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전현수 기자] 지난해 포항에 발생한 규모 5.4 지진의 원인이 인근 지열발전소에서 땅속에 물을 주입한 것이 원인이라는 연구 결과가 발표돼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가능성이 있는 주장이라는 견해와 직접적이고 정량적인 증거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맞서고 있다.

부산대학교는 포항 지진의 원인이 지열 발전소에서 땅속에 물을 주입한 게 원이라는 내용의 연구 논문을 유명한 과학저널 ‘사이언스’ 27일자에 발표했다고 밝혔다. 이 논문은 부산대학교 자연과학대학 지질환경과학과 김광희 교수 연구팀이 발표했다. 공동 저자로 서울대 김영희 교수, 고려대 김성실 박사, 부산대 강수영 연구원, 부산대 서우석 대학원생 등이 공동저자로 참여했다. 

김광희 교수 연구팀은 수리자극법에 의해 규모 5.0 이상의 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수리자극법이란 지열발전을 할 때 지하 암반에 높은 압력으로 유체를 집어넣어 인공으로 틈새를 만드는 기법이다. 지열발전을 위해 주입한 물 때문에 지난해 11월 포항에 규모 5.4의 지진이 일어났다는 것이 연구팀의 주장이다. 

연구팀은 지열발전을 위해 수리자극을 하기 전에는 포항지진 진원 부근에서 지진이 발생하지 않았지만 2016년 지열발전을 시작한 이후 지진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또 지진관측망 관측자료를 근거로 댔다. 자료에 따르면 전진(본진이 일어나기 전 일어나는 작은 규모의 지진)과 본진이 발생한 위치와 깊이가 지열발전을 위해 만든 생산정과 주입정 맨 아래의 위치와 깊이가 거의 같다고 주장했다. 생산정과 주입정에 주입한 유체가 단층대를 직접 자극해 지진이 발생했다는 주장이다.

현재까지 학계 상식은 수리자극법이 큰 규모의 지진을 일으키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규모 5.4의 큰 지진을 유발하기엔 주입한 물의 양이 적다는 지적도 있다. 연구팀은 포항지진은 물이 단층대로 직접 주입돼 적은 양의 물로도 큰 지진이 발생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의 주장이 완벽하지 않다는 반박도 있다. 대한지질학회장인 이강근 서울대 교수가 총괄연구책임자로 있는 ‘포항지진과 지열발전의 연관성분석 연구단’ 측은 “논문에서 제시한 내용이 가능성은 있지만, 아직 분석이 더 필요하다”면서 “포항지진과 지열발전 지열공이 매우 가깝다는 사실과 지진이 발생한 지점에 지진을 일으킬 만한 충분한 응력이 쌓였는가에 대한 직접적이고 정량적인 증거가 제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사실 확인을 위해 지난달 연구진을 만들어 조사에 들어갔으며 1년간 연구분석을 할 계획이다. 공정한 조사분석을 위해 유발지진 여부에 상반된 의견을 가진 대표 전문가 두 명을 상시 자문위원으로 위촉했다고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밝혔다. 선정된 전문가 두 명은 연관성이 있다고 주장하는 고려대 이진한 교수와 연관성을 부정하는 연세대 홍태형 교수다. 

산업부는 앞으로 주민들을 대상으로 조사 진행 과정에 대한 설명회를 열고 조사를 벌여  결과를 발표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