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견다희 기자] 1995년 먹는 물 관리법 제정에 따라 먹는 샘물 시판이 공식적으로 허용되면서 지난 20년간 국내 생수시장은 가파른 성장을 보였다. 생수시장은 매년 10% 안팎으로 성장했다. 지난해 시장규모는 7800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2020년에는 1조를 돌파할 것으로 생수업계와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식품기업들은 이 같은 생수시장의 잠재력에 주목해 생수를 신성장동력으로 삼아 너도나도 생수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문제는 국내 생수시장이 이미 70여개 업체가 200여개 브랜드를 내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레드오션’이라는 점이다. 총성 없는 전쟁이 매일 벌어지는 전쟁터와 다름없는 시장이 생수시장이다.

생수시장은 현재 ‘1강 2중 다약’ 구조를 이루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제주개발공사의 ‘제주삼다수’의 시장점율이 지난해 41.5%로 가장 높고 그 뒤를 이어 롯데칠성의 ‘아이시스’(9.7%), 농심의 ‘백산수’(7.9%)가 추격하고 있다. 상위 3개 제품이 생수 시장의 절반이 넘는 59.1%를 차지하고 있다. 후발주자들이 뛰어들고 있지만 안착은 쉽지 않다. 더욱이 최근 정수기 보급까지 늘면서 후발업체들은 맥을 못 추고 있다.

▲ 국내 생수시장 규모. 출처= 닐슨코리아

흔들리는 삼다수에 롯데와 농심 2위 자리 각축전

제주개발공사(이하 공사)가 1998년 출시한 제주삼다수는 시판 6개월 만에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2000년 이후에는 줄곧 점유율 30% 이상을 유지하며 시장점유율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공사에 따르면, 지난 20년간 판매된 삼다수는 818만t으로 500㎖ 기준 163억6000만병에 이른다. 인구 5000만명을 기준으로 계산해보면 20년간 1인당 327개, 매년 16개씩 마신 셈이다.

공사는 이 같은 성적표에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지 않는다. 과거 삼다수의 시장점유율이 50%를 훌쩍 넘은 것을 감안하면 40%대는 체면을 구긴 것과 다름없다고 여긴다.

공사는 올해 삼다수 출시 20주년을 맞아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소매와 비소매·업소용 제품의 판매권을 나누는 ‘투 트랙’ 전략을 가동했다. 이는 유통채널을 전문화해 점유율을 확대하려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공사는 지난 4년간 삼다수를 유통한 광동제약에 편의점과 온라인쇼핑몰, 슈퍼 등에 공급하는 소매 유통을 맡겼다. 호텔과 식당 등의 업소용은 코라콜라음료(LG생활건강)로 판권을 넘겼다. 코라콜라음료는 주요 음식점, 패스트푸드, 호텔 등 레저·숙박·외식시장 등 탄탄한 영업망을 이용해 삼다수 점유율 확대를 꾀하고 있다.

공사는 삼다수를 코카콜라가 입점한 자판기에 공급할 예정이다. 프리미엄 이미지를 버리면서까지 생존을 위해 비교적 낮은 가격의 생수 브랜드가 입점하는 자판기에 공급을 시작하며 판매창구의 다양화 전략을 선보이고 있다.

▲ 국내 생수시장 점유율. 출처= 닐슨코리아

흔들리는 1위와의 격차를 좁히기 위해 시장 2, 3위 기업들도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롯데칠성은 아이시스, DMZ청정수, 트레비, 백두산 하늘샘 등이 다양한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DMZ, 백두산 등 다양한 수원지 확보로 브랜드 이미지 제고와 경쟁력 강화에 힘쓰는 롯데는 지난해 말 680억원을 투자해 생수 위탁제조업체(OEM) ‘산수음료’를 인수했다. 산수음료는 경남 산청군과 경기도 남양주 공장 2곳에서 생수를 생산한다. 롯데칠성은 이 중 산청 공장 1곳을 인수해 좋은 수원지를 확보하고 취수량도 늘렸다. KBS 인기 드라마 <태양의 후예> 제품 간접 광고에 참여하고 인기 여배우 송혜교를 모델로 채용하며 ‘아이시스’ 브랜드 이미지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농심은 소용량 제품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 1인 가구나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하는 ‘백산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운영해 24시간 주문 체계를 갖췄다. 농심이 역점을 두고 있는 시장은 생수 전체 시장에서 37.5%를 차지하고 있는 500ℓ 이하 소용량 생수 시장이다. 편의점에서는 500㎖, 대형마트와 슈퍼에는 330㎖ 제품을 선보이며 이원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최근 백산수 생산설비도 용량별 전용라인으로 구축했다.

농심의 시장지위는 세 번째이지만 1998년부터 16년간 제주삼다수를 유통하며 부동의 1위 브랜드로 만든 저력을 갖고 있다. 농심은 식품사업으로 구축한 탄탄한 유통망으로 2013년 백산수 첫 출시 100일 만에 점유율 14%까지 올리기도 해 앞서 있는 아이시스와 삼다수를 충분히 위협할만한 존재라는 평가가 나온다.

농심 관계자는 “전용라인 체계 도입과 다양한 마케팅 활동으로 생수시장에서 백산수 점유율을 내년 10%대로 끌어 올리겠다”고 투지를 보였다.

▲ 출처= 각 사

신세계푸드(올반 가평수), 아워홈(지리산수), 정식품(심천수)도 생수사업에 후발주자로 뛰어들었다. 그러나 매출과 점유율은 미미한 수준이다. 신세계푸드는 지난 2016년 생수제조업체 ‘제이원’을 인수했지만 지난해까지도 적자를 면치 못했다. 신세계푸드 연결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제이원은 5억8936만원의 순손실을 냈다.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제이원을 인수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공장을 정비하고 있기 때문에 이렇다 할 성과를 말하기는 이르다”고 설명했다.

업계는 2012년과 2017년 제주삼다수 판권 공개입찰에 참여한 남양유업, 웅진식품, 크라운제과, 현대그린푸드 등도 잠재적인 생수시장 진출업체로 보고 있다. 식품업체뿐 아니라 다양한 산업군에서도 생수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G마켓의 ‘캬워터’와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등 유통업체의 자체브랜드(PB) 생수가 대표적이다.

이병희 한양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생수산업은 자동화율이 높은 산업으로 비교적 진입 문턱이 낮은 산업”이라면서 “1~2인 가구의 증가로 식품업계뿐 아니라 온라인마켓 등 다양한 채널로 생수 시장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병희 교수는 “진출 업체들이 자본력을 갖춘 대기업들로 경쟁이 장기화하면서 다수 기업들이 도태되면서 시장이 안정을 찾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