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허지은 기자] 우리은행이 차세대 전산시스템을 도입한 이후 전산 장애와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오류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8일 도입 첫날부터 ‘원터치개인’ 앱에서 로그인 오류로 고객 불편이 발생한 지 이틀만에 이번에는 ‘원터치알림’ 앱에서 사용내역이 제대로 안내되지 않아 이용자들의 원성이 높아지고 있다. 게다가 타인의 사용내역이 앱 상에 그대로 노출되며 심각한 문제를 드러냈다.

10일 우리은행 이용자들에 따르면 지난 8일 우리은행이 새 전산시스템을 도입한 뒤 ‘원터치알림’ 앱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원터치알림 앱은 우리은행 계좌의 입금과 출금 내역을 자동으로 알려주는 시스템으로 스마트폰뱅킹을 사용하는 이들이라면 대부분 이용하는 주요 앱이다.

일부 고객에게서는 해당 앱을 통해 타인의 계좌 입출금 내역은 물론 잔액까지 확인할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단순히 본인의 사용내역 알림이 오지 않을 뿐만 아니라 타인의 사용내역까지 확인돼 문제가 되고 있다.

▲ <이코노믹리뷰>가 입수한 제보자 박 모씨의 우리은행 '원터치알림' 앱 화면. 제보자 본인의 계좌는 물론 타인명의 계좌 3개의 정보가 그대로 노출되고 있다. 출처=제보자, 우리은행 원터치알림 앱

<이코노믹리뷰>가 확인한 결과 제보자의 우리은행 원터치알림 앱 상에는 제보자의 계좌는 물론 타인명의 계좌 3개의 입출금 내역과 계좌번호는 물론 계좌 잔액까지 모든 계좌 정보가 그대로 노출됐다. 사용금액과 사용 시간, 사용처가 그대로 유출되고 있어 심각한 사생활 침해 문제로 이어질 수 있어 추가 피해가 우려되는 대목이다.

알림 오류로 불편을 겪던 제보자는 “8일 업데이트 이후 알림이 제대로 들어오지 않다가 타인명의 계좌 사용내역이 계속해서 알림으로 떴다”면서 “9일 오후 5시 이후에는 제 계좌의 알림만 들어오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은행 이용자 A씨 역시 “아내의 앱 상에 타인의 계좌 정보가 보이는 현상이 발생했다. 한참동안 알림이 오지 않다가 현재는 정상화된 것 같다”고 말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알림 지연 문제에 대해 “일부 이용자들에게서 알림이 제대로 오지 않는 문제가 발생해 긴급 복구 작업에 나서고 있다”면서 “오후 들어 문제가 거의 해결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해당 앱을 통해 타인의 계정 정보가 보인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확인된 바가 없다”며 즉답을 피했다.

당초 우리은행은 8일 전산시스템 교체 이후 어플리케이션을 업데이트해야 제대로 알림이 온다는 내용을 사전 공지했다. 그러나 업데이트 이후에도 일부 이용자들에게서 제대로 된 알림이 오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 이용자 B씨는 “알림이 제대로 울리지 않아서 이번 달 월급이 들어오지 않은 줄 알았다. 연휴에도 전산업무를 보지 못 했는데 언제까지 불편함을 겪어야 하는 지 모르겠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특히 앱을 업데이트해 알림이 제대로 오게 된 경우에도 업데이트 이전 사용 내역이 모두 날아가는 문제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 이용자 C씨는 “알림이 제대로 오지 않아서 업데이트를 하거나 앱을 삭제하고 다시 설치하라고 해서 그렇게 했다. 그랬더니 재설치 이전 사용내역은 제대로 조회가 되지 않았다”면서 “고객센터에 전화했더니 일단 기다려보라고 한 후 결국에는 스마트폰을 껐다 켜보라는 말만 되풀이했다”고 토로했다.

이틀 전인 지난 8일에는 새 전산시스템의 실시 첫 날부터 우리은행의 모바일 뱅킹 앱인 ‘원터치개인’ 앱에서 일부 고객이 로그인을 하지 못 해 이체를 하지 못 하는 오류가 발생했다. 이날 오전 문제 발생 이후 오후 들어 문제가 해결되긴 했으나, 사용자가 몰리면서 수 천명의 대기자가 발생했고 예상 대기 시간 역시 최대 수십 분에 달해 이용자들의 불편이 계속됐다.

우리은행 이용자들은 게시글을 통해 “타인의 계좌 내역이 공개되다니, 이름 그대로 ‘모두의 은행’이 될 셈이냐”, “앱을 지웠다 다시 설치하기를 얼마나 반복했는지 모른다”, “주거래은행이 우리은행인데 이제는 타은행으로 갈아탈 때가 된 것 같다”며 불편함을 호소했다.

앞서 우리은행은 8일 차세대 전산시스템의 시범 운영을 마치고 고객 대상으로 서비스를 시행했다. 우리은행은 연휴 기간인 지난 5~7일 사흘 간 은행 및 카드 업무를 모두 중단하고 시스템 교체 작업에 나섰다. 손태승 우리은행장을 비롯한 전 직원이 시스템 교체를 위해 비상 근무 체제에 나섰고 8일 오전 모든 시스템의 정상 작동을 확인하고 서비스를 실시했으나 오류가 끊이지 않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현재 기술팀 직원이 총 출동해 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다"면서 "고객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문제 해결까지 전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