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전현수 기자] 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 이장주 소장은 26일 판교 넥슨사옥 GB 타워에서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 소장은 명지대 사회교육대학원 겸임교수, 중앙대 심리학과 강의전담교수를 역임했다. 주로 게임심리학, 디지털문화심리학 분야를 연구한다. 

▲ 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 이장주 소장이 26일 판교 넥슨사옥에서 게임 중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출처=이코노믹리뷰 전현수 기자

그는 우선 게임 중독의 원인을 게임 그 자체로 보는 것이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인간은 많은 것에 중독되지만 그 이유는 개인별 상황에 따라 다른 것이지 게임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는 말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게임을 질병코드로 등재하려는 개정안(ICD-10)을 오는 5월 열리는 2018년 세계보건총회의 안건으로 올리려고 했으나 해당 개정안은 제외됐다. 그러나 아직 게임을 질병으로 분류하려는 WHO의 움직임은 끝나지 않았다. 

WHO가 사용자가 게임에 중독되면 유독물질이 뇌에 침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WHO는 게임중독의 진단기준을 ▲게임에 대한 통제 상실 ▲실제 삶보다 게임을 우선시 ▲일상생활에 부정적 영향을 주지만 그만두지 못하는 것 ▲인간관계에 문제가 생길 수준으로 최소 12개월 이상 증세가 멈추지 않을 때로 규정했다.

이 소장은 우선 WHO의 주장이 이론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중독은 핵심 증상이 금단과 내성인데, 그 부분이 진단기준에 제외됐다는 것이다. 게임을 하면 유독물질에 취할 수 있다는 주장은 하루종일 게임을 하는 프로게이머도 정상인이라며 반박했다.

정치인들이 젊은이들을 도덕적 타락으로 몰고 가는 이데올로기라는 주장도했다. 이 소장은 “과거엔 만화와 로큰롤을 즐기는 청년들을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고 이제는 게임이 문제라고 주장한다”고 말했다. 외국의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게임 관련 학자들을 대상으로 게임을 조사한 결과, 젊은이들에 대한 태도가 부정적일수록, 게임을 해보지 않을수록, 보수적 경향이 강할수록 게임에 더 부정적 견해를 나타냈다고 한다. 즉 게임 자체가 아닌 연구자의 성향이 게임 연구결과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이 소장은 게임을 질병으로 분류할 경우 매력있는 문화산업이 혐오스러운 질병산업으로 인식될까 우려했다. 이 소장은 “이제 게임 산업은 규모도 매우 커져서 국가 산업을 이끌어가는 분야 중 하나다”면서 “이런 산업이 질병산업이 돼선 안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