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 업계 1위 기업 경영진들의 임직원들을 향한 전혀 다른 태도가 재계에서 회자되고 있다. 출처= 각 사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임직원들에 대한 도를 넘은 기업 경영진 일가의 ‘갑질’이 문제로 또 떠올랐다. 심지어 몇 년 전 땅콩 한 봉지로 이륙 중인 비행기를 다시 착륙시킨 ‘기적’으로 우리 사회 갑질에 대한 경종을 울린 ‘그 회사’ 대한항공이 또 같은 문제를 일으켰다. 이에 국가를 대표하는 업계 1위 항공 기업의 위상과 주가는 곤두박질 쳤다.

반면 국내 식품업계 1위 기업 CJ제일제당은 CEO가 직원들과 수평의 소통을 하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물론 그룹 회장의 친동생이 갑질을 한 게 흠이라면 흠이다. CJ그룹은 아마도 그래서 더 소통에 애쓰는 모양이다. 

‘갑질 DNA’ 대한항공 오너 일가 

물류·운송 기업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의 딸 조현아 KAL호텔네트워크 사장(대한항공 전 총괄 부사장)은 2014년 대한항공 항공기의 승무원이 자기에게 포장된 ‘땅콩 봉지’를 뜯어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수많은 승객들이 타고 있던 항공기의 이륙을 지연시켰다. 이 사건은 이후 ‘땅콩 회항’ 사건으로 불리며 대기업 총수 일가 2세들의 비뚤어진 특권 의식을 만방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 그로부터 4년 후인 2018년 이번에는 조현아 전 부사장의 동생인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가 사고를 쳤다. 조 전무는 대한항공의 광고대항사 관계자들이 함께 한 미팅 자리에서 대한항공의 한 직원에게 폭언을 퍼붓다가 물이 든 컵을 던졌다. 이같은 ‘악질 행위’를 참다못한 대한항공의 한 임직원이 당시의 상황을 녹음한 파일을 언론에 공개하면서 사건은 일파만파로 커졌다. 

▲ 대한항공 갑질 자매 조현아 칼호텔네트워크 사장(왼쪽)과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 출처= 대한항공

대한항공 한 임직원에 따르면 “조현민 전무의 별명은 ‘익룡(翼龍·날개가 달려 날아다니는 공룡)’이었다”면서 “회사에 오기만 하면 임직원들에게 소리를 지르고 폭언을 일삼아 생긴 별명”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한항공 계열사들의 주가는 일제히 하락했고 사건 발생 후 경찰이 사건 수사에 들어갈 때까지 대한항공의 자본 3200억원은 공중으로 증발했다.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자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은 조현아 KAL호텔네트워크 사장과 조현민 전무의 직위를 즉시 해제하고 경영권을 박탈했다. 

CJ제일제당 ‘업계 1위’ 기업 경영진의 전혀 다른 마인드  

CJ제일제당은 대표이사를 포함한 주요 경영진들이 직접 기획한 아이디어 행사에 임직원들을 초대하는 소통의 장을 만들어 대한항공과 대조되는 경영진들의 태도로 주목을 받았다.  

CJ제일제당은 조직 내 공감 조직문화 구축과 내부 소통을 확대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이 프로그램들은 대표이사를 포함한 주요 경영진들이 직접 아이디어를 내 행사를 기획하고 임작원들을 초대하는 것이 특징이다. CJ제일제당 신현재 대표는 지난 20일 열린 <임스타그램> 행사에서 직원들과 함께 남산 둘레길을 걸으며 허심탄회하게 소통하는 자리를 만들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임직원들은 대표이사와 격의 없이 이야기하며 회사의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여러 아이디어들을 공유했다. 신 대표는 행사에 참여한 임직원들과 함께 셀카를 찍는 등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 CJ제일제당 신현재 대표이사(사진 가운데)가 지난 20일 열린 '임스타그램' 행사에서 임직원들과 셀카를 찍고 있다. 출처= CJ제일제당

CJ제일제당 이재호 경영지원총괄은 지난달 28일 직원들을 자택에 초대해 바비큐 파티를 열었고 강신호 식품사업 부문장은 지난 10일 임직원들과 함께 수제 맥주에 대한 강의를 듣고 맥주를 직접 만들어보고 맛보는 시간을 가졌다.  

행사에 참여한 CJ제일제당 한 임직원은 “회사 경영진들이 구성원들의 수평 관계를 강조하고 구성원 간 의사소통을 활성화시키는 데 앞장서고 있다”면서 “임직원 한 사람 한사람을 귀한 자산으로 여기고 있는 경영진의 인식과 의사소통 문화는 회사의 자랑”이라고 말했다. 

옥에도 티는 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친동생인 이재환 CJ파워캐스트 대표가 수행비서에게 갑질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이 대표는 수행비서에게 자기가 사용하는 요강을 씻으라고 하는가 하면 일상의 업무 범위에서 벗어나는 황당한 업무 지시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대표는 20일 입장문을 통해 “부적절한 처신으로 고통을 느끼신 분들게 사죄드린다”고 사과했다.

CJ그룹과 CJ제일제당이 쌓은 공든 탑이 무너질 처지다. 

대한항공의 연이은 갑질 사건은 우리 재계에 여러 가지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경영진 일가의 특권의식에 사로잡혀 임직원들을 아래로 보는 비뚤어진 오너 혹은 오너 일가의 인식에 대해 국민들의 평가는 그 어느 때보다 엄격해졌다. 대한항공과 CJ제일제당 두 ‘업계 1위’ 경영진들의 임직원을 대하는 전혀 다른 태도는 국내 주요 기업 경영진들이 반드시 참고해야 할 중요한 사례로 회자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