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장영성 기자]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이 부족하다는 견해를 밝히며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의 합병을 건의했다.

업계에서는 엘리엇이 본격적으로 현대차그룹 경영에 간섭할 것이라는 보는 시각이 있으나, 주주가치 상승 목적에서 이번 제안이 부정적으로만 볼 수 없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엘리엇은 23일 현대차그룹을 상대로 ‘현대 가속화 제안(Accelerate Hyundai Proposals)’을 공개했다. 제안서에는 ▲현대차와 모비스 간 합병을 통한 지주사 전환 ▲현대차와 모비스의 초과보유 현금을 줄여 수익성 개선 ▲기아차가 보유한 모비스·현대글로비스 주식에 대한 적정가치 검토 및 자산화 ▲모든 자사주 소각 ▲순이익의 40~50%까지 배당률 상향 조정 ▲해외 기업운영 경험이 있는 3명의 독립적 사외이사 추가 선임 등이 담겼다.

앞서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난달 28일 사업구조 개편안을 공개, 현대모비스의 국내 모듈 및 A/S부품 사업부문을 인적분할해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엘리엇은 개편안에 대한 합리적인 경영상 이유, 소액주주에게 돌아갈 이익이 분명하지 않다고 봤다. 엘리엇은 순환출자고리를 해소하는 것만으로 기업경영구조가 개선됐다고 하기에 부족한 측면이 있다고 판단했다. 

엘리엇, 모비스·글로비스 합병비율 등 지적 

엘리엇이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을 반박하는 논리는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된다.

먼저 현대차그룹이 다단계지배구조를 갖게 되면서 불필요한 세금을 중복해서 내야 한다는 점이다. 엘리엇은 현대차그룹이 내야 하는 세금의 현재가치를 약 1조8000억원으로 판단했다.

엘리엇은 또 현대모비스 분할합병의 이유와 현대글로비스와의 주식 비율 교환에 대한 논리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기아차의 모비스 지분가치가 저평가되었다고 주장했다.

엘리엇은 대규모 인수합병(M&A) 등을 위해 주요 3사의 합작투자가 어려운 지주사체제로 가지 않는다는 현대차그룹의 논리에 대해, 과거 대규모 합작투자 사례인 한전부지와 현대건설 매입 결과를 들어 반박했다. 또 금융계열사 분리의 문제 또한 대안이 존재한다고 봤다.

▲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과 엘리엇의 제안 비교. 자료=현대자동차, 엘리엇

엘리엇의 경영간섭인가 

산업계에서는 엘리엇이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고 봤다. 엘리엇은 당장 경영권을 흔들 만큼의 지분은 보유하고 있지 않으나, 자금력과 투자자결탁을 통해 경영에 간섭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김태년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상무는 “엘리엇이 앞으로 보다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현대차그룹 입장에선 이를 완전히 무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한 산업정책 연구원은 “엘리엇이 주주입장에서는 환영할만한 제안을 했으나, 현대자동차 그룹이 경영전략을 제때 펼치기 어려울 수 있다”면서 “엘리엇이 관섭이 현대차그룹 주가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주목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도 "엘리엇의 제안은 앞으로 현대차그룹 미래 신사업을 독려하는 부분에서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현대자동차그룹 관계자는 "엘리엇의 제안을 받아본 현대자동차그룹 주주 대부분은 모두 제시된 개선점들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면서 "엘리엇을 포함한 이해 관계자들과 유익한 결과를 이끌어내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엘리엇 제안, 주주에겐 ‘반가운 소식’

금융투자업계에선 엘리엇의 제안을 현대차그룹이 검토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봤다. 기존 개편안을 유지하며 주주가치 개선을 재검토하는 차원에서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이해관계자 중심으로 펼쳐진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은 주주들을 서운하게 만들었다”면서 “현대차그룹이 엘리엇이 제안한 지주회사 전환을 수용하지 못하더라도 주주가치 제고라는 측면에서 분명 주주들에게 긍정적인 선물이 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고태봉 연구원은 “엘리엇의 이번 제안은 반대가 목적이 아니다”라면서 “이로 인해 얻어질 주주가치 제고에 더 큰 무게를 두고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삼성의 경우에서처럼 배당주와 자사주 매입소각 같은 후차적인 변화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주주가 중심이 된 시장은 이번 제안에 대해 긍정적으로 반응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현대차그룹도 원활한 지배구조 변화를 위해서는 엘리엇의 주주친화적 제안에 대해 면밀히 검토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대차그룹, 엘리엇 제안수용보단 배당 확대 가능성 높아" 

현대차그룹이 엘리엇에 제안에 반박에 나설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엘리엇의 제안은 표면적으로 현대차그룹의 경영권을 위협하고 있지 않다”면서 “따라서 엘리엇의 방안이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변화 과정을 중단시킬만한 사항은 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강성진 연구원은 “하지만 현대차그룹은 엘리엇의 지배구조 개편안을 반대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현대차그룹이 제안한 지배구조 개편안에는 현대글로비스의 활용방안이 빠져있어 총수 일가의 지분율을 높이는 데 불리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현대차그룹은 주주총회의 대상이 되는 현대모비스 주주를 설득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에 현대차그룹이 아직 구체화하지 않은 합병 현대글로비스의 신규 사업 (차량 공유, 인프라 등) 관련 계획을 추가로 공개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현대글로비스의 주가 상승은 현대모비스 주주에게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배당 실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있다. 유지웅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의 경우 글로벌 선두권에 비해 낮은 주주환원 정책이 시장에서 항상 언급돼 왔다"면서 "배당 시행 시점은 다를 수 있겠지만 현재 제시된 순이익 40~50%의 배당정책은 실현 가능성이 높다. 6조원 수준으로 언급된 특별 배당 역시 같은 맥락에서 볼때 실현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유지웅 연구원은 엘리엇의 새 요구로 현대차 주가가 강세를, 현대모비스는 강보합을 보일것으로 전망했다. 유 연구원은 "배당성향 급증은 현대차 주가강세로 드러날 것"이라면서 "현대모비스의 경우 현대차와 동일한 주주환원 정책을 요구하고 있어 주가가 강보합세를 나타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현대차 주가는 오전 10시00분 현재(이하 같은 시각)전날보다 2.51% 상승한 16만3500원에 거래 중이다. 현대모비스(0.62%)도 상승한 모습이지만 현대글로비스는 4.52% 떨어진 상태에서 움직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