시 C7블록에 들어서는 ‘동탄역 금성백조 예미지3차’는 지하 4층~지상 47층 4개동(3개동 오피스텔동) 모두 918가구로 구성된다. 오피스텔은 전용면적 22㎡로 총 420실, 아파트는 총 498가구다. 이 중 특별공급 가구수는 34가구, 다자녀 특별공급 48가구, 신혼부부 특별공급 34가구, 노부모부양 특별공급 13가구로 책정됐다. 분양가는 전용면적 84㎡는 4억3430만~4억7880만원대에 형성돼 있다. 전용 87㎡는 4억7270만~4억8690만원대다. 전용 101㎡는 5억810만~5억5680만원이다.

전용 84㎡의 경우 로얄동, 로얄층이라고 해도 5억원대를 넘지 않는다. 현재 동탄역 도보권에 위치한 아파트는 이른바 우·포·한이라고 불리는 ‘시범우남퍼스트빌’, ‘동탄역 시범 더샵 센트럴시티’, ‘동탄역 시범 한화 꿈에그린 프레스티지’로 이들 단지는 2년 전 입주를 마치고 현재 전용 84㎡가 7억원 이상 가격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동탄역 금성백조 예미지3차’ 역시 도보 7분 내에 동탄역에 도달이 가능한 단지로 수요자들은 현재 분양가에서 2억원 이상의 시세차익을 얻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때문에 서울을 비롯해 판교, 광교 등 다양한 곳의 수요자들이 몰려들었다.

판교에서 남편과 함께 방문한 40대인 한 내방객은 <이코노믹리뷰>에 “현재 SRT만 개통된 상태에서 2억원 올랐던 만큼 GTX가 개통되면 가격은 더 오를 것”이라면서 “경쟁률이 워낙 셀 것으로 예상돼 당첨될 것이란 기대는 크지 않지만 된다면 ‘로또’일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사 역시 이 단지가 주목받고 있는 이유로 분양가로 인한 시세차이뿐 아니라 교통 입지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오는 2021년 GTX가 개통되면 동탄2신도시에서 삼성역까지 한 번에 20분대 접근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수도권 분양시장의 경우 최근 몇 년간 서울 아파트값이 치솟으면서 아파트값을 감당하기 어려운 실수요자들 덕분에 높은 인기를 누린 단지도 있다. 바로 현대건설과 대우건설, 포스코건설, 태영건설 등 4개 건설사가 참여한 하남 감일지구와 민간분양인 ‘하남 포엘시티’다. 이 단지는 감일지구 3개 블록(B6·C2·C3)에 들어서며 지하 4층~지상 30층, 24개동 총 2603가구의 대규모 단지임에도 5만5110명이 청약에 몰리면서 청약대란을 불러일으킨 곳이다. 1순위 청약 평균 경쟁률은 26.29대 1을 기록한 데다 청약가점 만점자가 3명이나 등장하는 등 높은 인기를 끌었다.

하남 감일지구의 첫 민영 아파트이자 대단지이면서 분양가가 저렴해 청약 대기자들이 많았기 때문으로 건설사 측은 분석했다. 이 단지 분양가는 해당 지역에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면서 3.3㎡당 평균 분양가가 1680만원으로 책정됐다. 지난 2016년 분양한 하남 감일 스윗시티의 3.3㎡당 분양가는 1500만원대다. 이 단지가 공공분양이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하남 포웰시티’의 경우 민간분양임에도 분양가가 상당히 저렴하다는 평가다. 하남 감일지구와 비교적 인근에 있는 ‘송파 파크데일’ 2단지 아파트 전용 84㎡ 최근 1개월 평균 거래가격이 7억1400만원인 것과 비교하면 최대 2억원가량 저렴한 것이다. ‘송파 파크데일’은 2011년에 완공된 8년차 아파트로 서울지하철 5호선과 근접한 곳에 있다.

하남 감일지구는 승용차를 이용하면 송파구나 강동구 등이 가깝기 때문에 최근 급격히 오른 집값을 감당하지 못한 사람들의 방문이 주를 이뤘다. 강동구 상일동에서 모델하우스를 찾은 박희숙(가명, 50세)은 “차량으로 송파나 강동구 등이 가깝기 때문에 지하철 여건이 좋지 않은 부분은 사실 신경 쓰지 않는다”면서 “강동구에서 현재 전세를 살고 있는데 이 지역 집값이 너무 많이 올라서 인근 지역으로 살 집을 고르던 중 방문하게 됐다”고 말했다. 강동구에서 지난해 3월 입주한 ‘고덕래미안 힐스테이트’ 전용면적 59㎡는 올 2월 8억4500만원에 거래됐다. 3.3㎡당 3500만원이 넘는 셈이다. 이 단지는 송파구청까지 5㎞ 정도 떨어져 있을 뿐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이 같은 신규 분양 열기에 대해 “총 4가지 이유를 들 수 있다”면서 “분양가가 시세보다 저렴하면서 생긴 로또 구매심리와 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안전자산을 선호하고, 동시에 새집 선호현상이 높아졌다는 것, 마지막으로 9억원 이하는 대출이 가능하고 분양아파트의 경우 계약금을 낸 후 중도금을 여러 차례 내기 때문에 자금조달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양지영 양지영R&C연구소장은 “정부 규제로 새 아파트 공급이 수도권역 중심으로 줄어드는 상황에서 가격마저 기존 아파트보다 저렴하니 수요자가 몰릴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