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마뉴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부부가 24일 트럼프 행정부 최초로 미국을 국빈 방문했다.     출처= 데일리 메일(Daily Mail) 캡처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데올로기나 스타일에서 정반대의 성향을 보이는 정치인이다. 마크롱 대통령이 지구 온난화, 시리아 내전, 유럽 연합에 매우 정열적으로 관여하는 온화한 글로벌주의 성향을 보이는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 기관들을 무시하거나 외국과 엮이는 것을 매우 경계하는 다소 교만한 듯한 민족주의적 성향을 보인다.

그러나 23일(현지시간) 국빈 자격으로 미국을 공식 방문한 마크롱 대통령은 그 누구보다도 트럼프 대통령을 글로벌 시각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맞게 될 것이다.

이념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서로 눈을 맞출 수 있는 공통점이 더 많다. 두 사람 모두 집권과 동시에 새로운 흐름을 이끌어 가는 정치 신인이라는 것이며, 그들의 정치적 견해가 환경에 비교적 쉽게 정착하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현재 세계 경제 상황이 그들의 관심과 잘 맞아 떨어지고 있다. 중국과 독일이 세계 최대의 무역 흑자를 자랑하며, 각각 다른 방식으로 두 사람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프랑스 경제에 다시 활력을 불어 넣겠다는 플랫폼으로 당선된 마크롱 대통령은, 기업들이 현장에서 노동 조건을 협상할 수 있는 자유를 부여하는 노동 개혁을 단행했고, 기업의 이익, 자산, 급여에 대한 세금을 삭감했다. 그는 현재 프랑스 철도의 평생 고용을 종식시키고, 서비스 비용이 유럽의 경쟁 국가보다 30% 이상 초과한다는 판단에 따라 프랑스의 서비스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국영 철도 노조인 SNCF의 파업과 맞서 싸우고 있다.

실제로 프랑스는 지난 15년 동안 독일에 대한 경쟁력을 상실하는 고통을 겪어 왔다. 두 나라는 모두 유로화를 공유하고 있는 까닭에 통화 평가 절하로 문제를 해결할 수도 없다. 이로 인해 독일은 엄청난 무역 흑자를 구가하고 있는 반면 프랑스는 무역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또 중국의 무역 관행에 대해 유럽 연합에서 가장 큰 비판적 목소리를 내고 있다. 중국의 유럽 기술기업 인수에 경각심을 드러내면서, 지난 해에는 유럽위원회에 국가 안보, 또는 연구, 우주 개발, 운송, 에너지 및 통신 분야에서 유럽 기술 회사들을 위협하는 외국인 투자(특히 중국)를 심사해야 한다고 제안을 주도했다.

독일도 여기에 동의하긴 했지만, 독일은 자국의 수출 기업들이 입을지 모를 보복을 우려해 무역 분쟁에 관한한 훨씬 더 유연한 노선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 관리들은, 중국의 차별적 투자와 그릇된 무역 관행에도 불구하고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독일 기업 사절단을 중국에 파견했다며 비난했다

미국 관리들이 중국에 공동 대항할 파트너를 찾고 있던 차에 이런 상황이 프랑스를 미국의 자연스런 파트너로 만들었다. 지난 해 12 월, EU, 일본, 미국 무역 관계자들은 중국의 기술 이전 강요, 국가 보조금, 국영 기업 특혜, 현지 콘텐츠 요건 등을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하며 중국을 공동으로 비난했다. 미국 행정부 관리들은 중국의 외국 기업 기술 라이선스 도용에 대한 세계무역기구 (WTO) 제소에 우방 국가들이 함께 동참할 것을 요구했다.

▲ 지난 해 5월 트럼프 대통령이 프랑스를 공식 방문한 자리에서 두 정상이 악수하고 있다. 이날 두 정상은 악수로 신경전을 벌였다. 출처= 월스트리트 저널 캡처

그러나 마크롱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뜻을 같이 하기 전에 해결해야 할 일이 있다. 바로 무역 문제를 공개적으로 협상하도록 미국을 글로벌 무대로 이끌고 나올 수 있는 지 여부다. 프랑스는 독일과 중국에 대한 우려를 트럼프와 공유하고 있지만, 동시에 WTO나 G20 같은 다자간 포럼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기를 원한다.

프랑스 정부에 조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한 경제학자는, 프랑스에 대한 독일의 무역 흑자로 인한 불균형은 트럼프식의 관세와 쿼터보다는, 독일의 공공 지출과 유럽의 재정 통합으로 해소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철강 및 알루미늄, 그리고 자동차에 대해 미국이 부여한 관세에 프랑스가 독일보다는 덜 노출되어 있지만, EU의 결속을 위해서는 어떤 무역 전쟁에 대해서도 프랑스는 독일을 지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프랑스 관리들이 WTO에 대한 트럼프의 불만을 이해하고는 있지만, 미국이 그 문제를 구체적으로 해결하고 싶어하는 방법이나, 미국이 과연 WTO가 살아 남기를 원하고 있는 것인가에 관해서는 미국과 같은 생각이 아닐 것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매력적인 사람이고 트럼프 대통령은 매력적이고 싶어하는 사람이다. 두 정상은 이번 주를 의미 있게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무역 문제에 관해 트럼프가 뜻을 굽히도록 만들기에는 매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것이다. 마크롱은 자신의 글로벌 주의 노선이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보다 더 좋은 길을 제공해 준다는 것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확신시켜 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