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허지은 기자] 미국 장기국채 금리가 3% 돌파를 눈 앞에 두고 있다. 통상 10년물 금리의 저항선으로 여겨지는 3%를 눈앞에 두고 국내 채권시장에서도 금리가 동반 상승할 수 있다는 동조화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3% 달성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낮다면서도 돌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는 발언을 경계해야 한다고 전망했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날 기준 미국 10년물 금리는 2.966%로 전일 종가보다 0.015%포인트 올랐다. 지난 2013년 9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상승한 것이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70달러를 목전에 두고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인플레이션 기대감과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확산되면서 지난 2월 세운 연고점(2.952%)을 두 달여만에 갈아치웠다.

▲ 미국채 10년물 수익률 금리가 전고점인 2.952%를 넘어서며 3% 돌파를 눈 앞에 두고 있다. 출처=인베스팅닷컴

장기금리의 경우 미국의 보호무역 기조가 강해지고 미∙중 간 무역갈등 등 긴장감이 지속되면서 하락 압력이 높아졌었다. 그러나 원자재 가격이 계속해서 오름세를 보이고 2분기 물가상승률 부담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계속되면서 빠른 속도로 상승 전환됐다.

물가 역시 최근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기대 인플레이션 지표인 BEI(명목 국채 금리에서 물가채 금리를 뺀 것)는 10년 만기 기준으로 2.19%까지 오르며 지난 2014년 9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물가가 상승일변도를 달리면서 물가채에 대한 기대감도 커졌다. 미국 물가가 연준의 목표치인 2%를 돌파하고 이런 수준이 유지될 경우 향후 쏠림 현상은 더 커질 수 있다.

3%돌파 "시간 문제 Vs 실현 가능성 낮다” 

국채금리 3% 돌파를 두고 전문가들의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미 연준의 4차례 금리인상 우려를 감안하면 미국채 10년 금리의 3%대 진입은 시간 문제”라면서 "속도의 문제는 있지만 금리의 상승 추세가 재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 연구원은 “한미 국채 10년 금리 역전 부담과 더불어 상승 추세에 놓인 미국채 금리와의 한국채 연동성은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3%를 넘어서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명실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의 금리 급등은 물가채의 과한 반응에서 출발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장기적인 펀더멘털에 대한 시각이 크게 바뀐 점은 없다”면서 “현재 BEI 수준에대한 시장의 재평가가 진행되면 물가채 역시 안정을 찾아갈 것이고 반대로 장기국채의 경우 가격 회복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김 연구원은 “연준은 여전히 수조달러의 장기국채를 보유하고 있으며 유로존 등 주요 선진국의 최근 실물경기 지표가 이전 대비 둔화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면서 “펀더멘털에 대한 시각이 크게 바뀌지 않는 상황에서 미국 장기채에 대한 우호적인 수급여건은 장기금리의 하방압력으로 작용하며 급격한 금리 상승은 제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허태오 삼성선물 연구원은 “지난 2월 초 급격한 금리 상승으로 증시가 폭락을 나타냈던 것처럼 현재의 상승 속도가 가팔라 점차 증시에 부담을 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3%의 심리적 저항선을 앞두고 최근의 이슈 중 어떤 것이 속도 조절 요인으로 적용할 지 돌발 발언에 대한 경계감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분석했다.

▲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연내 4차례 금리 인상 우려를 고려하면 미국채 10년 금리의 3% 가능성은 높아진 상황이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속도의 문제는 있지만 금리의 상승 추세는 재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출처=유진투자증권

채권 금리 상승기에도...“증시, 지금이 매수 기회?” 

유가와 물가가 동반 상승하는 최근의 상황은 채권 시장엔 악재로 보일 수 있다. 통상 유가는 시차를 두고 물가에 반영되기 때문에 유가가 오르면 물가도 함께 오르는 경향이 있다. 유가가 상승하면 투자 심리가 회복되고 경기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식 등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커진다. 그만큼 채권시장으로의 자금 유입은 줄어드는 셈이다.

금리 인상기에 주식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점도 부정적 요인이다. 금리가 오르면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주식 시장에서 자금이 회수될 가능성이 높고 채권수익률을 낮춰 채권시장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어서다. 그러나 최근의 상승 기류는 경제 지표에 힘입은 결과라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정다이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미국채 금리 상승의 배경에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발표 이후 연준 위원들의 경기 확신과 실물 지표의 확장이 계속되고 있는 점 등이 놓여있다"면서도 "금리 상승에도 불구하고 위험자산 선호심리가 크게 훼손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소비 심리 역시 반등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3월 미국 소매판매는 전월보다 0.6% 늘어나며 컨센서스인 0.4%를 웃돌았다. 금리와 증시가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더라도 소비 심리가 살아나면 증시 상승세를 뒷받침해 줄 수 있다는 반증이다. 

강재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금리와 증시가 충돌하는 과정에서 예상보다 강한 소비 경기 반등은 증시 상승세를 지지하는 주요 원동력”이라면서 “경기선행지수가 피크 아웃(Peak Out·정점통과)하더라도 소비 및 투자와 같은 긍정적인 경기후행지표가 반등하면 이를 상쇄해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