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허지은 기자] 한미 간 기준금리 격차가 커질 수 있다는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견실한 경기 성장세를 등에 업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점진적인 기준금리 인상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이미 3월 22일을 기점으로 한미 기준금리가 역전된 가운데, 앞으로 미국은 금리 인상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이며 한미 기준금리 격차가 연말까지 0.75%포인트까지 벌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지난 3월 연방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준은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미국 기준금리 상단은 1.75%로 우리 기준금리인 1.50%를 넘어섰다. 10년 7개월 만에 한미 기준금리가 역전되는 순간이었다.

▲ 한미 간 기준금리 격차가 커질 수 있다는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시장 전망치대로 기준금리가 인상될 경우 한국은 1.75%까지, 미국은 기준금리 상단은 2.50%까지 높아질 수 있다. 출처=한국은행, 연방준비제도

연준은 견실한 미국 경제를 기반으로 올해 기준금리를 세 차례 올릴 것임을 시사했고 내년에도 두세 차례 정도 인상 가능성을 열어놨다. 지난 3월 공개된 점도표를 보면 연준은 올해 3회 금리 인상을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유동적으로 변할 수 있는 점도표의 특성을 감안하면 미국 경기가 호조세를 지속할 경우 횟수는 늘어날 수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연준의 FF(Fed Fund·연방기금)금리에 반영된 올해 추가 2회와 3회 금리 인상 기대 확률은 각각 36.6%와 34.5%로 비슷해졌다. 다가올 5월이나 6월 FOMC에서 인상 횟수가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연내 5월, 6월, 7월, 9월, 11월, 12월 총 6번의 FOMC를 더 갖는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한 후 열린 4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당시 금리인상 ‘소수의견’ 시그널도 나오지 않아 시장은 상반기 금리 인상 가능성을 사실상 제로로 점치고 있다. 금리 인상에 대한 시장의 컨센서스는 하반기(7월) 한 차례 정도로 모이고 있다.

깊어지는 한은의 고민...기준금리 격차, 0.75%p 가나

현재 한미 간 기준금리 격차는 0.25%포인트다. 역전이 되긴 했으나 시장 충격은 크지 않았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역시 한미 기준금리 역전에 대해 “우리나라의 기초경제 여건과 대외건전성을 고려하면 당분간 외국인 자금 유출입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만약 시장 전망치대로 기준금리가 인상될 경우 한국은 1.75%까지, 미국은 기준금리 상단은 2.50%까지 높아질 수 있다. 현재의 기준금리 격차는 0.75%포인트까지 늘어날 수 있다. 격차가 확대될 경우 우리나라에 들어와 있는 외국인 자본이나 원·달러 환율 상승(원화 약세)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임혜윤 대신증권 연구원은 “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로 한미 기준금리와 국채금리 역전 폭이 확대될 경우 한미 기준금리 역전을 작은 변수로 치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은 금리차에 따른 이익이 한국 경기나 환차익에 따른 매력을 넘어선다고 판단하면 투자금을 회수하고자 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시장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지만 한은은 말을 아끼고 있다. 이 총재는 4월 통화정책회의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한미 기준금리 격차가 벌어질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예상대로 미국이 두 번 더 올리고 한은이 올리지 않을 경우 0.75%포인트까지 벌어질 수 있는데, 통화정책은 변동성이 워낙 크고 경기 경로가 복잡하기 때문에 인상 가능성을 바로 점치기는 곤란하다”며 즉답을 피했다.

임 연구원은 “채권시장에서는 외국인 자금유출이 당장의 리스크로 부각될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다”면서 “외국인이 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환율을 고려해야 하는데, 아직은 금리차에 따른 이익보다 환율에 다른 손해가 큰 상황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한미 단기금리차는 확대됐으나 외국인 매도세가 제한적이라는 점이 이를 반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