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셀트리온 연구원들이 바이오시밀러 관련 연구를 하고 있다. 사진=셀트리온

[이코노믹리뷰=김동우 기자] 바이오주가 또 ‘버블(거품)’ 논란에 발목을 잡혔다. 바이오주는 셀트리온의 코스닥 이전과 코스닥 벤처펀드 출범 등의 수혜주로 지목됐지만 최근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남북경협주가 떠오르면서 상승세가 꺾인 모습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주요 기업들이 1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바이오 업종에서도 옥석가리기가 이뤄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 의약품 지수는 전거래일에 비해 0.21%(28.49포인트) 하락한 1만3385.88을 기록했다. 의약품 지수는 이달 들어 지난 10일 1만5950.42까지 치솟았으나 바이오 버블 논란으로 급락했다.

코스닥 시장의 제약지수 역시 이날 전날에 비해 1.34%(167.65포인트) 내린 1만2326.53에 마감했다.

개별종목의 주가도 약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셀트리온의 주가는 전날에 비해 0.8%(2000원) 하락한 24만8500원으로 장을 마쳤다. 지난달 5일 최고가인 39만2000원에 비해 무려 36.61%가 내렸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날 0.21% 상승한 47만4000원에 마감했지만 지난 10일 기록한 최고가 60만원과 비교하면 12만6000원이나 내렸다. 2주 만에 21%가 추락한 것이다. 지난해 바이오 돌풍의 주역 신라젠과 메디톡스도 각각 5.23%, 4.29% 떨어졌으며 바이로메드(-2.38%), 코오롱티슈진(-1.16%), 에이치엘비(0.09%) 등도 내림세를 보였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바이오주에는 주가와 수급,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피로가 쌓여있었다”면서 “이것이 남북경협주라는 새로운 알파 플레이 원천을 찾은 시장 투자자의 변심과 맞물리며 가파른 주가하락으로 표출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일부기업 과도한 고평가”...‘버블’ 지적 잇따라

'바이오 버블' 논란은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밸류에이션이 다른 업종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높다는 데서 비롯됐다.  눈에 보이는 실적이 나오고 있지 않는데도 시가총액이 1조원 이상인 기업이 많은 데다 글로벌 제약사들과 비교해 주가수익비율(PER)이 비정상으로 높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유진투자증권은 지난 18일 바이오 버블을 지적하는 보고서를 냈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거래소와 코스닥 시장에 상장된 기업들 가운데 지난 11월 이후 주가 상승률 30개 상위업체의 약 80%가 바이오 기업”이라면서 “파이프라인 가치가 상승하면서 재평가가 된 기업도 있지만 많은 기업이 체력보다 기대가 현저히 앞선 비정상적 고평가를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연구원은 바이오주의 상승세 정당성을 가지기 어려운 이유로 바이오 버블이 한국에서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글로벌 바이오시장의 인덱스인 NBI(Nasdaq Bio Index)는 지난 1년간 약 8.8% 상승하는 데 그쳤고 올 들어서는 1.4% 하락했다. 국내 KRX 헬스케어 지수, 코스닥 제약지수는 지난 1년간 각각 96.5%, 123.3% 급등했다.

한 연구원은 “해외 지수에 비해 월등한 상승세가 설명되려면 국내 업체들의 글로벌 점유율이 획기적으로 상승하든지 아니면 그럴 확률이 높아야 한다”면서  “셀트리온 등 바이오시밀러 상위업체들을 제외하면 이러한 평가를 내릴 수 있는 중소형주는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1분기 실적 발표...옥석가리기 이뤄지나

바이오주의 특성상 과거보다는 미래를 봐야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기술의 발전과 수출 증가 등에 따라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기초체력이 예전보다 훨씬 강해진 만큼 시장에서도 과거에 이뤄놓은 업적이 없더라도 미래에 대한 가능성을 인정해주고 있다는 것이다. 또 현재의 글로벌 제약사들 역시 과거 버블 논란을 거쳐서 성장했다는 설명이다.

진홍국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제약사들의 PER가 낮은 이유는 이미 기업규모가 너무 커져 성장성이 둔화됐기 때문”이라면서 “이들도 과거 현재 한국기업들처럼 PER이 매우 높았던 시절이 있었다. 성장에 대한 기대감을 안고 높은 PER에서 거래되다가 꿈이 현실화하면서 PER가 하락하는 과정을 겪은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은 4월 말부터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을 대상으로 연구개발비 회계감리에 착수한다. 회계감리 이후 연구개발비의 경비처리 반영에 따라 수급이 이동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날부터 발표되는 바이오 기업의 실적도 시장의 관심사다.

이날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시작으로 26일 한미약품, 27일 유한양행, 녹십자, 종근당, 다음달 9일 셀트리온 등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1분기 실적 발표가 이어진다. 이들 실적의 향방에 따라서도 진짜 버블과 가짜 버블을 결정할 수 있는 옥석가리기가 이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미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제약·바이오 기업 연구개발비 회계처리 감리가 4월 말 시작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연구개발비를 대부분 비용처리(경상연구개발비로 반영)하고 있는 상위권 제약사(한미약품, 유한양행, 녹십자, 종근당, 동아에스티 등)가 상대적으로 유리하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