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의 인기에 국내 멀티플렉스 업체들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출처= 네이버 영화/ 각 사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전 세계 관객들이 오는 27일 개봉을 앞둔 영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를 기다리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선 사전 예매율 90%가 넘는 기록으로 관객들의 기대감이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수많은 관객들이 극장을 찾아올 수 있는 '가정의 달' 대목을 앞두고 있지만 국내 멀티플렉스(종합상영관)들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이런 상황을 난감해 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전 세계가 10년을 기다린 대작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는 2008년 개봉한 <아이언맨>부터 시작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영화 세계관)’의 결착점이다. 마블은 <아이언맨>을 포함한 총 18편의 영화를 하나의 세계관으로 통합시켰고 각 영화 내용이나 엔딩크레딧 끝에 짧은 영상으로 복선을 깔아 <어벤져스>의 결말을 준비해왔다. 원작 코믹스(만화 단행본)의 탄탄한 구성, 방대한 상상력의 실사 구현 그리고 매력적인 영웅 캐릭터들은 전 세계 관객들을 매료시켰다. 이에 힘입어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는 지난 2016년 단일 영화 프랜차이즈 시리즈로는 세계 최초로 100억달러(10조6800억원)의 영화 상영수익을 달성하는 성과를 이뤄냈다. 

이와 같은 인기는 우리나라에도 전해져 지난 몇 년 동안 국내 박스오피스에서 “마블 영화는 영화 한 편에 최소 400만 관객은 기본”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돌았다. 두터운 팬덤을 바탕으로 한 마블 영화의 관객 흡입력을 가장 잘 설명하는 말이었다.  

▲ 사전 예매율 93.1%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운 영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출처=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의 통계에 따르면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는 개봉을 이틀 앞둔 23일 사전 예매율 ‘93.1%’라는 기록을 세웠다. 이는 전국에서 영화 관람권을 예매한 관객들 중 93.1%(23일 오전 9시 32분 기준)가 개봉 전인 한 편의 영화를 예매했다는 의미다. 

딜레마에 빠진 '멀티플렉스' 

흥행이 예상되는 대작(大作) 영화의 인기 몰이는 곧 극장가의 수익과 직결된다. 그러나 국내 멀티플렉스들은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의 인기를 마냥 반가워 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바로 영화계의 영원한 난제(難題) ‘스크린 독과점’ 문제 때문이다. 스크린 독과점은 특정 영화에 영화 상영관의 스크린 배정이 쏠려 마치 ‘독과점’의 형태가 나타나는 것을 뜻한다. 통상 스크린 독과점은 대형 영화 제작사가 만든 영화가 같은 계열사 멀티플렉스의 스크린 수를 과도하게 배분받는 문제를 지적하는 의미로 쓰인다. 그러나 동시에 헐리웃 블록버스터 작품에 스크린이 쏠리는 현상을 설명하기도 한다.   

이는 운영에서 수익성을 무시할 수 없는 국내 멀티플렉스들의 스크린 배정과 관객들의 영화 선택권이 충돌해 생기는 문제다. 멀티플렉스들은 상영관 시설의 유지·보수와 운영, 관객 이벤트 프로모션 그리고 소규모 영화들의 개봉 지원을 위해 돈을 벌어야 한다. 수익성은 스크린 배정에서 매우 중요한 기준이다.

멀티플렉스들은 관객들이 극장을 많이 찾을 것으로 예상되는 작품의 스크린 비중을 높게 설정한다. 극장들이 이를 결정하는 기준으로 ‘사전 예매율’과 ‘좌석 점유율’이 있다. 사전 예매율은 특정 영화가 개봉하기 전 관객들의 예매 현황이고 좌석 점유율은 예매 대비 관객의 실제 극장 방문을 백분율로 계산한 지표다. 흔히 극장들은 사전 예매율을 참고해 개봉 당일과 첫 주의 스크린 수를 배정하고 좌석 점유율로 상영중인 영화의 스크린 비중을 조정한다. 특히 멀티플렉스 본사가 직접 운영하는 직영 상영관이 아닌 개별 사업자(점장)들이 본사의 위탁을 받아 운영되는 상영관들은 스크린 배정에서 수익성을 더 강조하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멀티플렉스들의 스크린 비중 조정은 상대적으로 흥행이 덜 될 것으로 예상되는 영화들이 영화관에서 상영될 수 있는 기회를 빼앗기도 한다. 동시에 이는 멀티플렉스들이 관객들에게 마땅히 제공해야 할 다양한 영화 관람 선택권을 제한하는 조치다. 수익성 추구와 기회의 균등 이 두 가치의 충돌은 대작 영화의 개봉이 예정돼있을 때마다 영화계의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다.  

국내 멀티플렉스 업체 한 관계자는 “<어벤져스:인피니티 워>의 사전 예매수량이 50만장을 넘었고 이 시기 거의 모든 국내 영화가 상영 일정을 조정해 맞대결을 피하니 경쟁할 영화가 없다”면서 “관객들이 한 영화를 많이 찾으니 그런 영화에 많은 스크린을 배정하는 것이지만 늘 그랬듯 관객 선호도를 외면한 스크린 수 배정이라는 비난이 있을 것이 분명해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는 극장에게 있어 반가움이자 큰 고민거리”라고 말했다.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에 대한 관객들의 관심이 뜨거운 만큼 극장들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모든 문제가 멀티플렉스의 잘못된 운영 때문이라고 그들을 탓할 수는 없다. 어디까지나 철저한 경제 논리의 반영이다. 관객들의 수요와 '적정 수준' 공급의 합의점을 찾는 업계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