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스마트폰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타사의 고객을 뺏어오려는 각 제조사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이동통신시장에서 다른 통신사의 가입자를 뺏기 위해 공격적인 프로모션을 단행하는 것처럼, 제조사도 경쟁사의 제품을 이용하는 고객을 ‘유혹’하기 위해 총력전을 펴는 분위기다.

주로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제작하는 제조사들이 치열한 쟁탈전에 뛰어들고 있다. 시장의 역성장과 관련이 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은 총 4억800만대로 전년 동기 대비 5.6% 감소했다. 스마트폰 시장이 끝으로 치닫고 있다는 주장은 또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4월 17일(현지시각) 세계 경제전망을 통해 지난해 기준 글로벌 스마트폰 판매 대수가 15억대로 집계됐으나 출하량은 사상 처음으로 줄었다고 발표했다.

스마트폰 시장이 축소되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하드웨어 폼팩터의 성장절벽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인공지능 도입에 베젤리스, OLED를 오가는 하드웨어 폼팩터가 고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애플의 아이폰X는 최초의 OLED 도입 아이폰으로 찬사를 받았으나 ‘전작과 다른 것이 무엇이냐’는 비판에 시달리고 있으며, 갤럭시S9도 비슷한 지적에 시달리는 중이다. 일각에서는 폴더블과 플렉서블 스마트폰이 희망이라는 주장이 나오지만 아직 시장에서는 검증되지 않았고, 무엇보다 기술력이 부족하다.

프리미엄 스마트폰으로 ‘더 이상 보여줄 것이 없다’는 말까지 나오는 가운데 교체 주기까지 늘어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베이스트리트에 따르면 올해 스마트폰 교체 주기는 2년 7개월에 달한다. 약 5년 전 2년을 넘기지 않았던 교체주기가 점점 늘어나면서 새로운 스마트폰에 대한 고객의 관심이 떨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스마트폰 가격은 100만원을 훨씬 넘기고 있는데 특별한 하드웨어 사용자 경험이 전무하고, 고객들이 지갑을 닫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그 결과 각 제조사들이 서로의 제품을 구입한 고객들을 겨냥해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다는 평가다. 시장이 커지지 않으니, 경쟁사 점유율이라도 뺏겠다는 전략이다.

▲ 갤럭시S9에 증강현실 미키마우스 이모지가 보인다. 출처=삼성전자

치킨게임 최고봉 "갈아타세요"

글로벌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의 강자인 삼성전자, LG전자, 애플은 자사 고객 유치를 위해 강력한 마케팅 전략을 구사한다. 이 분야의 강자는 애플이다. 막강한 스토리텔링을 바탕으로 혁신의 가치를 브랜딩해 특유의 사용자 경험을 구축, 마케팅 전략에 십분 활용한다. 화려함과 고풍스러움으로 승부를 보려던 제조사들도 최근에는 모두 애플류(流) 마케팅 전략을 답습하는 중이다. 풍성한 주변기기 프로모션도 단골메뉴다.

한 발 더 나아가 타사를 겨냥한 공격적인 마케팅도 구사한다.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 발화 논란으로 어려움을 겪을 때 애플은 소셜 미디어 등을 활용해 이를 비꼬는 광고 문구를 공개했고, 아이폰X의 노치 디자인이 공개되자 삼성전자는 유튜브 광고를 통해 ‘M자형 탈모’를 가진 남성이 애플스토어에 서 있는 장면을 송출하기도 했다.

자체 생태계 쇄신 전략도 눈에 들어온다. 애플은 2015년부터 아이폰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 매달 일정 금액만 내고 12개월 뒤 중고 아이폰을 반납하면 새로운 아이폰으로 바꿔주는 서비스다. 물론 12개월 후 사용한 아이폰을 반납해도 되고, 그렇지 않아도 된다. 아이폰을 바꾸기를 원한다면 다시 아이폰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이 시작되는 방식이다.

▲ 애플도 치킨게임에 나서고 있다. 출처=애플

호불호가 갈리지만 아이폰 충성고객에게는 탁월한 선택이다. 애플은 통신사의 스마트폰 보조금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시중에 떠도는 중고 아이폰을 매입해 신형 아이폰 수요로 바꿀 수 있다. 통신사에 의존해야 하는 제조사의 전략도 일부 개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삼성전자는 2016년 비슷한 프로그램을 공개했다. 갤럭시 클럽이다. 해마다 새로운 스마트폰으로 교체해주는 구매 프로그램이며, 일정 금액만 납부하면 바로 적용이 가능하다. 갤럭시S7 교환만 대상으로 삼는 이벤트성 프로그램이며, 애플의 아이폰 업그레이드 프로그램과 비슷한 목표를 가지고 있다. 갤럭시 중고폰을 반납하고 빠르게 신형 스마트폰 교체를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 발화 당시에도 비슷한 프로그램을 가동한 바 있다. 갤럭시S7 시리즈 등을 구매한 이들이 갤럭시S8과 갤럭시노트8을 구매할 경우 할부금 50%를 면제하는 프로모션이다.

여기까지는 애교 수준이다. 치킨게임의 최고봉은 역시 ‘타사에서 우리에게로 갈아타세요’라며 등을 떠미는 노골적인 마케팅이다.

애플은 아이폰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을 가동한 2015년부터 무브 투 iOS 앱 캠패인을 벌이고 있다.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사용하는 고객들이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등으로 빠르고 쉽게 데이터를 옮길 수 있도록 만드는 서비스다. 구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활용하는 사람들이 만약 애플의 iOS로 바꾸길 원한다고 가정할 경우, 가장 곤란한 대목이 데이터 저장이라는 점을 파고든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공격적인 프로모션을 들고 나왔다. 갤럭시S9을 구입하려는 사람이 구형 단말기를 반납할 경우, 중고가 대비 최대 10만원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인 가운데 애플 아이폰 일부 모델을 가져올 경우 역시 갤럭시S9로 교환해주는 승부수를 던졌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단말기 입고와 검수 후 신청일자 기준 일주일 내에 신청자에게 최종 보상 금액을 안내하고, 보상 금액은 고객 본인 명의의 은행 계좌로 입금된다. 10만원의 웃돈을 주기는 하지만 중고가 시세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갈리며, 특별 보상 프로그램이 25% 약정할인에 가입할 수 없다는 점은 약점이다. 그러나 애플 일부 모델을 가져오면 갤럭시 신형 스마트폰으로 교체해준다는 점은 파격적인 프로모션이다.

LG전자도 움직였다. 22일 LG G7 씽큐(ThinQ) 구매 시 고객이 사용하던 스마트폰을 최고 수준의 중고가격으로 보상해주는 LG 고객 안심 보상 프로그램을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LG전자가 중고 스마트폰을 보상하는 프로모션은 이번이 처음으로 6월까지 진행한다. 대상은 2011년부터 2016년 사이 출시된 프리미엄 제품군으로 정했으며 LG G5, LG V10, LG G4, LG G3, LG G2, LG 옵티머스 G 등 총 6종이 대상으로 최대 12만원까지 보상한다. 여기에 타사 제품도 포함된다는 설명이다.

LG전자는 올해 초 새로운 스마트폰을 출시하지 않고 지난해 프리미엄 라인업에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만 단행한 LG V30S를 출시했다. 주기에 상관없이 ‘오래 쓰게 만드는 전략’을 중심으로 일종의 플랫폼 전략을 구사하는 셈이다.

서울 강서구 마곡에 있는 LG사이언스파크에서 개소한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센터는 그런 전략의 대표격이다.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센터는 비정기적인 운영체제 업그레이드를 안정되고 지속해서 지원하기 위해 상설 조직으로 운영된다. 또 한국뿐 아니라 LG 스마트폰이 판매되는 모든 국가의 고객들이 사용 환경에 관계없이 동일한 수준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스마트폰을 오래 쓰게 만드는 락인 전략과, 타사의 고객을 뺏는 공격적인 마케팅을 동시에 구사하고 있다.

▲ LG전자도 공격적인 프로모션을 단행하고 있다. 출처=LG전자

타사 시장 빼앗기 뜨겁다

미국에서는 종종 현지 통신사가 구형 아이폰을 반납하면 새로운 갤럭시 스마트폰으로 교체해주는 프로모션이 진행되고 있으며, 반대의 경우도 있다. 제조사를 중심으로 비슷한 프로모션도 진행되고 있다. 하드웨어가 아닌 앱 생태계 서비스도 지원된다. 삼성전자는 타사 스마트폰 이용자들이 자사로 갈아타는 것을 지원하는 스마트 스위치 앱 서비스도 지원하는 중이다. 애플의 무브 투 iOS와 비슷하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도 마차가지지만, 국내 시장도 서서히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사람들은 프리미엄 시장에 몰리고 있다. 성장세는 떨어지고 있으나 ‘그나마 구입할 가치가 있는 스마트폰’이라는 정서가 강하다. 제조사들은 중고가 스마트폰에 비해 많은 수익을 남길 수 있는 시장이라 더욱 집중하는 중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4월 13일 지난해 국내에서 판매된 스마트폰의 평균판매단가(ASP)는 435달러로, 전년 375달러와 비교해 약 16% 증가했다고 밝혔다. 시장 치킨게임은 전체 성장의 여백이 보일 때 시작된다. 이제 스마트폰 시장의 마지막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