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국제유가  최근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구두 개입에도 상승 마감했다. 현재 배럴당 70달러 중반(북해산 브렌트유 기준)까지 치솟은 국제유가는 자칫 80달러를 넘어 배럴당 100달러까지 오르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더욱이 산유국 카르텔인 석유수출국기구( OPEC)을 사실상 주도하는 사우디아라비아는 국영 석유회사의 상장을 위해 유가가 상승하길 내심 바라고 있어 유가가 앞으로 상승 바람을 탈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국내 전문가들은 배럴당 100달러는 시기상조라고 선을 긋고 있지만 유가가가 상승할 여지는 충분히 있다며 조심스런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미국산 원유의 기준유인 서부텍사스산원유(WTI) 5월 인도분은 20일 전날에 비해 0.1%(0.09달러) 오른 68.3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북해산 브렌트유 6월 인도본은 0.34%(0.25달러) 상승한 74.03달러에 거래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트위터에 “OPEC이 또 그 짓을 하는 것 같다”면서 “바다에 있는 (원유로) 가득한 선박들을 포함해서 모든 곳의 원유량이 기록적으로 많은데도 유가는 인위적으로 너무 높다. (고유가는) 좋지 않다.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지만 유가 상승세를 막지는 못했다.

북해산 브렌트유와 WTI는 지난 18일 각각 73.48달러와 68.47달러로 2014년 말 이후 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제유가는 산유국들이 원유시장의 공급 과잉을 해소하고 원유가격을 끌어올리기 위해 OPEC 등이 지난해 1월부터 하루 180만배럴의 감산합의를 지속 이행하고 있는데다 미국과 영국, 프랑스 연합의 시리아 공습 이후 지정학적 긴장 고조로 상승하고 있다.

감산합의를 착실하게 이행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3월 감산합의 이행률은 164%까지 올라갔다. 2월 이행률 148%에서 훌쩍 뛰었다. 베네수엘라의 산유량이 급감한데다 사우디도 산유량을 줄였다고 한다. 이는 감산 할당량을 이 비율만큼 더 줄였다는 뜻이다.

사우디와 러시아 등 감산합의 참여국들은 올해 말까지인 감산합의를 시한을 내년으로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 유가상승 요인이 되고 있다.  OPEC은 20일 장관급 모니터링 패널 회의를 가진 데 이어 6월22일 정책검토를 위한 회원국 전체 회의를 갖는다.

사우디는 현재의 유가가 배럴당 80달러, 심지어 100달러까지 오르기를 희망한다는 소문이 국제 원유시장에 파다하다.  OPEC과 사우디는 공식으로 목표 유가를 발표한 적은 없지만 OPEC 인사들은 사우디가 국영 석유기업의 상장, 경제개혁 조치와 예멘 전쟁 전비 조달 등을 위해 이 정도 수준의 고유가를 원하는 있다는 언론 보도도 나왔다.

사우디는 계속 재정적자를 내고 있어 풀지 않고 내버려 둘 경우 심각한 위험에 처해질 것으러로 보인다. 현금 외환보유고는 4880억달러지만 2014년 7370억달러에 비해 3분의 1이나 줄었다.  미국 투자은행 뱅크오브메릴린치의 상품조사부 글로벌 대표인 프랜시스코 브랜치는 "사우디의 손익분기점 유가는 배럴당 85달러 수준"이라고 말했다.

손지우 SK증권 애널리스트는 “시리아는 하루 생산량이 15만배럴인 비주류 산유국인 만큼 100달러까지 국제유가를 논하는 것은 무리”라면서 “과거 사례에서도 5달러 상승한 이후 정상으로 돌아왔다”고 단언했다. 손지우 애널리스트는 다만 “지리상 위기가 계속되면 유가는 짧은 기간 강세일 수 있다”면서 “100달러를 논할 정도라면 1990년 걸프전 정도가 발생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심혜진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에서 증산이 계속 이루어지고 있고 이는 유가가 올라가는 만큼 급증할 것”이라면서 “유가 급등은 상품가격의 폭등을 일으키기 때문에 너무 높은 수준까지 국제유가가 상승하는 것은 2014년 유가하락과 똑같은 상황이 벌어질 수 있어 산유국들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2014년 6월 국제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다가 2016년 30달러 아래로 급락하기도 했다.

유가가 과거처럼 100달러를 웃도는 수준으로 급등하지 못하는 이유는 미국의 셰일오일 증산이 감산 효과를 상쇄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OPEC의 원유생산량 목표는 올해 하루 3200만5000배럴이며 실제로 하루 3200만배럴을 생산하고 있다. OECD의 원유재고량은 2017년 3분기부터 하락해 올해 2800만배럴 아래로 떨어졌다.

미국은 셰일오일생산에 힘입어  미국은 올해에 들어서 하루에 약 1050만배럴 원유를 생산하고 있다. 미국의 하루 원유생산량은 2019년까지 1100만배럴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와 있다.

▲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원유생산량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원유 재고량. 출처=OPEC, 미국에너지정보청(EIA), 삼성증권
▲ 미국의 원유채굴기(Rig) 숫자와 채굴량. 출처=블룸버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

 

▲ 이달 19일(현지시간) 기준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 추이. 출처=오일프라이스
▲ 이달 19일(현지시간) 기준 북해산 브렌트유 가격추이. 출처=오일프라이스

그러나 중동의 긴장이 여전하고 세계 경제가 성장세를 지속하면서 원유 수요가 증가한 것도 국제유가의 상승을 지탱하고 있다. 선진국 클럽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달 세계 경제 성장률을 3.7%에서 3.9%로 상향 조정했다. 미국이 하루 약 1050만배럴 원유를 생산하면서 국제유가 상승요인을 상쇄하고 있지만, 핵협상 재개로 이란을 압박하면 이란의 한국, 일본 수출을 중심으로 하루 50만배럴 가량 공급 차질이 일어날 수 있어 국제유가가 급등할 가능성은 여전히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