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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동진의 기업과 커뮤니케이션] Coffee vs. Tea

구동진 칼럼니스트·홍보인 expert@econovill.com

기사승인 2018.05.14  15: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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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련한 추억으로 남아 있는 커피에 얽힌 추억이 있다. 철부지 시절 아침나절에 아버지를 따가 간 동네 어귀 다방에서 봤던 국적불명의 모닝커피 추억이다. 이름 모를 물고기가 헤엄쳐 다니는 커다란 수족관, 담배 연기는 가득한데다가, 아저씨들은 같은 메뉴였다. 김이 피어나는 거피에 설탕 크림 그리고 달걀 노른자까지 띄웠다. 또 달걀 프라이 반숙 한 접시도 따라 나왔다. 실제 먹어보진 못했지만 예전 서민 일상에서 누린 호사 중의 하나였지 않나 싶다.

커피가 우리 역사에 자리잡게 된 시기는 19세기말 무렵이라 알려져 있다. 고종이 아관파천 때 러시아공관에 피신해 있던 1년 동안 커피라는 새로운 세계에 빠졌다. 당시 시대적인 쓰라림을 커피의 쓴 맛에서 느끼지 않았을까 싶다. 환궁 후 러시아 건축가 사바친으로 하여금 ‘정관헌’을 짓게 한다. 한식과 양식을 절충한 조선 최초 궁 내 서양식 건물로써, 커피를 마시러 모이는 카페였다.

요즘 시내엔 커피숍 없는 블록이 없을 정도로 빼곡하지만, 희한하게도 점심 후 커피라도 한잔 하려면 어김없이 바글바글하다. 밥 값보다 비싼 커피 운운하면서 곱지 않은 눈길을 보내기도 했지만 지금은 온 도시가 커피로 넘쳐나고 있다. 그렇게 많은 커피숍들이 장사가 제대로 될까 의문이 들기도 한다. 그런데 커피시장도 덩달아 커져서 매장마다 손님들이 넘쳐나는 것을 보면 신기할 따름이다.

커피만큼 시공을 초월해서 널리 사랑 받고 있는 기호식품도 드물다. 역사적으로 바흐, 베토벤, 칸트, 발자크, 헤밍웨이 등 익히 알려진 위인들도 커피 애호가들로 유명하다. 커피는 이들 위인들의 ‘예술적 영감과 학문적 성찰에 기여’하며 ‘영혼까지 맑게 하는 음료’라는 찬사를 받기도 했다.

 

‘각성’을 위해 찾는 Coffee, ‘휴식’을 위해 찾는 Tea

그렇다면 세계에서 가장 대중적인 음료가 커피일까 하면 그것은 아니라고 한다. 그럼 세계에서 가장 몸값이 비싼 브랜드를 자랑하는 콜라일까 싶기도 하지만 그것도 아니다. 인구수 때문이겠지만 아직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마시는 음료는 ‘차’라 한다. 가장 많은 인구를 자랑하는 중국은 어느 곳에서든지 차가 없는 곳이 없다. 보온병에 담아서 이동 중에도 마시기도 하는데,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중국엔 커피를 마실만한 곳이 많지 않았다. 차를 가장 많이 수출하는 나라인 인도 역시 그 인구가 만만치 않고, 그 옆에 ‘실론’으로 불렸다는 스리랑카도 홍차의 형태로 유럽 각지로 수출하고 있다.

역사적인 기원도 차가 단연코 커피보다 앞선다. 이렇듯 커피와 차는 서로 비슷한 음료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우리처럼 커피가 일상생활 깊숙이 파고든 커피문화권에서 커피와 차는 미묘한 차이점도 가진다.

사람들이 회의를 하거나 일을 할 때 ‘커피 한 잔’ 또는 ‘차 한 잔’이라는 말을 사용하지만 의미는 살짝 다르다. 커피까지 포함되는 광의적 표현의 차 말고, 차에 비해 커피는 욕망과 각성의 의미가 좀 더 강하다. 커피는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나서, 회의나 일이 늘어지거나 할 경우 좀 더 각성하기 위해 찾는 음료의 의미가 강하다. 그래서 ‘Coffee Time’이라고 하지 않고 ‘Coffee Break’이라 한다. 경쟁에서 살아남고 성공하기 위해, 일의 피치를 올리고자 할 때 커피를 마신다. 때문에 커피를 마시는 데에는 절차와 예절 등의 복잡함도 생략된다.

반면 차 문화권에서는 현실의 복잡함과 어지러움에서 잠시 떨어져서 한숨 돌리고 쉬거나 여유를 찾고자 할 때 차를 마시는 경향이 있다. 그 옛날 유럽 귀족들이 호사스러운 생활을 하면서 여유를 찾고자 할 때 홍차를 즐겨 마셨다는 기록이나, 우리나라나 일본 같은 아시아 차 문화권에서도 차를 대하는 태도, 우려내는 방법 그리고 마시는 절차 등이 매우 까다로운 ‘도’의 경지에 올라 있는 것도, 각성하여 피치를 올리고자 하는 의도 보다는 여유로움으로 되돌아가고자 하는 의지의 반영이 아닌가 싶다.

보통 Tea라고 하면 홍차를 일컫는다. 그런데 홍차는 신기하게도 한자로 쓸 때는 붉을 홍(紅)자를 쓰고, 영어로는 검다는 Black Tea라고 한다. 홍차는 19세기 중엽부터 수출하려 했던 일본인이 자국내의 녹차는 일본차라고 하고 유럽인들이 좋아하는 차는 그 빛깔이 붉다고 해서 홍차로 부르기 시작했다고 한다. 유럽식 홍차의 기원은 16세기 중국에서 시작됐는데, 중국인이 즐기는 우롱차가 유럽으로 전해졌는데, 유럽인은 중국인이 마시는 보통의 우롱차보다 좀 더 발효된 차를 선호했다. 그러다 녹차와 기존의 우롱차와의 차이를 설명하는 통역과정에서 Black Tea로 지칭했던 것이 홍차의 어원이 되었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역사적인 파워에서는 Tea가 압도적

홍차는 역사적 대사건들의 근저에도 중요한 요인으로 자리잡고 있다. 중국의 차는 1590년대 말 네덜란드 동인도회사에 의해 유럽으로 유입되었고, 1662년 찰스2세가 포르투갈에서 온 캐서린 왕비와 결혼하면서 영국까지 전해졌다. 그 이후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영국은 최대 차 소비국이 되었다.

당시 중국으로부터 수입한 찻주전자와 찻잔에 홍차를 마신다는 것은 사치스러운 취미였고 자기과시였다. 특히 부유층에게 ‘차’는 우아하면서도 신비스러운 동양의 정취를 즐기는 하나의 고급문화로 자리잡게 됐다. 그러다가 유럽에서 네덜란드가 스페인에 밀리게 되면서 해상권을 내주었고, 산업혁명의 영향으로 영국이 무적함대의 힘을 입어 해상권을 장악하게 된다. 그 여파로 홍차는 영국에서부터 유럽의 여러 국가로 그리고 그 문화가 점차 일반인들에게로 퍼져나가게 됐다.

하지만 영국은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었기 때문에 불황 타개의 목적으로 식민지 미국에 차의 무관세 독점판매권을 제정했다. 이로 인해 1773년 식민지 자치정부의 조세간섭에 불만을 품과 있던 과격파들이 차를 바다에 버린 사건이 바로 미국 독립전쟁의 도화선이 되기도 했다. 이런 의미에서 본다면 미국인은 홍차를 더 사랑해야 하지 않을까?

영국의 조지3세는 차 수입에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을 인도에서 재배한 아편을 중국에 판매해 번 돈으로 충당했다. 더 많은 아편을 중국으로 수출해 영국이 돈을 버는 반면 중국은 아편 문제로 골머리를 썩을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아편전쟁이 발발했다. 그리고 홍콩이 100년간 영국의 손아귀에 들어간다. 이렇게 보면 역사적인 파워는 홍차가 커피보다 압도적으로 세다.

홍차하면 실론이라는 단어가 연상된다. 실론은 1978년 스리랑카민주사회주의공화국의 옛 국명이다. 현재 스리랑카는 세계적인 홍차의 산지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19세기 중반까지 최대의 산업은 커피였다. 그런데 1869년 실론에는 병충해로 커피 밭이 그야말로 작살이 났다. 옮겨 심을 커피나무도 오염되다 보니 국민들이 공황상태에 빠지게 되었다. 이때 커피를 대신할 작물로 등장한 것이 바로 차나무였다. 현재 홍차를 가장 많이 생산하는 국가는 인도, 스리랑카, 케냐 그리고 중국 순이라 한다.

요즘은 편의점 냉장고에 진열된 커피 종류만 봐도 어지러울 지경이다. 브랜드도 다양하거니와 브랜드마다 진하고 연하고, 설탕이나 크림이 든 것 안 든 것 등 종류도 엄청나고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집이나 사무실에서도 커피를 접하는 방식이 많이 달라졌다. 예전엔 봉지커피 아니면 병 커피 정도였으나, 지금은 어느 지역 원두로 만든 것인지에 관심도 커졌고, 집에서도 에스프레소를 즐길 수 있게 됐다.

계절에 상관없이 커피나 차는 늘 곁에 있다. 아침 잠자리에서 일어나면서부터 다시 잠자리에 들 때까지 무심결에 수도 없이 찾게 되는 커피와 차가 우리의 삶에 너무나도 깊숙이 자리잡았다. 커피가 빠진 일상을 과연 살아 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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