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가상통화 열풍에 이어 블록체인 기술이 각광을 받고 있다. 다양한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국내 블록체인 기술 스타트업의 기술력이 이미 세계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는 높은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국내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을 위해 다양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준규 하이프아시아 창업주를 4월 8일 서울 을지로 위워크서 만나 그의 철학을 들어봤다.

▲ 이준규 하이프아시아 창업주.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한국 스타트업, 외부에 길 있다

이준규 하이프아시아 창업주는 구글 코리아에서 스몰 미디엄 비즈니스 총괄 상무로 활동했으며 구글의 국내 비즈니스 전반을 조율하는 업무를 했다. 구글의 유튜브 인수 후 국내에 유튜브 서비스를 안착시킨 핵심인사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이후 구글을 떠나 글로벌 숙박 공유 사업자인 에어비앤비의 한국 지사장으로 근무한 후 지난해 7월 일부 에어비앤비 출신 동료들과 뜻을 모아 하이프아시아를 창업했다.

하이프아시아는 국제 스타트업 진출 플랫폼이며, 아시아 시장을 중심으로 글로벌 무대까지 아우르는 스타트업 통합 생태계로 자리매김하는 중이다.

국제 스타트업 진출 플랫폼의 창업주 시각으로 한국과 아시아 스타트업은 어떤 비전을 가지고 있을까? 이 창업주는 블록체인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한국 스타트업이 아시아와 글로벌 무대에서 가장 주목받는 것은 ICO(가상통화공개)”라면서 “다만 ICO는 수단에 불과하고, 핵심은 블록체인 기술력에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창업주에 따르면 해외에서는 한국을 일종의 블록체인 ‘성지’로 보는 시각도 있다고.

그는 “한국은 가상통화 업계의 중요한 시장 중 하나며, 자연스럽게 블록체인에 대한 이해도와 비즈니스 모델 발전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면서 “해외에서는 이 부분을 높게 평가한다”고 말했다.

▲ 이준규 하이프아시아 창업주가 스타트업의 비전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물론 블록체인의 개념은 난해하고, 아직 갈 길이 멀다. 이 창업주는 “블록체인은 단순히 기술적인 이해가 아니라 문화인류학적 접근도 필요하다”면서 “블록체인이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어렵지만, 거대 담론인 탈 중앙화를 통해 개인과 개인의 거래비용을 낮추는 것도 좋은 접근방법”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블록체인이 모든 것을 바꾼다고 자신하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라면서도 “국내 스타트업의 블록체인 기술력이 외부에서 호평받는 것은 사실이다. 블록체인에 대한 이견이 있겠지만, 기회는 분명히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블록체인을 포함한 한국 스타트업의 저력도 강하다는 것이 이 창업주의 설명이다. 문제는 당사자인 한국 스타트업이 미온적인 태도로만 일관하며 아시아, 글로벌 진출을 지레 겁낸다는 것. 이 창업주는 “홍콩과 같은 아시아 영어권 나라의 스타트업이 언어적 강점을 살려 글로벌 진출에 빠르게 나서는 장면을 본다”면서 “한국 스타트업은 비 영어권이지만 기술력이 있고, 그 강점은 영어권 나라의 경쟁력을 압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술은 물론 마케팅과 운영의 노하우를 살려 밖으로 뻗어나가야 한다는 주문이다.

아시아 스타트업 시장의 최근 분위기가 부익부, 빈익빈으로 흘러간다는 우려도 있다. 이 창업주는 “한국도 마찬가지지만 최근 아시아 스타트업 업계 투자를 보면 ‘큰 손’들이 대부분의 투자금을 빨아들이며 몸집을 불리고, 막 태어난 후발주자들은 상대적으로 코너에 몰리는 중”이라며 걱정했다.

다만 스타트업 전반의 성장 동력이 여전하다고 그는 강조했다. 그는 “내가 사회생활을 시작할 때만 봐도 많은 사람들은 스타트업 취업을 생각도 하지 않았다”면서 “지금은 다르다. 스타트업에 우수한 인재들도 많이 들어오는 등 기회는 여전하기 때문에 과감한 배팅을 할 필요도 있다”고 강조했다.

▲ 이준규 하이프아시아 창업주가 스타트업의 비전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아시아부터 공략하라”

이 창업주가 이끄는 하이프아시아는 국제 스타트업의 수요와 공급을 매칭하는 플랫폼으로 작동한다. 최근 홍콩 등 중화권을 기반으로 성장한 튜터링 스타트업인 스냅 애스크의 한국 진출을 도왔으며, 지금은 국내 스타트업의 아시아 시장 진출을 돕고 있다. 벤처캐피털로 활동하며 투자를 단행하는 한편 시장조사도 하지만 핵심은 각국 스타트업의 교류와 진출을 돕는 작업이다.

단순히 컨설팅을 하는 것이 아니라 팀을 꾸려 해당 스타트업의 활동을 내밀하게 지원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 창업주는 “BOT(Build-Operate-Transfer)를 중심으로 팀을 만들어 스타트업을 돕는다”면서 “아시아를 중심으로 스타트업 교류 생태계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왜 아시아일까? 이 창업주는 “글로벌 진출이 물론 좋지만 현실적인 선택지를 제시하는 것”이라면서 “스타트업을 바닥부터 다질 수 있는 아시아 시장 진출을 중심으로 새로운 판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 창업주는 구글과 에어비앤비, 그리고 스타트업이라는 이종산업을 거치며 플랫폼 사업의 핵심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구글 코리아와 에어비앤비를 거치면서 초기 사업에 진입해 시장에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안착시키는 것을 주로 해왔다”면서 “1980년대 한국은 제조업 중심 수출 경쟁력으로 경제성장을 이뤘지만, 이제는 스타트업을 수출해야 하는 시대다. 하이프아시아는 그들의 플랫폼이 되어주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 창업주는 “플랫폼 빌드를 만드는 일, 수요와 공급을 조절했던 온디맨드 전문성을 바탕으로 커뮤니티 경쟁력까지 확보하는 것이 지향점”이라면서 “팬덤의 힘을 바탕으로 커뮤니티를 완성할 수 있다면, 아이디어만 있어도 서비스를 창출할 수 있는 전혀 다른 의미의 생태계 전략이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스타트업 국제 플랫폼을 통해 커뮤니티의 강점을 노리는 한편, 전혀 다른 생태계 조성에 나서겠다는 포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