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뽑기’라는 표현이 있다.

여기에는 동일 상품군 내에도 개별 상품마다 품질 차이에 대한 인식과, 구매과정의 특정 행위를 통해 보다 좋은 품질의 상품 확보에 개입할 수 있다는 기대심리가 전재되어 있다.

“뽑기를 잘해야 한다” “○○을 샀는데 뽑기에 실패했다”는 식이다.

‘뽑기’라는 개념은 주로 고가의 가전제품이면서 성능과 품질의 편차가 큰 모니터, 휴대폰 등을 구매하는 소비자그룹에서 회자되기 시작했다. ‘뽑기’에 대한 우려는 동일한 생산라인이라 해도 발생할 수 있는 품질편차에 대한 것이기 때문에, 브랜드의 신뢰도나 유저들의 평판과는 별개로 존재한다. 말 그대로 여러 개의 동일한 상품 중에서 우수한 품질의 것을 잘 뽑아야 한다는 문제의 제기이고, 뾰족한 해결책에 대한 권고라기보다는 ‘운’에 맡기는 일종의 현상이다. 그리고 이러한 우려와 현상은 구매저항으로 연결된다. 품질관리 분야의 전문적 표현을 빌리자면 개별 상품의 품질편차를 ‘품질산포’라 하고, 구매저항 현상은 ‘품질 산포’가 크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이커머스 환경으로 넘어오면서 구매고객 행태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변화이자 특징은 상품에 대한 개개인의 평가를 쉽고 빠르게 다량으로 접할 수 있는 ‘후기시스템’이다. 이것은 기존 오프라인 시장에서 브랜드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들이던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단축시켜 주었다. 그 결과 브랜드의 탄생과 비약이 단시간 내에 일어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다. 이러한 장점을 인식한 브랜드와 판매채널들은 자연스럽게 평판 의존도가 높아지게 된다. 그러는 가운데 과장·왜곡된 평판과 실제 만족도 사이에 간극이 심화되는 부작용이 발생하게 된다.

소비자는 후기에 비해 만족스럽지 못한 상품을 구입하는 경험의 누적을 통해 ‘품질산포’에 예민해지는 학습효과를 거치게 되는 것이다. ‘품질산포’에 예민한 소비자가 많아지는 현상은 문제될 것이 없다. 오히려 건강한 생태계라면 기업의 품질기준이 상향평준화되고 산업 전체의 경쟁력이 강화될 수 있는 기회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몇 가지 단서가 붙는다. 먼저 기형적인 후기생산과 여론몰이를 멈추고 근본적으로 ‘품질산포’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그리고 그 노력으로부터 신뢰를 쌓아야 한다.

식품은 ‘품질산포’와 가장 밀접한 대표적인 카테고리다. 1차 식품의 경우 미묘한 생산·유통환경에 따라 극명한 품질편차를 보인다. 동일한 시점에 구입한 한 바구니 안의 과일이 신선도와 당도가 현저하게 달랐던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과일에 있어서 이러한 ‘뽑기’의 문제를 자연스러운 것으로 인식해 왔을 정도로 변수가 많고 ‘품질산포’가 높은 것이 1차 신선식품이다.

공산품의 ‘품질산포’가 문제가 된 것은 화려한 포장으로 가려져 확인할 수 없는 불확실성이 원인이었다. 마찬가지로 온라인 시장에서 식품의 ‘품질산포’는 맛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어떤 경로로 재배되고 생산된 특정 상품이 유통환경에 얼마나 노출된 채로 자기 앞에 놓이게 될 것인가에 대한 불확실성이 소비자로 하여금 ‘품질산포’를 높게 인식시킨다. 오프라인에서의 ‘뽑기’는 자기 손으로 이루어져서 원망할 대상이 없기에 감내하게 되지만, 온라인 환경에서는 그 마저도 다른 이의 손으로 뽑히기 때문에 구매장벽으로 작용하게 된다.

디지털 환경이 보편화될수록 고객들은 점점 더 ‘품질산포’에 예민해질 것이다. 심리적 장벽은 높아서 위험한 것이기보다는 정면돌파 없이 거둬내기 어려운 것이라서 위험한 법이다. 때문에 향후 식품 이커머스 시장의 판도는 이 구매장벽의 극복, ‘품질산포’의 불확실성을 신뢰로 전환하는 헤게모니 선점의 게임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