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지상파 방송사의 직접수신율이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세상, 케이블 방송은 활로를 찾겠다고 제4이통사 진출 타진을 검토하고 있고  IPTV는 명실상부 유료방송 시장의 강자가 되고 있습니다. 그러는 사이 유튜브는 포털 검색의 지위까지 위협하고 있으며 OTT(오버더탑)은 코드커팅의 악몽을 불러오는 한편 미디어 커머스 업종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올드 미디어의 시대는 사라지고 모바일로 대표되는 새로운 뉴미디어의 시대가 올까요? 선뜻 답하기 어렵습니다. 지상파의 위기는 고조되고 있으나 '역시 지상파'라는 찬사도 이어지고 있으며 뉴미디어의 플레이어들은 각 영역에서 발랄한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지만 그와 비례해 명확한 한계도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맞습니다. 지금도 미디어는 방황하고 있는 중입니다.

미디어의 정의에 대해 각각의 이론이 있지만, 전통의 지상파를 먼저 살펴보는 편이 맞겠지요.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은 지난달 22일 내부 간부들과의 간담회에서 지상파의 위기를 논했다고 합니다. 실제로 2017년 방송시장 경쟁상황평가에 따르면 2016년 기준 방송광고시장은 2조9133억원으로 전년 대비 9% 감소했으며, 지상파의 광고매출 점유율은 56.8%에 그쳤다고 합니다. 이런 추세라면 조만간 50% 점유율이 무너지는 것은 시간문제입니다.

지상파가 빠르게 존재감을 상실하는 대신, 플랫폼 관점에서 보면 통신사의 IPTV가 빠르게 공백을 메우고 있습니다. 나스미디어의 2017년 IPTV 시장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8월 IPTV에 가입한 가구는 1500만을 돌파했으며 이미 2017년 4월 케이블 SO(종합유선방송사업자) 가입자를 추월했다고 합니다. IPTV가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기술을 빠르게 접목하며 성장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이제 유료방송시장의 맹주는 IPTV입니다.

▲ 지상파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출처=각사

물론 IPTV의 성장은 통신사의 서비스라는 강점이 있기에 가능했습니다. 인터넷과 TV, 전화를 하나로 묶는 결합상품이 대세로 부각되며 스마트폰 시대의 후폭풍이 방송시장으로 전이된 감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IPTV가 유료방송시장을 장악할 수 있는 결정적인 이유는 역시 강력한 플랫폼, 콘텐츠 전략에 있습니다.

▲ KT의 기가지니가 전시되어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케이블은 위기일발입니다. PP(프로그램공급자)는 CJ 계열의 회사들이 버티고 있으나 여전히 존재감이 미흡하고, MSO를 중심으로 전통의 강자로 군림하고 있으나 제국의 기반은 기반부터 흔들리고 있습니다. 김성진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장이 12일 제주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 제4이통사 설립 가능성을 비추는 한편, 정부에 지원을 요청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위성방송. 위성방송은 KT스카이라이프가 유일합니다.

정리하자면 지상파는 위기일발의 사태에서 일종의 PP로 전락하는 분위기며 케이블은 미흡한 PP 존재감에 SO마저도 기반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반면 IPTV는 플랫폼 관점에서 지상파를 빠르게 대체하고 있으며, 당연히 유료방송 시장 내부에서도 SO를 압도하고 있습니다. 이 분위기가 계속 이어질까요? 유료방송 합산규제 일몰 여부에 시선이 집중됩니다.

유료방송 시장점유율 합산규제, 즉 유료방송 합산규제는 통합방송법 체계의 일원화라는 전제가 깔린 규제안이입니다. 케이블과 위성방송, IPTV의 점유율 규제를 동일한 기준으로 설정해 특정 사업자가 전체 유료방송 가입자 3분의 1을 넘기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 핵심입니다.

▲ 케이블TV 업체가 제4이통사 진출을 설명하고 있다. 출처=케이블TV협회

IPTV의 경우 예전에는 전국 시장 점유율 기준 가입자 3분의 1을 넘기지 않도록 하는 IPTV 특별법의 영향을 받았으나 케이블 방송은 지역 권역별 가입자 3분의 1을 넘기지 않는 규제를 받는 등 기준 자체가 제각각이었습니다. 결국 정부는 2015년 3년 일몰로 유료방송 합산규제를 실시했고 예정대로라면 6월27일 폐지됩니다.

유료방송 합산규제 일몰 여부를 두고 KT와 반(反)KT 구도로 나눠집니다. 지난해 하반기 기준 KT 올레 TV는 IPTV는 물론 유료방송 시장 전체에서 1위를 달리고 있으며 점유율은 19.5%로 집계됩니다. KT 스카이라이프는 10.68%의 점유율을 기록하기 때문에 이를 합치면 30.18%에 달합니다. 33%를 조만간 넘길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유료방송 합산규제는 반드시 일몰되어야 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볼 수 있습니다.

반면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는 규제가 이어져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지난해 하반기 기준 SK브로드밴드는 유료방송 시장에서 13.2%, LG유플러스는 9.91%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기에 당분간 33.3%의 점유율을 가져갈 가능성이 낮고, 1위 사업자인 KT를 압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케이블도 당연히 반 KT 진영입니다.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합병 무산부터 본격적으로 불이 붙었던 미디어 시장 각축전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입니다.

▲ 옥수수가 메인화면 개편에 돌입했다. 출처=SKB

지상파와 IPTV, 케이블의 각개전투가 벌어지는 가운데 최근에는 모바일 중심의 동영상 패러다임이 시장을 강타했습니다. 1인 크리에이터가 등장하고 MCN 사업자가 나타나는 한편 인플루언서 마케팅이 각광을 받으며 미디어 커머스의 미래까지 논의가 확장되고 있습니다. 기존 플레이어도 속속 동참했습니다. 지상파는 '푹'으로 시동을 걸며 '무료의 지상파'라는 프레임을 스스로 걷어냈으며 다양한 모바일 향 콘텐츠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IPTV 중에서는 SK브로드밴드의 옥수수TV가 대표적이며, 케이블에서도 전통의 강자인 CJ를 중심으로 비슷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여기가 끝이 아닙니다. OTT 사업자인 넷플릭스의 등장과 유료방송의 대결, 유튜브를 생태계로 삼는 MCN 사업자의 출현과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논란까지 전선은 끝없이 확장되고 있습니다. '이제 누가 지상파 방송사 보나요? 우리는 MCN 봅니다'는 말이 자연스러워지고 72초TV의 짧은 연예 콘텐츠를 보는 젊은층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그러는 사이에 MBC <무한도전>은 쓸쓸하게 종영했고요.

올드 미디어와 뉴미디어의 등장에 대한 담론은 커다란 프레임 내부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먼저 플랫폼. N-스크린이라는 기본적인 흐름은 차치해도, TV에서 스마트폰으로 시청 패턴이 변하는 점은 중요한 포인트로 보입니다. 그러나 초고화질 TV 시장의 확산으로 초대형 TV 트렌드가 이어지고 있는 대목도 미묘합니다. 결국 시청 패턴에 따른 플랫폼의 역할은 더욱 세분화될 가능성이 높으며, 이에 걸맞는 콘텐츠 제작자들이 각자도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넷플릭스와 같은 OTT 사업자의 등장은 다른 해석이 필요합니다. 구글 크롬캐스트와의 연동으로 대화면 서비스를 확보한 OTT 플랫폼은 콘텐츠 큐레이션과 수급, 배급 전략에서의 전략적 판단이 핵심이기 때문입니다.

콘텐츠는 '지상파 최강'의 전제가 사라진 현재, 사실상 춘추전국 시대를 맞이했습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말하는 뉴미디어는 사실 플랫폼이 아닌 콘텐츠의 속성을 따지기 때문에, 진정한 전투는 이 곳에서 벌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상파는 콘텐츠와 플랫폼 모두 막강한 투자를 통해 '새로운 피'를 수혈해야 하며, 그 외 콘텐츠 뉴미디어는 끊임없는 실험을 거듭할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뉴미디어 콘텐츠 업체들의 실험이 과연 통할 것인가?'입니다. 누구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에 예단할 수 없지만 당장 발목을 잡는 지점은 있습니다. 미디어 커머스가 부상하고 연애 플레이 리스트가 절정의 인기를 누려도 비즈니스 모델이 매우 취약합니다. 주류문화에서 다소 벗어난 방식은 젊은층에는 호평을 받으나 아직 대세가 될 수 없으며, 브랜디드 콘텐츠라는 말로 논란을 비켜가도 '하청업체'의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미디어 커머스요? 의미있는 성과가 나오지만 아직 갈 길이 멉니다. 무엇보다 시장의 크기가 지나치게 한정적입니다.

비주류에 가까운 포지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강력한 규제를 받는 올드 미디어에서는 좀처럼 벌어지지 않는 사고도 많습니다. 잊을만 하면 등장하는 유명 BJ의 혐오 발언 논란, 성 상품화 문제에 대한 해결은 아직도 요원합니다. 표절 문제도 심심치않게 벌어지며 '팬덤'을 중심으로 사업이 움직이다 보니 인기와 영향력에 '허수'도 많습니다. 최근 사내 갑질논란을 빚었던 유명 콘텐츠 제작 업체는 한때 엄청나게 많은 동남아시아 사람들의 '좋아요'를 받았던 사실이 드러나 문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결국 정리된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올드 미디어는 어려워도 아직 건재하며, 아무도 보지 않아도 '9시 뉴스에 나왔다더라'는 한 마디로 여론을 움직일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뉴미디어도 아직 길을 찾지 못한 것이 사실이며 해결해야할 문제도 산적해 있습니다. 누가 승기를 잡을까요? 희미한 단서는 있습니다. 다소 세속적인 표현이지만 돈과 영향력을 가져가는 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