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견다희 기자] 지난 2월 스페인 남부 해변에서 죽어 있는 향유고래의 몸속에서 무려 29kg 상당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나왔다. 죽은 향유고래의 길이는 10m, 무게는 6t이 넘었다. 야생동물 전문가들은 사인을 복막염이라고 결론 내렸다.

중국이 지난해 7월 ‘외국 쓰레기 수입 금지 및 관리 제도 개혁 방안’을 발표하고 이 같은 폐플라스틱 문제가 전 세계의 관심사로 떠오르면서 폐플라스틱 처분과 재활용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 스페인 남부 해변에서 발견된 죽은 향유고래. 이 고래의 몸속에서 29kg 가량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나왔다. 출처= 영국 인디펜던트지

전 세계 바다는 과장하자면 플라스틱 처분장과 다름없다. 영국과학청에 따르면, 해마다 전 세계에서 1억 5000만t의 플라스틱이 생산되지만 대부분 매립지나 바다 등에 버려지고 있다. 바다로 흘러들어간 폐플라스틱은 남한 면적(9.8만㎢)의 약 16배 정도인 160만㎢다. 전 세계 바다에는 8만t 이상이 떠다니고 있다고 영국과학청은 밝혔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해양수산부 산하 해양쓰레기대응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해양쓰레기정화사업으로 수거한 해양 폐기물은 1만3430t ,수거면적은 2723㎢이다. 2008년 해양폐기물정화사업을 시작한 이후 10년간 수거한 해양 폐기물의 누적양은 총 7만8898t으로, 수거면적은 22만 800㎢에 이른다. 

한국은 세계 최대 비닐·플라스틱 소비국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우리나라 국민 1인당 플라스틱 사용량은 64.1kg으로 미국(50.4kg)은 물론 인구 대국 중국(26.73kg)보다도 2.5배나 많다. 우리나라 인구수(5150만)와 사용량을 곱하면 연간 330만t의 플라스틱을 국내에서 소비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문제는 이 많은 양의 폐플라스틱 처리다.

국내 매립지 확보와 친환경 소재 제품 사용 우선

우리나라는 물론 전세계가 쓰고 남은 폐플라스틱은 그간 중국이 수입해 처리해왔다.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중국이 수입한 플라스틱 폐기물은 2016년 기준으로 180억달러(19조 2500억원)규모다. 전세계 폐플라스틱의 절반인 7300만t이 중국으로 흘러 들어간다.

중국이 폐기물 수입을 중단함으로써 전세계에 비상이 걸렸다. 플라스틱 생산 1위 오명을 둘러싼 한국 역시 예외는 아니다.  대 중국 수출량은  1월부터 크게 줄었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해 1월 폐플라스틱 수출량은 2만2097t이었는데 1년 만인 올해 1월에는  1774t로 무려 92%나 줄었고, 5만 1832t이던 폐지 수출량은 3만 803t으로 40.6% 줄었다.

당장 우리나라가 꺼낼 수 있는 카드는 두 가지다. 하나는 국내 매립지를 확보해 매립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수출 국가를 찾는 것이다. 그보다는 일회용품 사용을 줄여 폐기물 발생량을 줄이는 것이 근본 대책이다. 친환경 소재의 제품 사용을 늘리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의 근본원인을 해결하지 못하면 쓰레기 대란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현재 정부는 폐기물 처리업체에게 수거 가격을 올려주고, 잔여 쓰레기 처리 비용을 4분의 1수준으로 내리는 등 국내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임시 미봉책일 뿐이다. 

폐플라스틱 업사이클(Upgrade+recycle의 합성어 )

우리나라의 플라스틱 재활용도 부진하다. 환경부의 2016년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플라스틱 재활용률은 59.5%으로 절반을 조금 넘는다.

플라스틱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열을 가하면 재성형이 가능한 ‘열가소성’과 열을 가하면 단단해지고 검게 변하는 ‘열경화성’이 있다. 열경화성은 재활용이 불가능하고 열경화성은 충분히 재활용할 수 있다. 

이처럼 열가소성 플라스틱을 업사이클하는 업체들로는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아디다스가 꼽힌다. 아디다스는 해양 정화 작업으로 수거한 플라스틱 폐기물을 활용해 운동화, 수영복, 운동복 등을 만들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국내 업체는 거의 없다.

▲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아디다스가 해양에서 수거하 폐플라스틱을 이용해 만든 '울트라 부스트 팔리' 러닝화 2종을 이달 출시했다. 출처= 아디다스

아디다스는 지난 2016년부터 해양환경보호 단체 팔리포더오션스(Parley For the Oceans)과 협업하고 있다. 2016년 11월 몰디브 해안에서 수거한 해양 폐기물로 만든 ‘울트라부스트 언케이지드 팔리’ 러닝화, 스페인의 대표 축구팀 레알마드리드, 바이에른뮌헨의 유니폼 출시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폐플라스틱을 이용한 제품을 꾸준히 출시하고 있다.

지난해 2월에는 ‘아디다스X팔리’ 수영복, 5월에는 ‘울트라부스트 팔리’, ‘울트라부스트 언케이즈드 팔리’ 러닝화 2종, 10월에는 ‘아디다스 오리지널X팔리’ 스니커즈, 이달에는 ‘아디다스X팔리’ 한정판 러닝화 6종을 출시했다.

아디다스 관계자는 20일 이코노믹리뷰 통화에서 “러닝화 1족을 만드는데 500ml 폐플라스틱 병 11개가 사용된다”면서 “지속 가능한 재료의 사용을 더욱 늘려 환경혁신을 새로운 산업 기준으로 설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환경부 관계자는 “근본적으로 플라스틱의 사용을 줄이고 친환경소재를 사용하는 것이 가장 우선”이라면서 “이미 생산된 폐플라스틱을 어떻게 재활용할 것인지도 폐기물 문제를 해결하는 중요한 열쇠”라고 강조했다.